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삼천년기를 맞은 보편교회는 특별히 아시아 교회를 주목하고 있다. 38억에 달하는 엄청난 인구 중에서 가톨릭 신자수가 불과 1억1000만으로 3%도 안되는 아시아는 가톨릭 교회의 미래 복음화 소명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대륙이다.
특히 신앙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과 비교해볼 때, 아시아 교회는 아프리카 교회와 함께 날로 신앙과 교회 생활이 더욱 활기를 띠어갈 세계교회의 중심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교회는 바로 그러한 아시아 지역 교회중에서도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교회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총회는 지난 1970년부터 1972년까지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FABC)가 창설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한국 교회가 처음으로 개최하는 정기총회로서 아시아 교회에서 차지하는 한국교회의 위치를 확인하고 아시아의 다른 주교회의들과 굳건한 협력 관계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 점이 이번 정기총회가 갖는 한 가지 중요한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총회의 또 한 가지 의의는 가정을 주제로 열린다는 점이다. 「생명 문화를 지향하는 아시아 가정」이라는 총회 주제는 생명과 가정의 수호라는, 현대 교회가 직면해 있는 가장 커다란 도전에 대한 응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총회에서 참석자들은 특히 아시아에서 급속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정 해체 현상을 분석하고 아시아 전반의 가정 상황을 고찰하며, 교회와 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 가정의 소중함을 지킬 수 있는 사목적 대응 방안들을 모색하게 된다.
한국 교회는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다각적인 준비 작업을 해왔고, 총회를 마친 뒤 가을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 이러한 성찰들을 담은 주교단 공동사목교서를 발표, 앞으로의 한국교회 가정 사목의 지침으로 삼을 예정이다.
정기총회 회의자료
총회에서의 논의를 위해 마련된 「회의 자료」(Instrumentum Laboris, 의안집)는 지난해 4월 제1차 초안이 작성된 후, 전문가의 의견과 각국 교회의 체험과 논평을 바탕으로 수정해 8월 두 번째 초안이 마련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1월경 최종안이 작성돼 모든 회원국 주교회의에 배포, 각국 주교회의는 이에 대한 견해와 제안을 담은 의견서를 FABC 사무국에 제출하도록 했다.
이 문서는 서론에 이어 모두 3부로 나눠진다. 제1부 아시아 가정의 사목현황은 아시아 가정이 겪고 있는 현대 세계의 도전과 아시아 교회의 가정 사목 현황을 요약함으로써 이번 총회 주제의 선정 배경을 알려준다.
2부 신학적 사목적 성찰은 1부에서 아시아 가정의 현실을 살펴본데 이어 생명 문화의 의미와 하느님 가정인 교회에 대한 가르침, 가정이 지닌 성소와 사명, 그리고 생명 문화 건설을 위한 가정 영성에 대해 살펴본다.
마지막 3부는 가정사목을 위한 사목적 제언으로서 가정 사목의 현황과 신학적 사목적 성찰에 의거해 가정 사목이 전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생명 문화에 대한 각별한 고려를 촉구한다.
참가자 현황과 일정
이번 총회에는 모두 200여명의 아시아 각국 교회 주교회의 대표들과 관계자, 전문가들이 참석한다. 그 중에는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차관 로베르 사라 대주교, 이주사목평의회 의장 후미오 하마오 추기경, 정의평화평의회 의장 레나토 마르티노 추기경 등 교황청 고위 성직자와 플라치두스 토포 추기경(인도 란시 대교구장), 폴 샨 추기경(대만 가오슝 교구장)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지의 추기경들이 포함된다.
한국교회에서는 이번 정기총회의 한국 주교회의 준비 책임 주교로 이기헌 주교가 선임됐고, 당연직 참가 주교인 한국 주교회의 의장 최창무 대주교와 더불어 한국 주교회의 대표 주교로서 이기헌 주교와 유흥식 주교가 선임됐다.
여기에 70여명의 대주교와 주교들을 포함해, 아시아 각국 교회를 대표하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모두 참여함으로써 그야말로 이번 총회는 아시아 교회의 미래 사목 방향을 가늠하는 권위 있는 회의가 될 것이다.
대전가톨릭대학교와 정하상 교육회관에서 진행되는 회의 일정은 8월 17일 개막미사와 개회식으로 시작돼, 23일 폐회미사와 폐회식으로 막을 내린다. 기간 중 회의는 7차례의 전체회의와 2차례의 지역별(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서아시아) 워크숍, 1회의 주교.비주교 워크숍으로 진행되고 모든 회의를 마친 뒤에는 회의 결과를 담은 최종 문서가 발표된다.
◆ [인터뷰] 한국교회 참가 실무 책임자 정연정 신부
“건전한 미디어환경 제언 예정”
총회 후 전 교구 차원 공동사목교서 발간
▲ 정연정 신부
8월 17일 개막되는 FABC 제8차 총회 한국교회 참가 실무 책임을 맡고 있는 정연정 신부(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총무)는 『이번 총회를 통해 한국교회의 가정사목과 관련된 노력들을 더욱 효율적으로 되짚어보게 됐다』며 『더 많은 정보를 공유, 가정사목과 관련한 실천들이 한 단계 도약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신부는 『한국 교회측에서는 이혼 가정과 편부모 가정 등 다양한 가족형태 문제를 주요 검토 대상으로 제안했으며, 이주노동자와 그 가정의 문제에 대해서도 특별한 지적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 주교회의는 총회 개막에 앞서 마련한 회의자료 의견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제시했으며 노령화, 저출산, 독신선호, 이혼증가, 버려지는 아이들, 소공동체사목 등에 대해서도 더욱 심도깊은 논의를 제안했다.
『특히 아시아 가정의 건전한 가치 체계를 변화시키는 매스미디어의 강력한 영향력에 관해 환기시키고 건전한 미디어 환경을 가꾸기 위한 제언을 특별히 언급할 예정입니다』
정신부는 『이번 회의자료에서는 거대 글로벌 미디어 기업과 뉴미디어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며 『미디어가 생명문화를 진작시키는데 도움을 주도록 힘을 모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총회 후 주교회의는 가정성화와 관련해 한국교회 역사상 최초로 전 교구 차원의 공동사목교서를 낼 예정이다.
정신부는 『앞으로 공동사목교서를 근간으로 각 교구별 가정사목 프로그램 및 정보 등을 전국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체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