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2003년 현재 10억 6500만명의 인구로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이다. 뿌리깊은 전통, 다양한 민족과 종교와 언어를 지니고 있는 영성의 나라 인도는 그러나 빈곤과 신분제도, 급변하는 사회환경 등으로 인해 많은 가정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화로 인해 더욱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빈곤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인구의 40% 이상이 빈곤선 이하로 살고 있으며 대부분 땅을 소유하지 못해 소작인으로 살아간다. 이러한 빈곤은 결국 가정을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세계화는 특히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촌 지역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이같은 상황을 견딜 수 없는 많은 농민들이 자살하고 있다. 일부 주에서는 수천명의 어린이들이 영양실조로 생명을 잃기도 했다.
뿌리깊은 가부장적 전통으로 남녀 차별이 상존한다. 이는 여자 어린이들에 대한 성차별로 이어지고 이러한 경향은 선진국들이 후진국과 개도국에 강요하는 산아제한정책과 연결돼 여아들의 낙태가 조장된다. 출산율이 떨어져 고령화사회 문제를 안고 있으며, 극심한 성비 불균형 현상을 보인다.
다종교 사회인 인도에서는 혼종혼으로 인한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서로 다른 종교, 사회, 문화적 배경을 지닌 배우자들이 결혼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 인도에서는 혼종혼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 사진은 전통 결혼식 중 가족예식 장면.
전체적으로 볼 때 인도 가정은 아직은 전통적 가치에 따라 안정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날 이러한 가정의 가치는 급속하게 붕괴되고 있다.
특히 산업화로 인한 농촌 인구의 도시 집중,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이주하는 가장들이 늘어남에 따른 편부모 가정의 증가, 매스 미디어가 전통적 가정 가치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경제적 불평등으로 야기되는 문제들로 인해서 이러한 상황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 교회는 나름대로 가정 사목의 강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상황에 비해서 아직 그 대안은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가정사목 담당주교를 임명하거나 가정사목센터를 설치, 운영하고 있지만 가정 사목 조직을 좀더 강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인도 교회는 특히 여러 가정으로 구성되는 본당 차원의 가정조직의 구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여러 가정들이 친교를 나누고 어려운 가정을 도우며, 시대에 맞는 가정의 영성을 계발하고 가정이 「가정교회」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주체로 육성하는 것이다.
아울러 가정 사도직 단체 육성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인도 교회 에는 우리나라에서 낯익은 ME를 비롯해서, 그리스도를 위한 가정, 약혼자 모임 등 다양한 가정 사도직 모임들이 활성화돼 있다. 특히 이들 모임 중에는 연령대 별로 구성된 다양한 모임들도 있다. 이러한 단체들을 교구와 본당 차원에서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도 교회는 내년 봄에 열리는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 가정을 주제로 한 다양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인도교회 역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가정사목이 인도교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사목적 과제임을 절실하게 깨닫고 있다.
◆ 인터뷰 / 인도 주교회의 의장 플라치두스 토포 추기경
“이주노동자 늘어 가정해체 심각”
『원래 인도인들은 가정에 대한 의식도 강하고 일반적으로 대가족 제도, 가족간 결속력도 강하지만 최근들어 가정 해체의 위협에 직면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인도 주교회의 의장인 플라치두스 토포 추기경(란치 대교구장)은 다양한 종교와 언어를 지닌 인도의 가정들이 겪는 문제들이 매우 다양하다고 지적했다. 각 주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가족제도 역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 그중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이주 노동자들의 문제이다.
『가난 때문에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려들거나 해외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들이 가족들과 헤어져 지내는 문제가 심각합니다. 발전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젊은 여성들의 경우는 문제가 더욱 큽니다. 노동을 하러 떠났다가 성매매 등에 빠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고 아동 노동 문제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인도 교회에서는 다각적인 가정사목 정책을 펼치고 있다. 현재는 국내 이주민들을 위한 지역 내 교구 및 본당 네트워크 형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수도회를 중심으로 책임자들을 선정해 이주민들의 원래 본당과 정착지 본당을 연결해 인적사항 등을 보내주고 여러 가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인도교회에서는 전체적인 가정성화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주교회의 차원과 각 교구별로 가정사목 전담 부서를 두고 있다.
특히 가족 구성원의 성화를 위한 「그리스도를 위한 가정」이라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가정생활센터와 ME 등이 널리 퍼져있다.
『하느님의 계획이 「가정」을 통해 이뤄지고, 생명과 복음화의 시작인 「가정교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