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허리에 위치한 의정부교구는 목포와 신의주를 연결하는 국도 1호선(통일로)과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 철도가 지나는 남북교통의 요충지라는 점에서 통일시대를 대비한 사목의 교두보로서의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동서문화교류에 한몫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아시아의 동쪽끝과 유럽의 서쪽끝을 잇는 「철의 실크로드」라 불리는 유라시아대륙횡단철도망이 현실화되면 남북간 교류는 물론 동서문화교류에서도 그 위상과 역할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최근 정부가 수도권 신도시 중 최고의 모델로 삼겠다며 의욕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파주 신도시는 이같은 위상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0여가구의 촌락에 불과한 이 지역은 4∼5년 뒤면 인구 50만명 규모의 전원형 신도시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아울러 향후 10년간 약 25조원이 투자돼 100만평 규모로 들어설 LG필립스LCD산업단지는 접경지대로 소외돼왔던 파주 북쪽 일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사목에 호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파주시 교하면 문발리 일대 48만여평에 약 1조원의 사업비가 투자돼 조성되고 있는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는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는 중심기지이자 문화관광지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돼 관광사목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접근을 필요로 한다.
이와 함께 문화예술단지, DMZ 생태공원 등 이 지역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추진 중이어서 사목적 대처 여하에 따라 교구의 발전 가능성을 충분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맹제영 신부(고양시 일산본당 주임)는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돼왔던 접경지역이 오히려 생태와 평화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교육과 기회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새로운 교회공동체를 모색할 수 있는 실험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교구청이 들어설 의정부지역은 현재 경기도 제2청사 소재지로서뿐 아니라 향후 경기도가 남북으로 나눠질 경우 경기 북부지역의 행정중심지로서 개발 가능성이 열려 있다. 따라서 교구 차원에서 이런 변화를 어떻게 수용하느냐가 발전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광범위한 면적에 도시와 농촌의 특성이 혼재하고 있는 현실도 사목 방향 설정에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교구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연천군만 보더라도 2002년 12월 현재 전체 695.27㎢ 면적 가운데 55.4%(385.17㎢)에 이르는 임야를 제외하면 19.86%인 138.06㎢가 농경지여서 농촌의 특성이 강하다. 또 남양주시의 경우는 최근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며 도?농복합 형태의 특징을 띠고 있어 이를 고려한 사목 계획이 모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농복합 지역 형태
서춘배 신부(구리시 구리본당 주임)는 『초기에는 어려움도 적지 않겠지만 여건을 잘 활용한다면 오히려 다양성을 바탕으로한 교구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도농간의 조화를 통해 친환경적 교구로 새로운 모델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의욕을 내비쳤다.
이런 객관적 상황에 더불어 경제적 낙후성과 인구 이동이 심한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상대적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정서도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극복해나가야 할 숙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공동체운동이 교구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실제 적잖은 수의 의정부교구 사제들은 소공동체의 활성화를 본당, 나아가 교구 발전의 기초이자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뤄내고 있어 각 지역의 여건을 반영한 소공동체 사목모델 개발이 중심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교구 사제들간의 일치가 신생 교구가 뿌리를 내려가는데 핵심적인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춘배 신부는 『젊은 사제들이 주축이 된 교구의 역동성과 힘을 한데 묶어 교회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기 위해서는 사제단의 일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사제들이 지닌 비전을 펼쳐나가기 위해서는 사제단 내의 신뢰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사제관 건립 시급
이같은 주·객관적인 여건을 고려한 사목적 모색과 함께 당장 이동할 사제들의 주거문제가 선결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새로 마련해야 할 교구청은 물론 교구장을 비롯한 153명에 이르는 사제들의 사목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야 할 사제관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기동부지역의 경우 15개 본당 가운데 반 가까운 7개 본당이 수녀원조차 없어 사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렇듯 의정부교구는 삼천년기를 맞은 한국교회가 새 복음화를 향해 나아가는 도정에서 수많은 과제와 함께 다양한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따라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는 가운데 교구의 정체성을 세워나가기 위해서는 보다 치밀한 준비작업과 함께 전교회 차원의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