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is present!』(현재는 선물이다)라는 말이있다. 영어 단어 present가 「현재」와 「선물」이라는 뜻을 동시에 가짐을 근거로 하여 만들어진 문장인데, 지금 이 순간 별 생각 없이 지나가는 나의 「현재」는 사실 하느님께서 특별히 베풀어주신 「선물」임을 강조하는 문장이다. 「현재의 발견」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까. 전도서에서 가장 두드러진 내용 중의 하나가 바로 이 「현실주의」이다.
『현실을 즐기라』는 문장이 다소 오해의 여지를 남기고는 있지만, 이는 타인과의 비교 때문에 자신의 현재를 「살지」 못하는, 서글픈 어리석음을 지적한다. 짬뽕을 먹고 있는데 충분히 맛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의 자장면과 비교하지 않으면 못배기고, 그 고단하고 불안한 비교 때문에 어느 맛도 포기해야만 하는 인간의 현실을 개탄하고 있는 것이다.
비교의 덫은 십중팔구 불행을 자초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나보다 못한 처지의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결국 「내 현실에 대한 최선의 사랑」만이 궁극적 삶의 과제임을 강조하는 현실주의가 바로 전도서의 주요 내용이라 하겠다.
11장
『돈이 있거든 눈감고 사업에 투자해 두어라. 참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이윤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라고 번역된 공동번역 11, 1은 원래 『너의 빵을 물위에 던져라』라는 표현을 풀어 번역한 구절이다. 이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로서는 분명하지 않지만, 당시 히브리 독자들에게는 단방에 의미가 전달되는, 보편적 격언이었을 듯하다. 무엇이고 투자하였을 때 그 결과는 반드시 내게로 돌아온다는 의미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하느님께서 어떻게 일하실 지는 알 수 없지만』(5절), 주어진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라고 역설하는 2~6절 역시 현실에의 충실을 강조한다. 11, 7~10절은 전도서가 제시하는 핵심적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햇빛은 고마운 것, 해를 쳐다보며 사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7절). 살아있는 것 자체가 사실은 은총이요 선물임을 가르쳐주는 내용이다. 인생에는 불행한 날이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할』 일이지만, 하루 하루를 기쁘게 사는 것은 삶을 사는데 가장 중요한 열쇠이다. 그러므로 코헬렛은 젊은이들에게, 삶을 즐기라고 권고한다.
물론 여기서의 「즐김」은 단순한 쾌락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본질과 진수를 마음껏 향유하며, 현재에 전적으로 충실하라는 의미로 이해해야한다. 그러나 이러한 즐김에도 단서는 붙는다. 『하느님께서 네가 하는 모든 일을 재판에 붙이시리라는 것』(9절)이다.
12장
12, 1~8은 11, 7부터 시작된 전도서의 결론적 메시지를 이어간다. 11, 7~10이 「즐기라」는 동사가 강조되어 있다면 12, 1~8절은 「기억하라」는 동사가 부각되어있다. 죽음을 은유하는 종말론적 서술들을 통해, 죽음이 찾아오기 전에 인간이 해야할 일은 창조주 하느님의 은총을 「기억하고」 촌음을 아껴 삶에 성실해야 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12, 9~14은 제자에 의해 지어진 「발문」(후기)이라고 볼 수 있다. 1, 1절에서 코헬렛을 소개했던 편집자는 다시 코헬렛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간다. 편집자는 코헬렛이 지혜의 교사로서 많은 가르침을 남겼으며(9~10절), 이 모든 말씀과 가르침은 사실 하느님이 직접 가르쳐주신 것임을 분명히 한다(11절). 편집자의 마지막 당부는 『하느님 두려운 줄 알아 그의 분부를 지키라는 것』과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모든 일을(심지어 남몰래 한 일까지도) 심판에 붙이심을 기억하라는 것이다(13~14절). 지혜문학의 대표적 주제라고 할 수 있는 「하느님께의 경외」를 다시 한번 강조함으로써 전도서 전체의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전도서의 결론
전도서의 지혜는 살면서 불가피하게 겪게되는 일상의 좌절과 관련되어있다. 세상에는 진부한 상식과 전통적 논리만을 가지고 풀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고 「기쁘게 사는 것」임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쾌락주의와는 구별되는 자못 감동적인 현실주의로써, 자아를 잃고 공중에 뜬 듯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내 주변과 현실에 산재하는 기쁨, 행복, 평화 등을 발견하게 하는 기능을 가진다.
사실, 인간 개개인이 경험하는 혼란의 미궁은 타인에 의해서 조장되는 것이 아니다. 타자적 힘에 의해 형성된 매혹에, 내가 동의함으로써, 자청하여 비교의 덫에 빠져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인생을 살고자 하는 위험한 매혹에서 벗어나는 것」, 내 인생을 살기 위해 우선적으로 요청되는 게임의 법칙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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