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꼭 볼테니까 오빤 그렇게 알고 있어. 빨리 나아서 아버지한테 가야 해』
김인호(43)씨가 동생을 달래지만 김인향(율리엣다.39.안동교구 가은본당)씨는 막무가내다. 벌써 한 달이 넘게 아버지를 못 본 인향씨는 빨리 나아서 아버지 면회를 가야 한다며 눈물을 글썽인다.
「인향아! 아버지는 이미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벌써 보름째. 하지만 동생에게는 아직 이야기도 꺼내지 못했다. 굳게 마음먹고 이야기를 하려면 동생이 먼저 아버지 안부를 묻는다. 어서 일어나 아버지를 간병해야 한다고 말하는 동생에게 차마 말을 꺼내기가 두렵다.
인호씨에게 무거운 짐은 또 있다. 지난 7월 28일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는 막내 동생 희경씨가 아버지를 따라갔기 때문이다. 뇌의 손상이 심하던 희경씨는 한달 반동안의 힘겨운 병마와의 싸움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인호씨는 막내 동생의 죽음마저도 인향씨에게 이야기하지 못했다.
갑작스런 사고와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속절없이 아버지를 따라 간 막내 동생. 가족에게 닥쳐온 한순간의 불행에 인호씨는 못 먹던 술까지 입에 대고 있다.
경북 문경에서 부유하진 않아도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던 가족에게 화마(火魔)가 들이닥친 것은 지난 6월 18일. 부엌에서 쓰던 LPG 가스가 새며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벨브를 막으려던 고(故) 김영태(프란치스코.73)씨와 두 딸 김인향, 고(故) 김희경씨는 갑작스런 폭발로 화상을 입었다.
세 명 모두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김영태씨는 열흘만에 후유증을 이기지 못하고 사망했다. 김영태씨는 숨을 거두기 전까지도 의료진들에게 딸들의 상태를 물으며 꼭 치료해달라고 신신당부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아버지 김영태씨는 교직생활을 하다 정년퇴임을 했다. 인향씨는 유치원 교사로 일 했지만 사고로 직장을 잃었다. 오빠 인호씨도 조그만 중국집을 운영했지만 동생들 간호를 위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한꺼번에 가족 세 명이 화상을 입게 되자 인호씨 가족은 무겁게 짓누르는 치료비 걱정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밀린 치료비만 1000여만원. 앞으로 더 얼마나 많은 빚을 감당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나마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 김영태씨의 장례 때 들어온 조의금(弔意金)을 동생들 치료비로 썼기 때문이다.
김인호씨는 『아버지는 가실 때까지 그렇게 딸 걱정을 하시더니 결국 당신 장례 조의금마저 딸들을 위해 쓰셨다』며 『동생들을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스스로가 너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도움주실 분=국민은행 004-01-0526-872 (주)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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