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어린이들과 함께 하면서 유독 잊지 못하는 어린이가 있다.
준호(가명)는 요즘으로 하면 행동 과잉장애라는 딱지가 붙을 만큼 힘이 남아도는 아이었다. 힘이 넘치니 과격했고 아이들을 때리고 울렸다. 하루에도 수십번, 『준호 봐요, 선생님』 『선생님 준호가 배찼어요. 등을 쥐어박았어요. 머리 때렸어요』 이런 말을 듣는 것이 일과였다.
여러 고민 끝에 준호에게 나무 토막에 바둑판 처럼 줄을 긋고 못을 박으라고 했다. 2~3일은 무사히 넘어갔지만 그 다음부터는 또 새로운 방법을 생각했다. 『앞으로 나란히』를 하면 팔을 휘둘러 여러명 아이들을 울리기 때문에 미리 선수를 쳤다.
『준호 좀 보세요. 줄도 잘 서고, 때리지도 않고, 다리도 똑바로 하고 있네요』라고 하자 준호는 다리를 걸려고 옆친구에게 갔다가 슬그머니 자기 다리를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
이제 준호의 무기는 칭찬이었다. 조금이라도 잘하려는 기색이 보이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칭찬하면 고래도 춤춘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준호는 우리들의 칭찬과 관심속에 초등학교에 진학했다.
그런데 얼마뒤 준호 어머니로부터 연락이 왔다. 도무지 학교 가기를 거부하고 유치원만 가겠다고 고집을 피운다는 것이다. 아침마다 「등교 전쟁」이라 했다. 학교 담임선생님도 상담을 요청해왔다. 학교에 오면 교실 분위기가 난장판이 되어서 야단도 치고 달래도 보려 했지만 고집이 매우 강해서 끄덕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조금이라도 칭찬 할 수 있는 사건을 만들어 억지로라도 칭찬을 해보라고 얘기했다. 그래서인지 얼마동안 조용했고 제법 적응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후 다른 곳으로 이사갔다는 소식이 들렸고 얼마간 시간이 흘렀는데 전교에서 1등을 했다고 연락이 왔다.
한두번 소식이 계속된 후 10년 이상 근황을 듣지 못한 어느날, 군인가족 예비신자 피정 지도를 갔는데 준호 엄마를 만났다. 어떻게 신자가 되었을까. 준호는 잘 있는지. 궁금함이 입안을 맴돌았다.
고2때부터 공부를 하지않고 무던히도 부모 속을 썩히던 준호 때문에 어머니는 절에 불공드리러 가는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한날 떡을 해서 절에 가는 어머니를 보고 『나는 성심유치원 나왔는데 성당에나 가시지』하더란다. 그길로 어머니는 성당으로 달려갔고 준호 역시 교리를 배워 온 가족이 세례를 받았다. 준호의 학교 생활도 착실해졌고 그후 S대 사범대에 입학, 식구들과 함께 수녀원을 찾았다.
현재는 연락이 없지만 어느 학교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을 준호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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