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성모자애병원 입원실. 몸을 일으키기도 힘들어 침대에 누운 채 말문을 연 필리핀 노동자 마리나 마블락(27)씨는 내내 깊은 한숨을 내쉰다. 필리핀에 있는 홀어머니와 여섯 동생을 생각할 때마다 지금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한스럽다.
매달 고향으로 보내던 돈이 끊기자 어머니는 무슨 일이 생긴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감기에 걸려 일을 못한다는 이야기도 더 이상 할 수 없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생들은 수업료를 내지 못해 학교를 그만뒀고 생활비도 이제 다 떨어졌다는 어머니의 연락에 마리나씨는 가슴이 메인다.
올 초부터 갑자기 배가 불러오고 복통 증세를 겪던 마리나씨. 하지만 자신만 바라보는 가족들 때문에 일을 그만 둘 수 없었다. 복대로 배를 조여 고통을 줄이며 계속 일을 해 왔다. 하지만 결국 지난 7월 쓰러지고 말았다.
마리나씨의 병명은 결핵성 흉막염이다. 흉막 내에 고름이 차오르는 병으로 치료를 서두르지 않으면 목숨까지 잃게 되는 중병이다. 게다가 마리나씨의 경우 치료시기를 놓쳐 고름이 척추에까지 번진 상태. 척추에 이상이 생기다보니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마리나씨의 간호는 필리핀 노동자인 루비(42)씨가 짬을 내 하고 있다.
그나마 곁에서 간호해 줄 친구가 있다는 것은 마리나씨에게 큰 위안이다. 하지만 벌써 1000여만원을 넘긴 치료비를 생각하면 앞이 깜깜하다. 병원에서는 1년 6개월간 입원치료를 더 해야만 완치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한 달간 빚진 치료비만 해도 마리나씨에게는 벅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척추로 번진 고름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수술까지 받아야 한다는 진단이 나와 치료비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성모자애병원의 도움으로 진료비 납부를 늦춘 채 치료를 계속 받고 있지만 계속해서 진료비 납부를 연장할 수는 없기 때문에 마리나씨는 걱정이 태산같다.
더욱 딱한 것은 마리나씨가 2002년부터 2003년초까지 일했던 회사에서 아직까지 일년 치 월급을 주지 않고 있는 것. 그 돈만이라도 있으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겠지만 회사 고용주는 월급을 체불한 채 도피한 상태다. 노동부에 신고했지만 고용주를 찾을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같은 처지의 필리핀노동자들이 마리나씨의 소식을 듣고 모은 돈은 고작 80여만원. 필리핀 공동체에서도 2차 헌금을 통해 도움을 줄 계획이지만 치료비가 급한 필리핀 노동자들이 너무나 많아 큰 보탬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여섯 동생이 학교도 가지 못하고 고생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너무 슬퍼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어요. 제 기도를 하느님께서 제발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다시 일을 하고 싶어요』
※도움주실 분=우리은행 702-04-107118 (주)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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