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개의 스테인레스 스틸 십자가 조각들이 끝간데없이 손을 맞잡았다. 조각조각들의 머리와 발끝도 마찬가지. 경계없이 맞닿은 십자가들은 종국엔 둥글디 둥근 구의 형태를 이룬다.
박만철(바오로.38.서울 우면동본당)씨는 가로 2.5㎝, 세로 3㎝ 작은 크기의 스테인레스 십자가를 일일이 손으로 용접해 형태를 창조하는 끈질긴 작업을 4여년째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00년 대희년에 2000개의 십자가를 구의 형태로 표현한 것을 계기로 다양한 십자가 공동체 미학을 추구하고 있는 박씨는 8월 25~31일 서울 명동 평화화랑에서 네 번째 개인전을 연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루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사회공동체, 황폐해가는 자연 속에서 서로 기대고 의지하는 유기적인 인간관계를 형상화하고 싶었습니다』
작가가 표현한 십자가 낱개 각각은 그리스도의 사랑과 희생 그리고 인간 개개인을 상징한다. 작은 조각들이 긴밀히 이어진 구와 원반 등의 형상은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구성하는 다양한 공동체. 일터 학교 등 사람들이 모이는 갖가지 장소에서 맺어지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관계는 과연 얼마나 진실한 지, 작가는 십자가 군상들을 통해 성찰을 시도한다.
이번 전시회에서 박씨는 「하늘정원」 「시간이 시작되는 곳」 「묵상의 시간」 「마음에 십자가」 등 총 16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고개숙여 기도하는 듯한 형상, 구를 통과해 십자가의 모습을 드러내는 형상 등이 독특하다. 작품마다 평균 2000~3000개의 십자가 조각들이 연결돼 장관을 이룬다. 특히 스테인레스의 차가움와 완연한 조화를 이룬 자연석이 눈길을 끈다. 울퉁불퉁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자연석은 하느님을 중심으로,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자하는 작가의 염원을 담고 있다.
홍익야외조각 대상을 비롯해 대한민국 미술대전, 미술세계 대상전, 서울현대조각공모전 등에서 수상한 바 있는 박씨는 현재 경희대와 한서대, 서울시립대 등지서 문화재 복원 관련 이론과 실습, 조각이론 등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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