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제8차 정기총회를 통해 아시아 가정 사목의 가장 큰 과제로 지적된 것은 무엇보다 교육 문제이다.
■ ‘생명과 가정’ 교육강화
인도 주교회의는 「회의자료」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가정사목에 있어서 급선무 중의 하나를 단계적인 교육 문제로 지적했다. 인도교회는 교황청 가정평의회의 지침에 따라 혼인에 앞서 장기적인 교육이 실시될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성교육 등 학교 교육을 통해 실시하는 사전교육을 비롯해 혼인에 대한 일반적인 교육, 그리고 혼인을 앞둔 남녀에 대한 교육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혼인 후의 단계적 교육 필요성을 강조, 자녀의 연령대별로 가족의 발달 상황에 따른 적절한 교육이 개발, 실시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오늘날처럼 급변하는 사회 안에서는 부모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태국은 평신도의 각성과 함께 성직자와 수도자가 가정 사목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이 실시될 필요성을 강조한다.
일본의 경우에는 교육 문제에 있어서, 성적 무질서와 관련해 청소년에 대한 성윤리 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즉, 어린이와 학생, 청소년들이 생명의 존엄성과 성, 혼인과 가정에 대한 종합적인 교육을 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 보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한다는 것이다.
■ 가정사목의 중심성
아시아 각국의 가정사목 현황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각 지역과 교구, 본당에서의 가정 사목 담당 부서와 조직 현황에서 나타난다.
인도의 경우를 보면, 가정사목센터를 설치하거나 전담 팀을 구성하고 있는 교구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이에 따라서 지역과 교구 차원에서 가정사목 전담 조직이 확대돼야 하고, 나아가 본당에서도 가정사목 담당부서를 설치하고 여러 가정들이 함께 모여 친교를 나누는 모임도 강화할 필요성이 강조됐다.
인도네시아도 주교회의 산하에 관련 위원회를 설치하고 상근 인력 배정과 재정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교구에서도 가정사목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차원에서 가정사목 전담 기구를 창설해 아시아 각국의 가정사목 부서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본 역시 가정사목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소 열악한 편이다. 일본 주교회의는 각 교구 가정사목위원회의 설치를 독려하기 위해서 1983년 설치됐던 주교회의 산하 위원회를 1998년 해체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사목위원회가 설치된 곳은 2개 교구밖에 안된다.
■ 가정사도직 단체 활성화
평신도들의 자발적인 사도직 활동이 중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는 각종 사도직 단체 참여를 유도하고 활성화를 위한 관심과 지원의 문제이다.
인도교회는 ME를 비롯해 가정 단위로 활동하는 여러 형태의 가정 사도직 단체들이 구성돼 있는데, 이 단체들은 가정들간의 친교와 가정 영성의 활성화, 교회 활동의 활력 증진 등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인도네시아는 6∼8가정으로 구성되는 기초 공동체가 가정사목의 활성화에 큰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망한다.
파키스탄 역시 가정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유용한 방법으로서 ME나 포콜라레 가정운동 등등의 사도직 활동에 적극 참여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 혼종혼과 이주민 사목
아시아 각국 교회는 가정 사목과 관련해 공통적 대안 및 사목 과제들을 제시하는 한편 각국 상황에 따라 우선 순위에 있어서 차이점들을 보이기도 한다.
인도,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는 혼종혼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 이에 대한 제도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도의 경우, 혼종혼 문제는 시급한 사목적 문제로서 대개의 경우 가톨릭 예식으로 혼인을 하고 힌두교 예식을 별도로 하거나 그 반대의 형태로 이뤄진다. 이는 그리스도교 정신에 어긋난다. 따라서 인도 교회는 양쪽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혼인 예식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한다.
일본은 다른 나라들과 상이한 사목 과제들을 안고 있다. 예컨대, 이주 노동자의 유입이 매우 중요한 교회적, 사회적 과제로 2002년말 현재, 207만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있는데 이는 전체 인구의 1.5%에 달한다. 그 중 가톨릭 신자수는 40만7000여명으로 이는 일본인 가톨릭 신자수 44만2000여명에 가까운 수치이다. 국제 결혼의 문제 역시 시급한 문제이다. 특히 이들 국제결혼 부부들의 경우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일본은 또 생명 문제와 관련해 인간 배아 실험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생명의 시작 시점」에 대한 문제는 일본과 한국 등 생명 과학이 발달한 국가에서 최근 크게 문제시됐다. 일본과 한국은 낙태 문제와 함께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 전면 금지될 수 있도록 하는 문제가 하나의 큰 과제이다.
■ 국가 정책의 문제
가정 문제는 교회 안의 문제만이 아니다. 아시아의 경우, 그리스도교의 비중이 미약함에 따라서 정부와 국가의 가정 정책이 아시아의 가정 문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정책 입안자들의 책임이 중요하다.
인도네시아는 이와 관련해 『가톨릭과 비가톨릭 가정은 한배를 타고 있다』며 아시아의 가정 문제는 사목적인 면보다 오히려 국가 정책과 입법 방향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서 국가와 정부는 가정의 복지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반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인터뷰 /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차관 로베르 사라 대주교
“가정문제는 가정복음화로”
『FABC 총회에서 논의된 바와 같이 가정은 생명의 성소이고 사회의 기초조직이며 참된 사랑의 학교입니다. 이번 총회가 죽음의 문화가 막을 내리고 모든 피조물, 특히 인간 생명의 증진과 보호가 이뤄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8월 17일부터 23일까지 대전가톨릭대학교에서 열린 FABC 제8차 정기총회에 참석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차관 로베르 사라 대주교는 아시아의 가정 문제는 궁극적으로 그리스도 신앙에 바탕을 둔 가정 복음화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세계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지만 복음화율은 2%에 그치는 아시아 교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복음화입니다. 그것은 세상의 빛이며 인류의 참생명으로서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일입니다』
사라 대주교는 아시아가 그리스도께 마음을 열면 이는 아시아 뿐만 아니라 인류의 복음화를 수행하는 위대한 선포자가 될 것이라며 아시아 교회가 각 지역교회에 영적, 물적 지원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는 참으로 아시아 교회들이 아낌없는 헌신으로 이 방대한 대륙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는 일을 용감하게 계속해나가기를 희망합니다. 이 과업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들의 헌신을 더욱 새롭게 하고, 그리스도 신앙에 뿌리를 내린 토착화의 노력과 가정들을 통해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자기 일상 생활 안에서 구체화할 적절한 방법들을 찾음으로써만 가능합니다』
◆ 인터뷰 / 대만 가오슝 교구장 폴 샨 쿠오시 추기경
“정부, 혼전교육 의무화시켜”
『아시아의 공통된 가정문제로 대가족의 해체를 꼽을 수 있습니다. 아시아는 전통적으로 가정을 기반으로 하고 또 중시하는 문화로서, 대가족이 기본이었고 가족애가 매우 돈독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경제발전과 도시화, 세계화로 인해 대가족이 해체되고 서양문화의 영향으로 이혼과 낙태 등의 부정적 결과가 많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대만의 경우는 한국과 비슷한 사회문화적 분위기로 한국의 가정문제와 대동소이한 가정문제들이 산재해있다. 특히 이혼문제는 심각하다. 결혼 한 부부 5쌍 중 2쌍이 이혼을 한다. 따라서 재혼부부도 많다.
『가정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교회는 물론 정부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는 2001년 「새 세기 새복음화」를 주제로 전국 가정신앙대회를 개최했고 이듬해부터는 가정기도와 성서읽기, 가족미사 참여 등을 포함한 가정사목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급증하는 이혼율을 줄이기 위한 혼전 교육을 포함해 젊은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강화되고 있다고 한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이혼 등의 심각한 가정 문제를 인식해, 법적으로 혼전 교육 강좌를 2회 이상 수료하도록 의무화했다. 교육 프로그램은 가톨릭 뿐 아니라 일반 사회 전문기관과 타종교에서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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