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별 보내드리고 온 느낌”
“교회 잘 이끄실 새 교황 나왔으면”
『원수들마저도 자리를 함께 해 악수했다는 사실은 큰 상징이자 하느님께로 돌아가신 교황님의 힘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마치 인류를 위해 사심없이 자신을 내놓은 교황님이 외치셨던 사랑과 평화에 대한 응답처럼 여겨졌습니다』
한국교회 공식조문단으로 4월 8일 거행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미사에 참석하고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김수환 추기경과 최창무 대주교는 공항 귀빈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장례식에 이렇게 의미를 부여했다.
고인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에 요한 바오로 2세를 빨리 성인반열에 올려달라는 외침이 쟁쟁하던 성 베드로 광장을 회고한 김추기경은 세계 곳곳에서 몰려들어 광장을 메운 수많은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교황의 그림자를 떠올리는 듯했다.
김추기경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이 시대의 위대한 정신적 지도자로 세상을 밝혀온 큰 별을 보내드리고 온 느낌』이라며 『돌아가신 후 살아계실 때보다 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교황의 빈자리를 볼 땐 상실감과도 같은 적적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 최창무 대주교는 경건한 가운데서도 경직됨이 없이 질서정연하게 진행된 장례미사 전후를 소개하면서 『세상의 질서가 아닌 교회의 질서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교황이 강조해온 세상의 평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던 장례식 분위기를 전했다.
곧 있을 새 교황 탄생과 관련해 김추기경은 『정신적 가치관 문제 등 교회가 안팎으로 안고 있는 문제들로 인한 파고를 이겨내고 교회라는 큰 배를 무사히 항구로 이끌어 가실 분이었으면 한다』며 기대를 표하고 특별히 교황 요한 23세가 강조한 「아죠르나멘토」(aggiornamento, 교회 현대화 운동)가 다시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최대주교는 『신자들이 새 교황에 인간적 차원의 기대를 갖는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면서 『교황은 교회의 가르침에 책임지고 세상에 대해 「아니오」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시대의 변화에 따른 교회의 양보를 희망하는 세태를 경계했다.
『성령의 이끄심으로 생명의 문화, 참 삶의 문화를 주실 분을 달라고 기도해주십시오. 「진리의 광채」를 드러낼 분을 달라고 기도하는 게 신앙의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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