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그리스도인의 삶
제1부 인간의 소명 : 성령인의 삶
제1장 인간의 존엄성
제6절 도덕적 양심 (1776~1794)
양심은 하느님께서 인간 인격안에 심어주신 도덕적 판단력이다. 선은 행하고 악은 피하라는 도덕의 기본 원칙은 하느님께서 정하시고 인간 양심에 박아주신 것이므로, 이 법에 순응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길이고, 또 이법에 따라서 인간은 하느님의 심판을 받는다(사목헌장 16장 참조).
Ⅰ. 양심의 판단
양심은 냉철한 이성의 판단(Judgement)이지 막현한 어진(良) 마음(心)이 아니다. 또 양심은 사물의 진리와 허위를 식별하는 인식이 아니고, 지금 행할 선과 피할 악을 식별하는 실천적 판단력이다.
또 양심은 각자의 주관적 판단이다. 선은 행하고 악은 피해야 한다는 도덕률의 대원칙에 대해서는 만인의 양심의 판단이 일치하겠지만, 인간 행위의 수많은 구체적 사항에서는 각자의 양심적 판단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이 가르치고 있다.
양심의 판단은 자유를 가진 인간이 무엇을 할 때에 따라야할 가까운 규범이고 권리이다. 그렇지만 이 자유로운 양심의 권리는 중대한 의무를 동반한다.
Ⅱ. 양심의 형성(形成 Formatio)
양심의 판단은 인간 행위의 가까운 규범이기는 하지만, 각자의 양심적 판단이 언제나 어디서나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 아니고 때로는 그릇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절대적 진리이시고 최고의 선이신 하느님의 뜻에 맞추어 바른 양심을 형성해야 한다.
양심 형성을 위해서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사회와 교회는 양심 교육의 중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 특히 타인에게 영향력 있는 부모 스승 어른 지도자 성직자들은 자신과 피지도자의 양심 형성을 꾸준히 해야 한다. 신앙교리와 계명실천 공부를 계속하고 특히 판단력을 마비시키는 습관성 악행을 엄히 경계해야 한다.
Ⅲ. 양심에 따른 선택
양심이 판단을 해도 어느 판단을 따를 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경우도 허다한다. 이런 때에는 다음 몇가지 원칙을 참고해서 결정한다.
1. 하느님의 법이 인간의 법에 우선한다. 2. 선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 악한 수단을 쓸 수 없다. 3. 『너희는 남에게서 바라는대로 남에게 해 주어라』(마태 7, 12).
Ⅳ. 그릇된 판단
위에 말한 바와 같이 양심은 인간 행위의 도덕성에 대한 주관적 판단이기 때문에, 양심적 판단이라도 객관적으로는 얼마든지 그릇된 판단일 수 있다. 신학자들은 올바른 양심과 그릇된 양심을 구별하고, 혼돈스러운 양심, 세심병적인 양심, 풀어진 양심 등을 그릇된 양심이라 한다. 비도덕적인 생활에 젖은 인간의 양심은 바른 양심이라고 하기 어렵다. 인간의 양심이 하느님의 법에 우선할 수 없기 때문에 소위 『양심적으로 그렇게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덮어놓고 인정해 줄 것이 아니고, 정밀하게 교리적으로나 법적으로 심사 평가하여 대처해야 한다. 개인의 양심을 절대시하는 풍조는 잘못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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