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2003년말 한국 천주교회 교세 통계는 그간 교회내에 피부로만 느꼈던 젊은층 신자들의 부재 현상을 실감하게 만들어준 계기였다.
전년대비 신자 증가율이 1%대에 머물러 30년만의 최저 기록이라는 충격과 함께 흔히 「교회의 미래」로 지칭하는 유년 소년 청년 인구의 감소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전년 대비 신자 연령별 증감 현황에서 40세를 기점으로 그 이하 연령대는 모두 감소율을 보였고 20대 청년층은 7.7%가 감소했다. 특히 가장 왕성하게 활동을 해야할 30대 청년층이 7.2%나 줄어들었다. 또 6세 이하 감소율은 18.4%에 이르렀다.
청년층 비율, 개신교의 1/3
문제는 이러한 교회내 청년층의 저조 현상이 다른 종교 단체와 비교할 때도 턱없이 낮은 숫자라는 것이다. 통계청의 「2003년 사회통계자료」에 따르면 15~19세 연령에서 개신교 신자는 23.2%, 불교 신자는 14.6%의 분포를 보이고 있는데 이를 같은 연령대의 가톨릭 신자 수(7.3%)와 비교해 보면 개신교의 3분의 1, 불교의 2분의 1 정도에 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9세 연령대에서도 개신교 신자는 20.0%, 불교 신자는 16.9%인데 반해 가톨릭 신자는 6.9%에 그치고 있다.
한국 갤럽의 조사를 인용해 볼때 국내 종교의 청년인구(18~30세) 비율을 보면 개신교는 46%에 육박하고 있고 불교가 33%대를 유지하지만 천주교는 19%대에 그치고 있음이 지적되고 있다.
10~30대 신자 증감률을 보면, 만 13~19세 경우 1998년 1.4%에서 2002년에는 -6.1%로 급감했다. 또 20~29세 연령대는 2.0%(1998)에서 2002년에는 -2.5%로 크게 떨어졌다. 30~39세 신자들은 1998년 1.7% 였던 것이 2001년에는 -1.3%로 급락했다.
사실 한국 천주교회가 그동안 젊은이 사목의 중요성을 몰랐다거나 이에 대한 사목적 배려를 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최근들어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는 의식아래 서울대교구를 비롯, 전국 대부분 교구에서 청소년 청년 사목을 전담하는 부서를 마련하고 있고 매년 여름이면 다양한 여름행사를 준비하는 한편 교리교사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젊은이들을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일까.
놀이·문화공간 필요
서울대교구 시노드준비위원회 청소년 청년 의안준비위원회가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사목 활성화와 내실화를 위한 방안」으로 45.5%에 해당하는 청년들이 「청년들을 위한 놀이/문화공간 및 프로그램 제공」을 꼽았고 청년 신자들의 신앙성숙과 관련해 교회에서 제공해 주기를 바라는 프로그램으로는 「심성 계발」(53.2%)을 첫번째로 들었다. 이러한 응답 내용은 그만큼 교회안에 청년들을 위한 시설과 프로그램이 없고 심성 계발에 도움을 주는 신앙 성숙 프로그램이 부재하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편 청소년 냉담자 대상 설문조사에서 「현재 주일학교에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26.4%는 「지루하고 재미없음」을, 23.6%는 「취미 생활과 놀이 때문」을 지적했다. 즉 주일학교에 나가지 않는 청소년들은 주일학교를 지루하고 재미없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고 친구들과의 놀이나 취미생활을 위해서는 가지 않아도 괜찮은 곳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응답은 결국 교회가 그들의 눈높이와 욕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뒷받침도 부족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대교구 시노드 준비 과정 중 개최된 청소년 공청회에서는 그들의 목소리로 교회에 나가지 않는 요인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들은 그저 애들로 통해요』 『슬리퍼를 신고오면 왜 안되는지는 설명해 주지 않고 그저 「교회니까」 라는 식으로 얘기해요』 『성서를 펴놓고 어려운 말로만 설명해요』 『시끄럽다고 밴드 연습을 못하게해요』
청소년 사목 관계자는 이러한 반응과 관련 『아이들은 교회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며 교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교회가 청소년을 존중해주는 구조를 열망한다』면서 『그런 참여를 통해 하느님 말씀을 더 깊이 알고 싶어한다』고 진단했다.
80년대 사목틀 답습
서울대교구 본당 중고등학생 사목부 담당 조재연 신부는 『청소년 청년 사목을 하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면서 『세상의 틀과 그들의 의식이 변했음에도 교회는 아직도 1980년대에 형성된 사목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개인의 부분적 체험에 의존해서 젊은이들을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를 포함 각 교구별로 시노드 등을 통한 젊은이 조사 자료가 나와있지만 이를 토대로한 종합적 분석은 저조한 상태라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그것은 아무리 좋은 자료가 나와도 사목 현장에서 이를 통합할 수 있는 역량이 없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사목 관계자들은 좀 더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사목을 위해서는 사목과 연구가 병행되는 사목 센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대교구 청년사목의 한 담당자는 『교구의 구체적인 사목정책이 수립되고, 그 수립된 정책하에서 교구와 본당이 청년사목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목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면서 『교구의 실무 책임자들이 이러한 정책과 구조 위에서 신명나게 뛸 수 있도록 과감한 시설과 재원의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두 개의 지역 본당을 만드는 데 소요되는 시설과 재원을 교구 젊은이들의 복음화를 위한 청년사목센터, 청년본당, 청년복음화 전문 연수원, 청년 문화공간을 마련하는 데 돌릴 수 있는 과감한 의식의 전환과 교구 정책의 결단이 없이는 청년사목의 획기적인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문화」에 민감한 젊은이들의 정서를 반영한 문화사목의 적극적인 도입 등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개신교회에서 시도하고 있는 화랑과 카페 공연장을 갖춘 교회라든지 음악이나 영화 등 예술적 도구들을 적용한 전례 계발 등도 젊은이들을 교회로 모으는 중요 관건으로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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