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 250여년 만에 기리시탄 존재 드러나
1865년 3월 17일 오우라(大浦) 천주당(프랑스사)에서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를 놀라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산타 마리아님의 상은 어디에…”
잠복 기리시탄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하비에르 신부가 처음 가지고 온 마리아 화상이, 일본인에게 심어준 마리아 신심이 일본기리시탄을 약 310년 동안 보호하여 신부에게로,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인도한 것이다.
‘프랑스사(寺)’ 참관자들 중에는 우라가미(浦上) 동네 사람들도 있었다. “프랑스사에 산타 마리아님이 계신다”라는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조용히 전해져 250여 년간, 7세대 신앙을 전승한 잠복 기리시탄 농민들이 가슴을 설레고 있었다.
“산타 마리아님이 계신다면 거기에 계시는 외국인은 빠테렌(신부)임에 틀림이 없다.” 바스챤의 예언으로부터 7세대에 이르렀고 또 빠테렌이라는 것을 식별하는 세 가지 중에 하나가 “산타 마리아를 숭경한다”라는 것이 사람들의 머리에 되살아났다.
“프랑스사에 가서 빠테렌님을 만나고 싶다”라고 말을 꺼낸 자는 산파 이사벨라 유리(52세)였다. 사람들은 “만약 프랑스사의 외국인이 빠테렌이 아니라면” “엄한 감시가 있는데, 의심이라도 사게 되면”하고 걱정도 하였다. 그러나 유리는 어떻게 해서라도 가고 싶다고 말하였다. “산타 마리아가 계시다면 거기의 외국인은 빠테렌임에 틀림없다. 빠테렌을 만난다면 죽게 되더라도 좋다”하며 우겨대자 내심으로 빠테렌을 애타게 기다리던 다른 사람들도 여기에 동의하였다.
1865년 3월 17일 금요일 유리 가족과 동네 사람 13~15명은 아침 일찍 길을 떠나 정오를 지나서 오우라(大浦) 천주당에 도착했다. 천주당 문을 열려고 애쓰고 있는 모습을 정원에서 본 푸치쟌(B.T.Petitjean, 1829~1884) 신부는 계단을 올라가 문을 열어 주었다. 일행은 참관인으로 행동하면서 뿔뿔이 흩어져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신부는 제단으로 가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는데 세 부인이 가까이 왔다. 그 중의 한 부인이 가슴에 손을 대고 신부의 귀 가까이서 속삭였다.
“우리들의 마음은 당신과 같은 마음의 사람들입니다.”
“정말입니까? 당신들은 어디에서 온 것입니까?” 신부는 놀라움과 기쁨에 차서 벌떡 일어나 말하였다.
“우리들 일행은 우라가미 사람들입니다. 우라가미에는 거의 모두가 우리들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서 부인은 다급히 물었다.
“산타 마리아님의 상은 어디…”
신부는 그들을 성모자상 앞으로 인도하였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성모상 앞으로 모여왔다.
“정말로 산타 마리아님이네. 예수님을 품에 안고 계시네.”
다른 사람이 또 말하기를 “우리들은 지금 ‘슬픈절(사순절)’을 지키고 있습니다. 당신도 지킵니까.” 정말로 하비에르 신부가 전해준 그 로마의 기리시탄 신부인가 아닌가를 확인하는 물음이었다.
푸치쟌 신부는 자기 앞에 있는 이들이 기리시탄 자손임을 확인하였다. 이 날의 기쁨과 감격을 요코하마에 있는 교구장 지라르에게 3월 18일자 편지로 상세히 보고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약 250년간 한 사람의 신부도 없는 잠복시대에 기리시탄 신앙을 지켜온 것이 분명히 드러난 것이다. ‘기리시탄 신자발견’ 또는 ‘기리시탄 부활’을 맞이한 것이다.
박양자 수녀 (한국순교복자수녀회.오륜대 한국순교자기념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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