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에 젊은이가 없다」
그리 생소한 말도 아니다. 교회의 미래인 젊은이들이 점점 줄고 있는 것은 우리 교회가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젊은이들을 교회로 끌어들이고 자신의 역할을 찾아낼 수 있도록 사목적 배려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벌써 몇 년 째 되풀이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서울 역삼동본당(주임=정무웅 신부) 영어미사단(단장=유지수)의 활동이 주목받는 것은 교회가 당면한 젊은이 사목의 과제를 영어라는 매개체로 풀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영어미사단은 한.일 월드컵 열기가 고조되던 2002년 6월 만들어졌다. 특급호텔이 주위에 밀집해 영어권 관광객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판단한 본당이 주일 11시 영어미사를 마련했고, 영어회화가 가능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며 결성된 것이다.
그런데 본당 사목위원들이 중심이 됐던 영어미사단의 평균연령이 갈수록 낮아졌다. 영어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이 미사를 찾으며 젊은이들의 단체로 변모한 것. 지난 해에는 늘어난 단원들의 체계적인 활동을 위해 성가대와 전례단을 따로 구성했다.
미사를 봉헌하는 주체가 젊다보니 미사 또한 역동적이다. 기타와 건반 반주를 곁들여 미국 생활성가로 봉헌되는 미사는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는 활기찬 분위기가 특징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젊은이들에게 알리고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영어미사단은 지난 7월 25일 「영어미사 2주년 기념 축제의 밤」을 개최하기도 했다.
현재 영어미사단에는 3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하고 있다. 어학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대학생, 외국계회사에 취업한 재외국 교포, 영어공부를 하고 싶어 찾은 대학생 등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는 20대 젊은이들이다. 특히 미사 봉헌을 위해 성당을 찾았다가 영어미사단의 활동에 매력을 느껴 자원봉사를 시작한 외국인도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 게임회사에 근무하는 미국인 네이슨씨와 인도인 토니씨가 그들이다.
올해 전례단 대표를 맡은 네이슨(30)씨는 『4년째 한국에 거주하고 있지만 가장 보람되고 기억에 남는 것은 이곳에서 봉사한 시간이었다』며 『한국 젊은이들과 함께 활동하며 그들의 성실하고 활기찬 모습에 감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국 땅에서 신앙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들에게 영어미사단은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교회의 울타리 밖에서 맴돌던 젊은이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고 교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다는 것이 영어미사단 활동이 만들어낸 가장 큰 결실이다.
영어미사 개설 당시부터 미사를 주례해 온 염영섭 신부(예수회)는 『젊은이들이 영어라는 매개체를 통해 하나로 모이고 자발적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미사가 계속될 수 있었다』며 『보다 더 많은 젊은이들이 미사에 함께 하고 친교를 이룬다면 교회 젊은이 사목의 본보기로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삼동본당의 영어미사는 매주일 11시 지하 1층 경환당에서 봉헌되고 있으며, 10월 3일부터는 오전 10시에 같은 장소에서 마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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