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가정의 도전 - 각국의 가정 상황
총회의 안건을 담은 「회의자료」는 아시아 가정에 관한 전체적인 사목현황에서 몇 가지 공통적인 문제와 과제들을 요약함으로써 아시아의 가정 사목의 현실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회의자료」는 아시아가 여전히 가정, 생명에 대한 가치와 사회 구조에 있어서 전통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세계화 현상 등과 맞물려 급속한 변화를 나타내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아시아의 전통들은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갖는다. 즉 긴밀하고 화목한 가족 관계, 노인과 어린이에 대한 사랑과 보살핌 등은 긍정적인 것이지만 점차 사라질 위험에 처해있다. 또한 가부장제, 카스트 제도, 여성에 대한 차별 등은 아시아의 전통 안에서 발견되는 부정적인 요소들이다.
세계화와 맞물린 아시아 가정의 변화는, 가족 형태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즉 오늘날 매우 다양한 가족 형태가 나타나는데, 그중 일부는 그리스도인 가정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에 역행하며, 이는 아시아 교회의 가정 사목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
그밖에 아시아 가정들은 빈곤, 세계화, 도시화, 세속화, 쾌락주의, 물질주의, 이주현상, 어린이 노동, 토지 문제, 인종 등으로 인한 분쟁 상황, 환경과 사회적 갈등 등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러한 FABC의 성찰을 토대로 아시아 각 나라 가정의 상황을 살펴본다.
전통 가치관의 변화는 아시아 각국 가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중국은 개방에 따른 경제적 성장이 오히려 전통적 아시아 가정의 토대를 무너뜨리고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농촌이 붕괴되고 전통적 가치에 따른 삶이 변화되고 있다.
유교적 배경으로 규정된 가치체계가 60년대 이후 변화됐고, 특히 문화혁명(1966~76)은 그러한 가치관을 거의 붕괴시켰다. 젊은이들의 경우, 학교 교육에서 윤리 도덕보다는 경제성장, 높은 사회적 지위 획득이 강조되고 이들은 점점 더 결혼이나 가정에 대해서 진지한 태도를 잃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중국, 인도에 이어 가장 많은 인구를 지닌 아시아 국가로서 70년대초부터 정부의 강력한 산아 제한 정책으로 인해 인구 증가율이 떨어지기 시작해, 71년 2.1명이었던 자녀수는 2001년 1.3명으로 낮아졌다. 인구의 노령화가 급속하게 진행, 2050년경에는 한명의 가장이 무려 73명의 비경제인구를 먹여살려야 하는 상황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시화 문제도 심각해 80년 3300만명이었던 도시 인구가 2001년에는 세배가 뛰어 8800만명으로 늘었고, 여성 노동자 비율이 증가해 2001년 현재 전체 1억 200만명의 노동 인구 중에서 여성 노동자는 41%를 차지했다.
빈곤 문제와 관련해 2002년 현재 정부기준으로만 3360만명, 전체 인구의 16%가 극빈층으로 분류되는데, 국제적인 기준을 적용하면 몇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다. 하루에 미화 2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사람들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 즉 1억1210만명(53.4%)에 달한다.
만연한 분쟁과 폭력 사태는 인도네시아 가정을 위협하는 커다란 요소이다. 98년 5월 수하르토 정권이 몰락한 뒤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대규모 분쟁과 폭력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경우에는 가톨릭 가정은 소수 종교인으로서 이슬람 극단주의 집단으로부터의 차별과 억압, 물리적인 폭력, 법적 제도적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빈곤 문제는 대부분의 사회 문제의 근본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빈곤은 절도, 마약 밀매, 인신 매매로 이어지고, 특히 종교적 소수인들은 이러한 범죄 행위의 희생양이 되기 쉽다.
종교적 소수자들은 사회적으로 많은 차별을 받게 되는데, 단지 그리스도인 가정에 속해있다는 이유만으로 억압과 차별을 받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그리스도교인 가정들은 어쩔 수 없이 낮은 등급의 직업을 갖게 되는데, 오랫 동안 저임금으로 일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아이들을 돌볼 시간이 없게 되고, 이에 따라 아이들은 적절한 보살핌도 교육도 받을 수 없게 된다.
지난해 9월 23일부터 25일까지 가정을 주제로 특별 연구회를 가진 태국은 12월 28일자로 가정사목에 관한 주교회의 사목교서를 이미 발표해 FABC 제8차 총회에 앞서 가정 사목에 대한 태국교회의 사목방향을 모색한 바 있다.
여기서 나타난 태국 가정의 현황을 보면,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의 대부분 나라들 가정이 겪는 공통적인 문제점들이 지적된 것을 볼 수 있다. 즉, 혼인을 통해 가정을 형성하는 연령대가 점차 늦어지고 있으며, 독신자가 늘어나고 자善測?감소함으로써 가정의 수와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이혼율은 급증하면서 결손 가정이 늘어나고 교회의 혼인성사를 하지 않거나 혼인신고 자체를 하지 않는 부부가 늘어나고 동성애자끼리 결합하는 새로운 풍조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종교에 대한 무관심과 함께 가정생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퇴색하고 있으며, 소비주의와 물질주의가 급속하게 확산되며, 새로운 첨단 기술들의 발전에 부모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남성과 여성의 불평등, 빈곤과 세계화의 영향, 그릇된 성 윤리, 이민, 어린이 노동, 환경 파괴와 사회 갈등과 같은 문제들이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 총회 회의자료와 한국교회 의견
‘가정사목 대상·주체는 가정’ 강조
저출산·만혼·독거노인 문제 등에 비중 요청
생명·가정 교육 강화…적어도 관면혼 받도록
FABC 사무국에서 작성한 총회 회의자료는 총회의 안건을 담은 실무적인 문서로서 각국 주교단은 이 회의자료에 대한 의견서를 FABC 사무국에 제출, 총회에서의 논의 진행에 기여하도록 한다. 한국 교회는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 제출했다. 따라서 이 의견서는 이번 총회에서 다루게 될 생명과 가정 문제에 대한 한국교회의 전반적인 의견을 담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의견서는 「회의자료」의 구성에 따라, 아시아 가정의 사목 현황, 신학적 사목적 성찰, 가정사목을 위한 사목적 제안 등 전체 3부로 나눠 각각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우선 제1부 「아시아 가정의 사목 현황」과 관련해, 먼저 세계화의 영향에서 한국 교회와 사회 역시 예외가 아님을 지적한다. 즉 결혼, 동거, 이혼 등에 대한 전통적인 태도가 아직은 아시아적 현상이며 아시아적 가치에 부합하지만 세계화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사회 변화가 개인, 가정, 나아가 혼인과 가정 구조 자체에 대한 생각까지 바꿔 놓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노령화 문제와 저출산 문제가 한국 사회 안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이 여러 통계 조사를 통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과 독신 선호 등 결혼에 대한 태도 변화도 크게 나타나고 있음도 역시 지적된다. 그 외에 독신선호와 다양한 가족 형태의 등장, 높아지는 이혼율, 버려지는 아이들의 문제가 두드러지게 늘고 있음을 여러 통계를 인용해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갈수록 사목적 대처가 더욱 시급하게 된 이주 노동자 가정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으며, 한국 교회 미래 사목의 대안으로 대두된 소공동체 사목에 대한 한국교회의 대응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의견서는 전체적으로, 한국적 상황에 비춰볼 때, 저출산과 낙태, 만혼과 독신생활, 무자녀 가정, 재혼 가정, 편부모 자녀 가정, 독거 노인 가정, 이혼과 버려지는 아이들의 문제를 좀더 비중 있게 다룰 것을 제안하고 있다.
2부 신학적 사목적 성찰에 대해서 의견서는 가정이 가정사목의 대상이자 주체임을 강조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즉 가정을 위한 가정의 사도직으로서 「가정 사도직」에 대한 재인식이 요청되며, 이러한 가정 사도직 수행은 「가정 교회」의 머리인 그리스도의 사제직, 예언자직, 왕직에 동참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성사혼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해야 할 필요성을 제안했다.
3부 가정사목을 위한 제언에서는 몇 가지 제안을 덧붙이고 있는데, 우선 각종 교리 교육에서 생명과 가정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성사혼을 강조하면서 적어도 관면혼을 하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도하는 가정, 성서를 읽는 가정이 되도록 인도하고 유아세례의 중요성과 이에 대한 부모의 의무를 강조하며, 가톨릭 신자 정치인으로 하여금 가정과 생명의 문화를 거스르는 일을 하지 않도록 인도할 것을 지적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 가족에 대한 지원을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그 외에 의견서는 매스 미디어의 영향에 대해 강조하고, 문화의 세계화의 첨병으로서 매스 미디어에 대한 사려 깊은 고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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