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신자는 개인의 영성심화와 교회 쇄신을 위하여 신심행위를 실천하고 신심행사에 적극 참여하며, 교회가 인준한 신심 단체에도 가입하여 활동하기를 권장한다』(한국천주교사목지침서 제209조 「신심단체」)
한국천주교사목지침서는 전례헌장과 사목회의 「신심운동」 의안의 내용을 인용해 모든 신자들이 각자 자신의 처지와 목적에 맞게 신심 단체에 가입해 활동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신심운동」 의안은 52항에서 『그리스도교 생활이 오로지 전례에 참여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신자들은 교회의 법규와 규정에 합치되는 「신심행위」와 「신심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교회가 인준한 신심단체에도 적극 참여하라고 권고했다.
신심운동 단체들의 활동은 그야말로 한국교회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단체들은 아울러 각 개인들의 신앙 생활이 성숙하고 교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이 되어왔다. 70년대와 80년대 교회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게 된 것은 이러한 신심운동 단체들의 역할에 크게 힘을 입었다고 할 수 있다.
사목회의에서 「신심운동」을 별도의 의안으로 독립해 다룬 것 역시 이처럼 신심운동, 교회운동들이 한국 교회의 사목에서 갖고 있는 높은 비중과 기대를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의안은 한편으로 이러한 신심운동과 교회운동들이 『신앙의 내실화와 쇄신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하며 자칫 기복적인 방향으로 흐르거나, 감정 위주의 신앙을 조장하거나 나아가 개인 구원만을 강조해 사회적 측면에 대해 소홀할 위험성도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단체나 운동이 자칫 폐쇄적이거나 배타적인 성향을 갖게 될 우려에 대해서도 역시 지적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한국교회의 신심운동과 교회운동들이 단순히 서구 교회의 운동들을 모방하는데 그치지 않도록, 토착화를 위해 노력함으로써 그 시대 그 교회의 참된 신앙을 표현하도록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과 과제들은 사목회의 개최 20주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교회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신심운동, 교회운동들의 현황에도 적절하게 적용될 수 있다.
신심운동 의안의 내용
의안은 서언과 결언 외에 3개장으로 구성돼 있다. 서언에서 의안은 각종 신심과 신심운동들이 신자들의 생활을 심화시키고 교회를 쇄신하는데 크게 기여함을 인정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실천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의안은 한국교회의 자랑스러운 전통이자 영성의 밑바탕인 순교신심을 귀감으로 삼아 신심운동과 교회운동을 펼쳐나갈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어 제1장 「그리스도교의 가르침과 신자 생활」에서 의안은 창조주이신 하느님과 길이신 그리스도, 그리고 우리를 거룩하게 하시는 성령의 역사를 다루면서 이러한 삼위일체에 대한 올바른 신심을 가질 것을 강조한다.
의안은 이어 그리스도의 신비체로서 교회의 모습을 그리고, 나아가 은총의 생활로서 신망애의 삼덕에 대해 서술하며 올바른 신앙생활을 하는 수단으로서 성서와 전례, 성사, 기도 등을 설명한다. 이 대목에서 의안은 그리스도인의 신앙생활이 성체, 성심, 성모, 성인들에 대한 신심과 각종 신심행사들에 의해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지적한다.
제2장 「신심생활과 신심운동」에서 의안은 신심의 여러 형태들을 나열하면서 특별히 한국교회의 순교 신심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의안은 이러한 교회내의 여러 신심들이 신자 생활에 근본적인 것으로 요구되지만 어느 한 신심만을 강조하거나 요구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신심운동은 자신의 성화와 교회 쇄신을 위해 신심의 대상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면서 이에 상응한 신심 행위를 실천하고 전파하려는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정의되고, 이러한 신심운동들은 교회의 역사 안에서 볼 수 있듯이 하느님의 섭리로 이해된다.
제3장 「신심운동과 교회운동의 실천 규범」은 신심, 신심행위, 신심운동이 올바른 것이 되기 위한 요소들을 제시하고 있으며 개인의 성화, 교회의 쇄신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지적한다. 아울러 신심운동, 교회운동이 주의해야 할 점들을 지적하는데, 예컨대, 특정 신심이나 신심운동을 절대화해서는 안되며, 어떤 신심운동에 종사한다고 해서 특별한 선택을 받았다는 우월감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의안은 여기서도 토착화의 필요성에 대해서 누차 강조한다. 즉 『거의 모든 신심운동이 서구인의 심성과 사회 조건을 바탕으로 하여 발생 전달됐으므로 토착화가 미비한 신심운동체에서 발견되는 외래어로 된 명칭과 용어 및 서구적 표현 방법과 진행 과정 등이 신자들에게 이질감을 주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여기에서도 건전하고 균형 있는 신심운동과 교회 운동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올바른 신앙의 교육이다. 한마디로 신심이 그 시대 교회의 신앙을 재현하고 있다는 면에서, 전체 교회가 신앙의 내실화와 계속적인 쇄신을 통해서 복음 정신을 생활화할 때 비로소 건전한 신심운동과 교회운동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노드에서의 신심운동
각 교구 시노드들에서는 직접적으로 「신심운동」을 논하는 문헌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신심운동과 교회운동에 관한 내용들은 사도직 활동과 관련해 그 활성화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인천교구는 시노드 최종문서에서 평신도 사도직 활성화에 대한 요구에 대해 사제가 평신도 사도직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것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평신도 교육과 양성을 적극 지원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평신도 의안 6항에서 조직적 사도직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다원적이고 분화된 오늘의 상황과 복합적인 성격을 갖는 여러 문제들을 염두에 둘 때 조직적 사도직은 더욱 중요성을 갖는다』며 『사도직 활동의 문화적 효과는 단체적으로 혹은 조직적으로 이루어질 때 더욱 많은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17항에서는 인천교구의 현실을 분석하면서 평신도의 조직적 사도직에 대한 깊은 이해 부족으로 질적, 양적으로 활성화가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이러한 조직적 사도직이 본당 중심으로 이뤄져 교구 차원의 단체들간 연대는 미미하고 전국적 국제적 연대를 통한 성숙을 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 「희망을 안고 하느님께」에서도 평신도 사도직 단체의 활성화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러한 사도직 운동과 단체들은 교회 공동체의 협동을 요청하며, 특히 『계획과 활동이 날로 조직화되어 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사도직 활동의 효과 역시 조직에 달려 있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교회 사도직 단체들은 서로 존중하는 가운데, 확고하고도 진정한 친교를 이루며 서로 협력하여야 하고, 교회 전체의 사도직과 결합되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서는 여기서 사목회의 「신심운동」 의안의 주요한 제안 중 하나인 토착화 문제와 관련해 『많은 사도직 단체의 외국어 명칭도 우리말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서는 또 「교회 운영」 중 「본당 운영」에서 「사도직 단체의 균형 있는 성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본당 주임 사제는 본당 공동체 안에 다양한 사도직 단체와 신심 단체들이 균형 있는 발전과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사목적 배려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심운동, 교회운동, 사도직활동 등등으로 표현되는 한국 교회내 운동과 단체들에 대해 사목회의 의안은 기본적으로 한국교회의 발전과 신자들의 신심 고양에 있어서 기여한 바가 큰 것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의 신심운동, 교회운동들이 지닌 고질적인 문제들이 해결돼야 한다는 과제는 남는다.
우선 사목회의 의안은 토착화된 신심 및 교회운동을 강조한다. 오랜 역사 속에서 신심 및 교회운동을 발전시켜오고, 그로써 교회 쇄신의 바람을 일으켰던 서구 교회에서 수입된 것들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신심 및 교회 운동 대개를 차지한다. 물론 연령회 등 한국교회 안에서 자생한 단체들도 이제는 눈에 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한국교회 안의 신심, 교회운동은 서구 교회에서 발전한 기구와 단체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단체들의 활동과 용어 등에 있어서 이를 토착화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지적돼 왔지만 실상 그 성과는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교회 단체들에 있어서 문제시되는 것 중의 하나는 방대하게 성장한 단체의 경우 때로는 교회의 본래적인 모습보다 그 단체가 교회의 전부인 양 착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럴 때 그 단체는 폐쇄적이거나 배타적이 되기 쉽다. 사목회의 「신심운동」 의안 역시 이 점에 대해서 크게 강조하고 우려하고 있다. 이럴 경우 본당에서 단체간의 갈등과 분열이 나타나기 쉽고 신심, 교회운동 단체가 오히려 복음화, 친교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한국 교회의 단체 활동에서 또 한 가지 문제는 지나친 친목 위주의 활동이다. 구성원간의 친교가 물론 중요하지만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오직 친목 도모에만 힘쓸 경우 그것은 교회 활동이라기보다는 사회 조직에 그치게 된다. 아울러 선교와 복음화라는 본래의 취지를 잃게 된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사목에 있어서 소공동체는 매우 중요한 사목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신심, 교회운동 단체들과 이러한 소공동체와의 관계성 설정이 절실한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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