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린이들이 등원을 하면 제일 먼저 성모상 앞에서 오늘 하루 예수님.마리아님과 함께 살기를 바라면서 자유기도와 묵주기도 1단으로 생활이 시작된다.
우리 어린이 집은 울보쟁이, 떼쟁이, 코찔찔이, 똥싸개, 오줌싸개 등 온갖 개구쟁이들의 소란에 엎치락뒤치락 하루해가 저문다. 어린이들의 정의감에는 한치 양보도 없다. 점심 때마다 함께 바치는 식사전 기도끝에 『주방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먼저 드십시오』를 집에 가서도 그대로 외친다고 한다. 듣다 못해 부모들이 집에는 주방 선생님이나 선생님이 안계신다고 해도 한마디라도 빠트리면 밥을 먹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어린이들이다.
절에 다니던 한 할머니는 아이에게 식사전 기도를 못하게 했더니 그 아이가 밥먹기 전에 꼭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을 하더니 『관세음 보살』을 하더란다. 그 이후 극성스럽게 말리던 그 할머니도 더이상 아이의 기도를 막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집수리를 하느라 시끄러워서 어린이들을 뒷동산으로 데리고 나갔다. 아이들은 이것저것 보는 것 마다 신기한지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망초꽃이 하얗게 피어 있고 이름모를 들꽃들이 온통 황홀한 꽃밭을 이루었다. 망초꽃으로 꽃관을 엮어 머리위에 씌워주고 크로바 꽃잎으로 꽃시계, 꽃목걸이를 만들어 걸어주며 사랑한다고 했더니 아이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좋아하며 들꽃 향기 한아름 안고 깔깔대며 춤을 춘다. 조그마한 것에도 눈을 커다랗게 뜨고 기뻐하며 행복해 했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울수가! 우리들이 점심을 먹고 뒷정리를 하는데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더니 점점 굵어졌다. 비를 피하려고 가까운 곳에 있는 지붕밑으로 갔다. 선생님들은 돗자리를 머리위로 펴서 어린이들이 비를 맞지 않게 가리고 아이들은 비좁다며 밀고 당기고 하더니 결국은 울음보가 여기저기서 터지기 시작했다. 빗줄기는 더욱 거세어지고 강풍마저 불어와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우리는 비가 그쳐주기를 기다리며 『얘들아 우리 기도하자』고 했더니 아이들은 금새 조용해졌고, 우리는 한마음이 되어 열심히 묵주기도를 바쳤다. 그리고 우리가 기도를 끝마치니 비도 그쳤다. 아이들 입에서 『우리가 기도하니 비가 그쳤다. 그치? 참 신기하지』하면서 놀라워했다. 그날 저녁 한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 어머니는 오늘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아이가 몸이 아파서 병원가는 길에 비가 간간이 내리니까 아이가 엄마를 보고 기도하자고 하더란다.
그 엄마가 『나는 기도할 줄 몰라. 네가 해』라고 했더니 아이는 혼자서 중얼중얼 기도를 한참 하더니 『엄마 보세요. 제가 기도했더니 비가 그쳤죠?』하더란다.
신앙이 없는 엄마가 이런 아이를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지 약간은 걱정이 앞선다. 언젠가는 당신의 사랑하는 가족이 되어주기를 주님께 맡겨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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