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 이기헌 주교와 이번 총회의 실무 준비를 총괄한 FABC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총무 에드먼드 치아 수사로부터 총회의 의미와 중요성을 들어본다. 아울러 개최국 주교회의 의장 최창무 대주교의 개막미사 강론과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차관인 로베르 사라 대주교의 개막 연설 요지를 소개한다.
■ 교황청 로베르 사라 대주교 기조연설(요지)
“모든이에게 구원을 선포합시다”
▲ 로베르 사라 대주교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은 여러분들이 이 방대한 대륙에서 복음 선포에 매진하고 있음을 높이 치하합니다. 아시아 교회의 소명은 복음의 구원 메시지를 선의의 모든 사람들에게 선포하는 것입니다.
이 메시지는 증오와 폭력이 난무하는 오늘날 평화, 사랑과 형제애의 메시지입니다. 특히 사랑은 성령의 선물이며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메시지의 가장 핵심적인 것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에 우리가 선포해야 할 유일하고 독보적인 메시지는 바로 사랑입니다.
먼저 우리의 사도적 소명, 즉 복음화와 사랑으로 세상을 구원하는 사명에 대해서 말하고자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혼란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만 아니라 집단적으로 그러하며 국가와 문화, 종교적 정체성이 더이상 확고하지 않고 윤리와 도덕은 갈등과 분열의 혼돈 속에 있습니다.
십자가에 못박혀 절망을 맛보신 그리스도처럼 우리도 비슷한 경험을 하지만 용기를 내서 무너지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손을 내미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성 요한 라테라노 대성당을 어깨로 지탱한 것처럼 우리는 사랑으로 이 세상이 죽음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주님은 단지 선포만으로, 혹은 기적만으로 세상을 구원하러 오시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희생적 사랑으로 세상을 구하셨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교회의 소명인 복음화가 모든 인종과 대륙, 사회와 문화의 형제자매들과의 친교 안에서 성장한다고 믿습니다.
그리스도는 많은 선포를 하고 기적을 행했지만 사랑이 없었다면 우리는 하느님과 여전히 갈라져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 하느님과 이웃들을 향한 사랑이 없다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은 무의미합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두번째 이야기는 거룩하고 사랑이신 하느님과 대화하려는 노력으로서 「토착화」(inculturation)에 대한 것입니다.
인간의 마음이 하느님께 열려 있을 때, 복음은 그 민족의 문화와 조화롭게 만납니다. 선포가 복음화의 시작점이라고 할 때, 하느님과의 만남과 대화는 그리스도교 메시지의 참된 토착화와 관련됩니다. 이러한 대화는 하느님의 사랑에 따라 살아가는 것, 즉 삶의 성화(HOLINESS OF LIFE)를 지향합니다.
토착화는 전체 삶에 관련된 복잡하고 지속적인 과정으로서 교회가 현재와 미래에 직면한 가장 큰 도전입니다.
토착화는 서구화(Westernization) 대신에 추진되는 아프리카화(Africanization)나 아시아화(Asianization)가 아닙니다. 토착화는 문화를 교회법화하는 것도 아니며, 문화에 왕관을 씌우는 것도 아닙니다. 토착화는 인간의 마음과 문화 안에 주님이 발현하는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그 안에서 변화가 일어나 새로운 지향과 새로운 윤리적 가치가 자리를 잡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거룩하고 복음적 가치에 충실할 수록 토착화의 가능성은 더욱 커지는 것입니다. 신앙의 토착화는 거룩하게 되라는 도전입니다.
복음을 토착화한다는 것은 하느님이 인간 삶과 지식, 윤리적 관행과 문화에 스며들어 사람들을 죄로부터 자유롭게 하고 거룩한 새 삶으로 인도하는 것을 말합니다.
마지막 세번째로 말씀드릴 것은 이번 총회의 주제와 관련된 것입니다. 앞서 말한 거룩함과 하느님의 사랑은 그리스도교 가정 안에서 체험되어야 합니다. 가정은 모든 인간적, 그리스도교적 경험의 시발점입니다. 이번 총회가 「생명을 지향하는 아시아 가정」을 주제로 선정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합니다.
혼인과 가정에 대한 현대 서구사회의 개념은 깊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혼인의 개념은 결혼 외의 모든 관계로까지 확대됐습니다. 전통적 가정은 법적으로도 점점 무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톨릭 교회와 아프리카, 아시아의 사회는 혼인과 가정의 소중함을 굳게 수호해야 합니다.
■ 주교회의 의장 최창무 대주교 개막미사 강론(요지)
말씀을 삶의 첫 자리에
▲ 최창무 대주교
서구 문화의 무비판적 수용으로 핵가족 제도로 변화되고, 저출산과 사회고령화 문제, 성의 개방에 따라 성폭력과 이혼이 늘어나는 것은 아시아 공통의 현상이다. 모든 사회적 범죄가 가정에서의 상처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성서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사회와 마찬가지로 교회도 하느님 말씀보다 돈에 더 관심을 둘 때 하느님 나라와 멀어진다. 초기 교회에서는 가난한 사람들과 부자들이 함께 어울리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초기 교회의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
아시아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대륙이다. 경제적 어려움은 하느님 나라에 더 가까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 교회가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참으로 하느님을 소중하게 여김으로써 하늘나라에 가까울 수 있었으면 한다.
하느님과 하느님 말씀을 첫 자리에 두는 삶을 익히면 하느님을 중심으로 사는 그리스도교 가정이 확산될 것이다. 하느님 말씀을 우선에 두는 그리스도교 가정은 분명 이 세상과 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아시아 사회와 교회가 당면한 문제는 심각하고 복잡하다. 그리고 이 문제들을 물질주의적, 자본주의적으로 해결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이런 식의 해결은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처럼 기적이 요구된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하느님의 말씀과 뜻을 따라 이번 총회가 진행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 주교회의 가정사목위 위원장 이기헌 주교
“가정문제 공동대안 마련해야”
▲ 이기헌 주교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 이기헌 주교(군종교구장)는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제8차 정기총회가 가톨릭 교회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안에서도 가정과 생명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주교는 특히 우리 한국 사회가 불과 수십년 사이에 심각한 「가정의 위기」에 봉착해 있음을 우려했다.
『가정의 위기는 사회의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각하게 전개되는 우리 사회의 가정의 위기에 대해서 교회는 사회와 함께 적절한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 공동으로 대응해나가야 합니다』
이주교는 특히 이러한 가정의 위기는 우리 사회 안에서 「생명의 문화」가 약화된데 그 큰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물질주의, 경제적 관심에만 집중되는 가치관의 문제가 바로 가정의 문제로 직결됩니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이 절실하다는 것입니다』
「생명을 지향하는 아시아 가정」이라는 이번 총회의 주제는 매우 시의적절한 것이고, 이처럼 현실적이고 시급한 사안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번 총회에 대한 세계 가톨릭 교회의 관심도 높다는 것이 이주교의 설명이다.
『가정사목이 다른 모든 사목의 중심적 관점이 되고 가장 우선적인 관심사가 돼야 합니다. 특히 일선 본당 사목에서도 가정 사목에 대한 각별한 배려가 요청됩니다』
■ FABC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 총무 치아 수사
“한국은 아시아복음화 교두보”
▲ 에드먼드 치아 수사
8월 17일부터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제8차 정기총회 준비를 위해 일주일 전부터 대전가톨릭대학교에 머물고 있는 에드먼드 치아(드라살회.42.FABC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총무) 수사는 한국교회가 「아시아 복음화의 교두보」라고 말한다.
이번이 일곱 번째 한국 방문인 치아 수사는 한국에 올 때마다 한국 가톨릭교회의 활발한 모습에 아시아 교회의 밝은 미래를 본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그렇게 짧은 시간에 많이 성장을 한 것은 다른 아시아 교회에 모범이 될 만합니다. 물론 아직은 한국 가톨릭교회가 여전히 소수(minority)이지만, 그 성숙도나 사회적 영향력 등을 볼 때 「강력한 소수」(Big minority)라고 생각합니다』
치아 수사는 이번 총회의 의미를 두 가지로 설명한다.
하나는 4년마다 열리는 총회가 아시아의 모든 주교들이 참석해서 형제애와 연대 속에서 친교를 나누고 사목 정보를 교류하는 자리라는 점이다. 또 다른 의미는 이번 총회가 가정을 주제로 열림으로써, 아시아 각국 교회의 최대 현안인 가정 문제에 대한 공동의 사목적 대안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치아 수사는 아시아 각국이 서구 선진 사회와는 달리 정치적 불안, 경제적 빈곤, 서구 문화의 유입에 따른 정체성 상실, 산업화에 수반되는 도시화 현상에 따른 가정 해체 현상 등 가정과 관련된 공통의 문제들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