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시 외곽에 위치한 천마성당 별관 2층에서는 매월 2·4째 주일 오후면 어김없이 작은 「종합병원」이 가동된다.
8월의 뙤약볕이 기승을 부리는 주일 한낮이지만 바쁘게 움직이는 의료진들은 더위를 느낄 틈도없이 진료에 열심이다. 떼지어 몰려드는 환자는 대부분 성당 주변 가구공단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매번 진료할 때마다 평균 50~60명, 많게는 100여명이 넘는 환자가 찾기도 한다. 의료진들은 이들의 상담과 치료는 물론 의약품 제공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진료분야도 내과에서부터 일반외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안과, 치과, 한방진료까지 다양하게 실시하고 있다. 이렇게 「무료 토털 의료서비스」를 펼치는 이들은 의료봉사모임인 「루가회」 회원들이다.
루가회(회장=이강우)는 서울 오금동본당 신자들로 구성된 전문 의료봉사 모임. 지난 2002년, 전 본당주임이었던 박준영 신부의 권유로 의료봉사의 뜻을 모아 모임을 발족하고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활동중인 회원은 전문의를 비롯해 한의사, 약사, 간호사, 통역까지 70여명이다. 통역 봉사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현직 종사자들이다. 매 진료 때마다 분야별로 20~30명의 인원이 팀을 이뤄 각자가 가진 달란트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연령대도 1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해 눈길을 끈다. 회원 중 가장 연장자인 임애선(데레사.65)씨는 간호사직을 은퇴했지만 의료봉사인원이 필요하다는 말에 주말 취미생활을 접고 활동에 나섰다. 특히 통역 자원봉사자는 고등학생부터 주부까지 다양하다. 임형준(요셉.16)군은 휴일마다 봉사에 나서는 어머니를 따라 통역봉사를 하게됐고, 성재준(미카엘.24)씨는 제대 후 본당 어르신들이 활동하는 모습에 힘이 되고자 나섰다.
루가회 회원들은 무엇보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무료진료소 「루가 클리닉」의 운영에 큰 힘을 쏟고 있다. 천마성당 주변 지역은 대규모 가구공단이 조성돼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지만 이들을 위한 의료복지시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천마본당(주임=강승한 신부)에서 진료소로 활용할 수 있는 별관을 제공했고, 오금동본당(주임=김광식 신부)의 예산지원과 회원들의 자체 모금을 통해 진료소를 꾸미고 각종 의료장비도 마련했다. 현재도 기본적인 진료소 운영비는 오금동본당에서 지원하고 여타의 비용은 회원들이 정기적으로 모은 회비로 충당하고 있다.
바쁜 일상 가운데 휴일을 반납하고 봉사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회원들은 한결같이 「신자」로서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환자들이 많은 날엔 피곤해하기보다 오히려 찾아준 이들이 편안할 수 있도록 더욱 더 힘과 정성을 기울인다.
회의 총무를 맡고 있는 김성만(대철 베드로)씨는 『행동하지 않는 신앙은 죽은 신앙』이라며 『받은 것을 나누는 작은 기쁨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루가회는 앞으로 무료 진료소 운영 뿐 아니라 오지를 직접 찾아가는 진료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또 본당 신자와 지역민들을 위한 상설 건강상담코너와 강좌도 마련해 더욱 적극적인 나눔을 펼쳐갈 계획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