근현대 한국가톨릭연구단 학술심포지엄(1)-문화분야
「근현대 한국가톨릭연구단」(단장=박일영)은 지난 2002년 한국학술진흥재단의 기초학문육성 사업비 지원을 받아 3년 동안 한국 근현대 역사 안에서 한국 가톨릭교회의 제 분야를 연구 검토해왔다. 올해는 3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로써 연구단은 4월 9일 오전 10시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에서 열린 심포지엄을 통해 문화, 신학, 역사, 사회과학 등 4개 분야 총 14편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5차례에 걸쳐 각 분야별 논문을 요약해 보도하고, 지난 3년 동안의 연구 성과를 종합한다.
“신령-인간-자연 통합의 유기체적 세계관 배워야”
해방 이후 토착종교와 가톨릭의 만남-박일영 교수(가톨릭대)
해방 이후 60년 동안 그리스도교와 토착종교가 어떤 관계를 정립해갔는지를 시대별로 살펴보고 평가한 뒤, 종교간 화해와 협력의 역동성을 가톨릭과 토착종교 사이에 어떻게 이뤄나갈 것인지를 전망한다.
해방 이후 토착종교는 일제시대에 이어 미신으로 취급, 억압됐다. 근대화, 그리고 그리스도교의 공세적 확장에 따라 토착종교는 미신, 우상숭배로 간주됐다. 하지만 70년대 들어서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과 함께 다소 긍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80년대에는 샤머니즘을 위시한 토착종교가 사회의 객관적 조명을 받는다.
최근에는 토착종교가 그리스도교의 한국화와 관련해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80년대 이후 토착종교가 한국문화의 근저를 이루며, 그리스도교가 한국에서 효과적으로 뿌리내리는데 중요한 구실을 할 것이라고 보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즉 한국 민중의 종교로서 다종교 시대에 대화상대자로서의 가능성을 평가받고 있는 중이다.
근현대 100년을 지나면서 한국에서 가톨릭이 토착종교와 만나서 이뤄야 할 화해와 협력의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토착종교는 신령, 인간, 자연이 어우러지는 유기체적 세계관을 갖고 있다. 어느 면에서 그리스도교가 배워야 할 부분이다. 신령은 인간과 친근한 존재이며, 자연물에도 나타나 자연은 정복, 개발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사는 존재이고 자연은 인간이 돌아갈 고향으로 인식된다.
둘째, 토착종교의 해원사상이 지닌 치유의 메커니즘에 주목해야 하며 신종교 창시자들에게 이 부분이 교리의 핵심으로 활용된다.
셋째, 여성에 대한 배려가 가결한데, 이는 21세기 여성과 영성의 시대를 맞아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넷째, 불의한 기성 체제에 저항하는 역할을 토착종교가 해왔다는 사실이다. 샤머니즘은 미신과 우상숭배로 탄압받았으나, 불쌍한 이들의 편에서 불의와 모순에 저항했다. 다섯째, 샤머니즘의 공동체 윤리의 중요성이다. 샤머니즘의 핵심은 굿이고 특히 마을굿은 축제와 화합의 장으로써 신령과 인간, 무당을 하나로 어울리게 한다. 구성원들의 긴장감을 종교의례를 통해 해소하고 대동의 축제로 만드는 것이다.
다종교 사회를 사는 그리스도인들은 토착종교를 바라보는 자세를 고쳐야 할 필요가 있다. 미신 혹은 우상숭배라고 매도하는 것도, 반대로 샤머니즘을 한국 종교의 모태라는 등 찬양일변도의 자세도 바람직하지 않다.
샤머니즘적 종교성의 기능과 공헌을 바로 평가하고, 서민에 국한되는 계층성이나 피지배층의 종교성 대변이라는 역기능을 균형있게 봐야 한다. 토착 민중종교의 역동성과 폭발력은 그리스도교의 예언적이고 사회비판적인 의식과 조우할 때 물신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에 창조적으로 공헌할 것이다.
“국어·문화·문학 연구에 기여”
천주가사 자료 발굴의 현황과 연구 전망-김영수 교수(안양대)
천주가사 자료 발굴 현황을 통해 그 연구 전망을 확인하고자 한다. 천주가사는 가톨릭과 한국 문화의 관련성을 규명하는 소중한 유산으로서 문화사적인 측면에서 충분한 의의를 갖는다. 또한 교회사적으로 천주가사는 그 자체가 교리서였고, 교리를 한국적으로 수용한 대표적인 예로써 그 안에서 한국적 신학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천주가사 자료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의 필요성은 연구의 활성화를 위한 기초작업, 자료의 보존과 전승, 그리고 현대 학문의 변화 등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자료의 결집과 공개가 필요하다. 데이터베이스의 필요성은 자료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이유에서 제기된다. 데이터베이스 구축으로 체계적인 자료 관리가 가능하고, 원본 훼손 없이 충분한 내용을 제공할 수 있다. 나아가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단편적 지식 체계로서의 자료가 아니라 인접 자료와의 전후 관계 속에서 새로운 지식의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작용할 수 있다.
천주가사 자료 현황을 보면, 우선 교회내 출판물에 수록된 자료를 들 수 있는데, 이는 보존과 망실을 염려하지 않고 집결시켜 놓음으로써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반면 필사본 자료는 자료가 산재하고 보존상태를 보장할 수 없으므로 발굴의 필요성이 요청된다.
기초연구 현황과 문제점을 보면, 현재까지 자료정리와 서지사항까지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으며, 부분적으로 주석과 현대어역도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필사본을 현대 활자로 새로 입력한 자료집이 출간됐고, 대표 작품은 주석이 완료돼 교주본으로 출간 예정이다 아울러 몇 가지 문제가 있지만 원전에 대한 영인본 출간도 필요하다.
이러한 작업들은 데이터베이스 구축으로 귀결되는데, 첫째, 적절한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둘째, 이 작업에 교회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국가 차원보다는 교회 차원의 지원이 보다 바람직하다.
이본 자료의 활용과 연구 전망에 있어서, 우선 국어 연구의 측면에서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전통문화적 측면에서는, 가톨릭이 우리 민속이나 예술 문화와 만나고 결합하는 것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아울러 문학연구에 있어서도 다양한 분석과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교회사적인 측면에서는 첫째, 서구 보편신학에 대해 한국 또는 동양신학을 정립하는데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고, 둘째, 국제화시대에 걸맞는 문화 컨텐츠 계발에 유용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셋째, 전래 시기 한국 내에서의 전파 과정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천주가사 자료를 완벽하게 구득하기 위해서는 학문 발전을 위해 자료공개에 대한 열린 자세가 요구되며, 자료 연구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가 보장돼야 한다.
“연도는 교회 공동체 전통 이어”
한국 문화로서의 가톨릭교회 음악에 대한 재조명-김수정 박사(가톨릭대)
가톨릭 장례노래인 연도(煉禱)는 전래 이후 지금까지 그 전통을 유지하며 현재까지도 한국문화와의 관계성에 대한 여지를 가장 많이 제시하고 있다. 특히 선율짜임새를 비교 분석해 볼 때 연도는 내용에 있어서는 가톨릭 전례의 본질적 조건을 갖추고 그 형식에 있어서는 한국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에 맞춰 변화돼 지금까지 전통으로 보전되고 있으며, 음악어법적인 면에서는 한국음악과 유럽음악이 만나 융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연도는 「세상을 떠난 이웃에 대한 봉사」로서 「민중에 대한 봉사」인 전례와 뜻을 같이 한다. 또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인 교회공동체가 세상을 떠난 이를 위해 노래 부른다는 것은 「죽은 이들에 대한 사랑의 실천」으로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완성된 구원의 신비인 성체성사의 연장선상에서도 전례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두레와 품앗이 같은 공동노동형태에서 엿볼 수 있듯이 공동체성은 한국민들의 일상생활 안에 깊이 뿌리내린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이며 심성이다. 공동체성은 가톨릭을 대표하는 정신 중의 하나다. 연도는 한국 교회 안에서 공동체 정신의 전통을 이어가는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따라서 연도를 통해 전승되는 한국가톨릭의 공동체문화는 한국의 전통적인 공동체 문화에 근간을 두고 가톨릭의 정신을 실현하는 한국문화의 한 형태로 이해되어질 수 있다.
또한 연도의 근간은 동부민요(메나리토리)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는 가톨릭 신자 공동체 「교우촌」의 지역분포와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다. 이는 연도가 한국 기층음악문화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전승되었음을 증명한다.
아직까지 외래종교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 가톨릭교회의 현실 속에서 한국문화로서의 연도에 대한 이해와 관심은 가톨릭의 한국문화 적응에 대한 또다른 가능성과 아울러 한국문화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종교로서 가치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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