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울란바타르】 여권을 찢고 봉사를 계속하겠다던 농담이 지금은 왜 이렇게 현실로 다가오는지. 꼭 쥔 마니또의 손을 쉽게 놓을 수가 없다. 띠앗누리 봉사단의 몽골 체류 마지막날인 8월 12일. 돈보스코 청소년센터 경당에서 봉헌된 파견미사는 띠앗누리 봉사단원과 몽골 청소년들이 흘리는 작별의 눈물로 울음바다가 됐다. 보름간 정들었던 아이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것은 그 동안의 노력봉사로 아린 팔, 다리보다 더 큰 아픔으로 다가온다.
7월 30일 새벽. 띠앗누리 봉사단을 맞은 몽골의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오는 것이 흔치않은 몽골에서 비는 「반가운 손님」이라는 의미다.
「나는 과연 이곳 몽골을 위한 반가운 손님이 될 수 있을까, 이곳 청소년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몽골 전통가옥 게르(Ger)에서 동료의 체온을 벗삼아 잠을 청하는 봉사단원들의 첫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작업 첫날. 이호열 신부(살레시오회)가 돈보스코 청소년 센터를 소개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됐다. 2001년 9월 이 신부가 세운 청소년 센터에는 10세부터 19세까지 44명의 청소년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부모가 없거나,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가출한 청소년들로 이 신부는 이렇게 집을 나와 거리를 떠돌며 맨홀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을 청소년센터로 데려와 교육시키고 있다.
센터에는 이 신부외에도 이기찬(시몬), 이미연(프란체스카)씨 등 한국인 봉사자와 몽골어, 영어, 미술, 음악을 담당하는 몽골인 교사, 주방장 등이 생활하며 청소년들을 보살피고 있다.
『이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따뜻한 사랑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여러분들이 그 역할을 해야 합니다』
몽골청소년들의 조촐한 환영식 후 46명의 봉사단원, 그리고 44명의 몽골청소년들이 「마니또」(수호천사, 비밀친구라는 의미)로 하나가 됐다. 이호열 신부는 마니또가 된 봉사단원과 몽골청소년들의 손을 쥐고 사랑 나눔으로 하나된 보름간의 일정이 될 것을 당부했다.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첫 날 봉사단에게 주어진 임무는 교실과 자료실 바닥 시멘트 작업, 벽돌 찍기, 벽돌찍기 용 나무판 제작, 식당 앞 정지(整地)작업, 그리고 감자밭 잡초제거다.
모둠별로 역할을 배정 받은 봉사단원들이 삽과 곡괭이, 시멘트 포대를 갖고 서둘러 이동한다. 벌써 식당 앞에서는 단원들이 흙을 퍼 나르는 소리가 요란하다. 벽돌찍기를 맡은 단원들은 몽골 인부가 시멘트와 모래, 물을 적절한 비율로 섞는 작업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오후가 되자 햇볕이 더욱 따갑게 내리쬔다. 이제 봉사단 단원들이 직접 나설 차례다. 벽돌을 찍는 데 필요한 나무판 작업을 맡은 곳에서도 못을 박는 망치질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하지만 봉사단원들의 의지와는 달리 일이 수월치 않다. 물과 시멘트, 모래가 적절히 배합되어야만 제대로 된 벽돌을 찍을 수 있는 데 막상 지켜볼 때와는 다르다. 때론 너무 질게 또는 되게 배합돼 벽돌이 부서지기 일쑤다. 여기저기서 한숨이 터져 나온다.
그늘도 없는 벌판에서 나무판을 제작하는 단원들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한 두 시간은 버틸 만 했지만 오후 내내 땡볕에 쪼그려 앉아 작업하는 것도 고역이다. 사정은 벌판 한 가운데 자리한 감자밭 잡초제거 작업도 다르지 않다.
연일 계속되는 작업에 봉사단원들의 몸과 마음이 지쳐만 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각 모둠에서는 다친 봉사단원들이 속출했다. 서툰 망치질에 손을 다치는 건 예사다. 돌에 찍혀 손가락이 퉁퉁 붓고 몽골 청소년들과 운동을 하다가 다리를 다쳐 제대로 걷기 힘든 봉사단원도 생겼다.
1모둠장인 김덕화(비비안나·27)씨는 『단원들이 의욕만 너무 앞서 힘든 것 같다』며 『다시 한번 마음을 추스리고 정말 이곳 청소년들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되새기며 봉사에 임해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갑작스런 소나기가 무더위에 지친 봉사단원들을 위로해 준 오후. 누군가 『무지개다』라고 고함을 쳤다. 남서쪽 하늘에 두 개의 무지개가 하늘에 그려졌다. 무지개는 몽골어로 솔롱고. 특이하게도 몽골사람들은 한국을 「KOREA」가 아닌 「솔롱고스」(무지개의 나라)라고 부른다.
하늘에서 내려왔는지 땅에서 솟아 올랐는지 모를 두 개의 무지개. 봉사단원들이 흘린 땀방울의 의미를 하느님도 알고 계시는 지 솔롱고스의 봉사단원들을 위해 솔롱고를 보내주신 것이다.
뉘엿뉘엿 지는 해와 맞은 편에 그려진 무지개를 바라보며 몽골 청소년들과 손을 맞잡고 작업을 다시 시작하는 단원들의 손놀림이 어느때보다도 가볍고 신명나 보인다.
▲ “환영합니다” 7월 30일 오전에 열린 몽골청소년들의 환영식 모습. 몽골 청소년들은 솔롱고스에서 온 봉사단 일행을 위해 춤과 노래, 연극을 선보이며 자신들을 위해 먼 길을 달려온 봉사단원들을 환영했다.
▲ 띠앗누리 봉사단원과 몽골 어리이가 벽돌을 띡는 작업에 열중이다. 봉사단원들은 자신의 마니또(수호천사)와 함께 봉사활동을 펼쳤다.
▲ 띠앗누리 봉사단원들이 막 찍어낸 벽돌을 옮기고 있다. 단원들이 만들어낸 벽돌은 어림잡아 400여장. 이 벽돌은 센터 몽골 청소년들의 교실을 짓는데 사용된다.
▲ 아침조회에 함께 한 몽골 청소년들이 기도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부모가 없거나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거리를 떠돌던 청소년들이다.
◆ ‘띠앗누리’ 봉사단 단장 김홍진 신부
“교회 미래 밝습니다”
▲ 김홍진 신부
띠앗누리 단기국제봉사단 단장 김홍진 신부(한마음한몸운동본부장)는 모든 일정을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며 『하지만 4일간의 짧은 시간을 함께하며 우리교회의 미래가 정말 밝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매년 5월과 9월 서울대교구내 각 본당에서 실시하는 헌미헌금운동, 100원 동전모으기운동을 통해 세계 각국에 원조사업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봉사단을 꾸려 인력지원을 한 것은 「띠앗누리」가 처음이다.
김신부는 『이번 봉사단 파견은 돈으로 뿐만 아니라 마음으로 나눈다는 것, 수동적 의미의 해외원조에서 발전해 적극적인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라며 『이번 봉사단 활동을 평가해 앞으로도 보다 많은 신자들이 해외원조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신부는 『봉사단에 참여한 청소년.청년들은 힘들고 열악한 환경인 것을 알면서도 자비를 들여 봉사활동에 흔쾌히 응했다』며 『교회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해외원조사업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고 홍보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했다.
마지막으로 김신부는 『본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해외원조사업, 그리고 띠앗누리 봉사단 활동을 발전시켜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보다 능동적이고 균형 잡힌 해외원조기관으로 자리 매김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