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에는 여러가지 꽃들이 어울려 조화를 이루어 아름답다. 해바라기 꽃처럼 하루종일 웃고 다니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칭얼대며 보채는 아이도 있고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하는 꼬마 철학자들도 있다.
어느 유치원에서 근무할 때이다. 한 아이가 혀도 잘 돌아가지 않는 소리로 『이노미해, 이노미해』라고 떼를 쓰며 울어댄다. 과자 이름인가? 장난감 이름인가? 그래서 그 아이가 하는대로 『이노미』했더니 그것이 아니라고 『아니, 아니』하며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도대체 이노미가 뭘까. 알아야 어떻게 해주지』하면서 할 수 없이 그 아이 집에 전화를 해서 물어보았다.
『명호 어머니. 명호가 이노미를 해달라고 하는데 이노미가 뭐예요?』했더니 명호 엄마가 깔깔대며 웃는다.
그 아이는 밥을 먹을 때도 밥상을 앞에 놓고 모두가 자신이 시키는대로 이노미를 해야 한단다. 회사 출근에 바쁜 아빠가 먼저 밥을 먹었더니 하루종일 울었다고 했다. 이노미를 하지 않고 밥먹은 아빠가 야속했던 모양이다. 전화를 끊고 울고 있던 명호에게 다가갔다.
『명호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닦는다. 명호에게 가만히 손을 잡아주며 『명호야 이노미가 아니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이라고 했더니 그 아이는 여전히 이노미라고 말했다. 아이의 방식대로 따르기로 했다. 명호 부모도 그 아이를 따라서 입교하게 됐고, 온 가족이 신자가 되어 열심이다.
그 뿐만 아니라 어떤 아이는 달래다 지친 우리들도 그대로 두었더니 울다 지쳤는지 『뚝 해주세요. 뚝해주세요』라고 소리쳤다. 그래서 『뚝』했더니 울음을 그쳤다. 신기하기도하고 우습기도 했다. 각 가정마다 삶의 방식이 다르고 자라는 문화가 다른 탓인지 아이를 달래는 방법도 여러가지이다. 언젠가는 김장때 김치를 많이 담궜다. 우리 모두 오후내내 김치 담그는데 매달리다 보니 지치고 힘들었다. 김칫독은 지붕을 만들어 땅에 묻혀있었고, 크고 깊어 혼자서 넣기는 힘이 들어서 우리 선생님에게 안쪽으로 들어가서 함께 넣자는 뜻으로 안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그리고 김치를 들고 김칫독에 넣으려고 뒤를 돌아보니 선생님이 그 속에 들어가있는 것이 아닌가.
놀란 나머지 『선생님 왜 그 속에 들어가 있어요?』라고 했더니 그 선생은 『그 안으로 들어가자고 하셨잖아요』라고 했다. 그 당시는 너무나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웃어 넘겼지만 살아오면서 그 일이 가끔 생각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도 가끔 잘못을 저지르는 우를 범한다. 상대가 원하는 방법이 아닌 내 방법대로의 일을 관철시키기 위해 소리지르고 눈을 부라리며 야단을 친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고 자기 생각이 가장 옳은 방법이라며 따르기를 강요해버린다. 우리들은 어린이들의 미래를 생각하고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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