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화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가정들은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인구 성장률 자체가 급락해 1971년 2.1%에서 2001년 1.3%로 떨어졌다. 낮은 인구 성장률은 평균수명의 증가와 함께 고령화사회로의 진입이 촉진됐다. 아울러 산업화에 따라 급속한 도시화가 이뤄져 1980년 도시 인구는 전체의 22%인 3300만명이었으나 2002년 현재 42%인 8800만명으로 늘어났다.
또 노동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발생했다. 여성노동자의 증가 추세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 한편, 산업화를 향해 가던 인도네시아는 아시아 전역의 외환위기 국면 속에서 급격한 산업 붕괴 현상을 겪게 되고 이에 실업, 특히 청년층의 미취업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나타났다.
사회구조의 변화에 있어서, 우선 농촌의 빈곤 문제는 가장 심각하다. 경제위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가난한 지역은 식수, 전기, 교육, 위생 등 생활 자체의 심각한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격화되는 인종 분쟁으로 인해 특히 어린이와 여성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인종과 종교가 다양함에 따라 혼종혼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아울러 대중매체의 확산으로 전통적인 가치관이 붕괴됨으로써 가족 형태 자체가 변화하고 가족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희미해지는 상황이다.
가족 구조에 있어서는 기존의 대가족 제도가 점차 붕괴되고 있으며, 나아가 핵가족의 규모 자체도 더욱 줄어들고 있다. 지난 1971년만 해도 여성 1명이 평균 6명의 자녀를 낳았으나 2003년 현재 3명으로 줄었다.
경제 사정이 어려워짐에 따라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이는 자녀의 교육과 양육에 있어서 구멍이 뚫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대부분 이슬람이고 가톨릭은 소수이다. 이에 따라 가톨릭 신자들은 자주 신앙적 전통과 관례가 도전받는 경우에 부딪히게 된다. 여기에 이혼이나 성의 자유, 동거 등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영향에도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또 교회의 가르침과 전통적 관습, 관례가 상충됨에 따라서 겪는 어려움도 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인도네시아 교회는 나름대로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다양한 가정 사목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도네시아 교회는 가톨릭이 워낙 소수인 상황을 인식하고, 교회의 사목적 대응에 앞서서 국가의 정책적 방향을 올바로 하는데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즉, 정부가 가정을 수호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지 않는다면 교회의 활동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회 내적으로는 특별히 결혼 후 각 가정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책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각 가정을 단계별로 나눠, 자녀의 성장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나는 가정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실시한다. 아울러 6~8가정으로 이뤄진 소규모 공동체를 강화하는데에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사회가 급변할수록 부모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는 취지에서 우선 부모 교육을 철저하게 실시하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도네시아 교회는 가정을 모든 사목의 중심에 위치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뚜렷한 대안이나 성과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오늘날 가정이 직면한 모든 도전과 위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정은 인도네시아 교회 사목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 인터뷰 /인도네시아 주교회의 의장 리야디 다르마트마자 추기경
“교회, 모든 이 묶는 고리돼야”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역시 가난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가장의 책임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고 가족 개개인의 노력으로 이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주교회의 의장 리야디 다르마트마자 추기경(자카르타 대교구장)은 빈곤 문제가 소수 부유층과의 갈등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빈부 격차는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합니다. 부유한 이들은 엄청나게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몸이 아파도 치료를 받기조차 힘든 현실입니다. 그러다보니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간에 극한적인 대립 관계가 빚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실제 유혈 충돌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사회는 이러한 계층간, 인종과 문화간 긴장을 완화하고 공존과 협력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큰 사회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교회부터 하나를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처럼 교구 중심의 공동체를 꾸려나가지도 못합니다. 지역별로 너무나 편차가 심하고 거리가 멀어서 교구장의 사목 지침이 일선 본당 사제들에게 전해지는데에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360여개의 섬들로 구성된 인도네시아는 지역에 따라 사목 환경 자체가 매우 차이가 있고, 서로간의 교류와 협력의 여건이 열악한 편이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가톨릭 신자수가 전체 인구의 4% 밖에 되지 않아 재정이나 인력 상황도 여의치 않다. 특히 사제나 수도자의 수가 심각하게 부족한 실정이다.
인도네시아 교회는 앞으로 가난한 사람들과 부자들을 하나로 묶어 주기 위한 노력에 모든 힘을 쏟을 생각이다.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인도네시아 교회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입니다』
세계교회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