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과 함께 한 시간들을 생각해 본다.
오늘 아침 용혁이가 무엇 때문인지 엄마 목을 안고 떼를 쓰며 떨어지지 않으려는 애착을 보였다. 엄마와 떨어져 서럽게 우는 용혁이에게 다른 친구들이 몰려와 『우찌마아』 하면서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기도 하고 함께 울먹이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울고 있는 친구를 위로해 줄까?」하는 눈치들이다.
우는 아이의 슬픔이 내 슬픔인 것 처럼 기뻐하는 아이의 기쁨 또한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어린이들 모습에서 어떤 선행에 대한 대가나 섭섭함, 기대감 없는 있는 그대로의 마치 산골짜기에서 흐르는 옹달샘 같은 맑음을 느낀다.
한번은 성모상 앞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기도를 하는데 바람이 심하게 불어 머리 수건이 날아갈 지경이었다. 나도 모르게 한손을 올리고 보니 어린이들이 하나같이 머리에 한 손을 얹고 있었다. 놀랍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 『하 하 하』하고 소리내 웃었더니 모든 어린이들이 따라 웃고 있었다.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거울이며 스승이라고 한다. 그만큼 모방의 명수이며 감수성이 예민한 천사들이다. 그들은 어른들에게 특별한 애정을 가지며 존경의 대상으로 보고 따른다. 끊임없이 움직이며 배우고 주위 환경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탐색하고 경험을 쌓아간다. 마치 스폰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마리아 몬테소리 여사는 이 시기(2세반~3세반)를 「흡수 정신시기」라고 했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특히 이 시기는 우뇌 발달로 잠재력, 음악, 회화, 창조 이미지 직관 등이 대량 입력되어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이 기대될 수 있는 중요하고 소중한 시기다. 이 때 어른들의 무관심과 잣대로 가르치려고 들면 그들 내면의 정의감과 질서감이 상처를 입는다.
가끔 바쁘다는 핑계로 무단횡단을 하고 새치기 하는 어른들을 볼 때 어린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인지 답답해진다. 어릴 때 갈등과 불신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성장 후에도 폭력적이고 좌절감과 열등의식에서 불행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물질이 풍부해도 요즘 어린이들은 정서적으로 메마르고 외롭게 자란다. TV와 컴퓨터 앞에서만 있다보니 사회성 대인관계에도 문제가 생긴다.
국가가 잘되려면 유아교육이 잘 되어야 하고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려면 어린 시절에 하느님 사랑을 통해 이웃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 자아 존중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어린이들의 종교 교육은 미래 지향적이다. 개신교 불교에서는 일찍부터 많은 투자와 관심을 가지고 유아교육 부분에 적극적으로 활동해 오고 있다.
우리 가톨릭에서도 보다 폭넓고 깊은 곳에다 그물을 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 이 시간도 하느님께 두 손 모아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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