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상태에 빠진 김주호씨. 10년째 식물인간 남편의 대소변을 받아내며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아내. 그리고 극심한 근육통과 두통을 수반하는 「자율신경실조증」으로 고통받는 딸….
김주호(스테파노.51.수원 권선동본당)씨 가족의 삶은 기구한 운명 그 자체다. 가난하지만 단란한 가정을 꾸렸던 김씨의 슬픈 가족사는 지난 95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그날 김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퇴근길을 재촉하다 갑작스런 심장마비가 일어나 약 4분간 심장이 멎는 사고를 당했다. 급성심근경색으로 인한 뇌사상태. 발병 당시 병원에서는 전혀 가망이 없다고 했으나, 부인 임미자(스테파니아.43)씨는 차마 제 손으로 산소 호흡기를 뗄 수 없었다. 그때부터 김씨는 배에 호스를 꼽고 식사를 하며 하루하루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세상 모든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의 세월. 이후 김씨 가족은 장애인들에게 제공되는 임대 주공아파트로 이사해 정부의 생활보호대상자 지원금과 권선동본당의 도움으로 근근히 생계를 꾸려왔다.
속절없는 세월은 자꾸만 흘러가 지난해에는 큰딸 찬숙(리나.23)씨가 전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직장을 갖게 됐다. 김씨 가족에도 작지만 소중한 행복이 찾아오는 듯 했다.
그러나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했던가. 한 순간도 아버지 곁을 떠날 수 없는 어머니를 대신해 가장 역할을 자처한 찬숙씨 몸에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머리, 어깨, 척추, 목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 것. 처음엔 피곤해서 그러려니 했으나 고통은 날로 심해져 병원을 찾게됐고, 지난해 겨울 수원 아주대학병원에서 「자율신경실조증」 판정을 받았다.
「왜 우리 가족에게만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라며 하느님을 원망하기도 여러 번. 그러나 이대로 주저앉을 수만은 없다. 찬숙씨는 통원 치료를 받아가며 아픈 몸을 이끌고 직장에 나가고 있다.
각각 남편과 아버지가 얼른 훌훌 털고 일어나기만을 기다리며 오늘도 힘든 하루를 살아가는 두 모녀. 무슨 일이 있어도 딸의 병만은 고쳐주겠다고 다짐하는 어머니와, 몹쓸 병에 걸렸다는 이유만으로 죄책감에 시달리는 마음 착한 딸.
10년 간병생활에 임씨의 몸도 망가질 대로 망가졌고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쳤다. 이제는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찬숙이 만이라도 웃음을 되찾았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여러 은인들의 도움으로 살아왔는데…. 이렇게 또 도움을 청하는 것이 너무 죄송스럽기만 해요』
남편과 딸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슬픔과 안타까움이 북받친 듯 임씨는 말을 잇지 못한 채 눈물을 쏟고 말았다.
※도움주실 분=우리은행 702-04-107874 (주)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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