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교회사연구소는 설립 40주년을 맞아 9월 11일 서울 명동성당 문화관 꼬스트홀에서 「교회사연구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 종합·기조강연
한국교회사연구소 설립 40주년을 맞아 마련된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는 한국 천주교회사 연구에 있어서 새로운 장을 열고자 하는 교회사 연구자들의 과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교회사 연구,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는 가장 근본적인 물음인 동시에 가장 발전적이고 진취적인 성찰이기 때문이다.
최석우 신부는 기조강연에서 「보다 근본적인 교회사의 연구와 서술」의 과제를 다루면서 신학인 동시에 역사학에 속하는 교회사의 정체를 규명하고 역사와 교회사의 속화 과정을 살핀 뒤, 그 극복의 도정을 통해 오늘의 교회사와 교회사가에게 제기된 과제를 제시했다.
최신부와 제1주제 「교회사는 신학인가?」를 발표한 황치헌 신부는 교회사는 그리스도교사나 종교사와 구별되는 신학의 한 학과로서 그 출발을 교회 개념으로 삼으며, 구세사적인 해석을 그 서술의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두 발표자는 엄격한 구세사적 해석, 하느님이 목표이며 그리스도가 그 중심인, 신학으로서의 교회사 연구를 그 지향으로 제시했다. 그래서 최신부는 『교회사의 교회론적 지향, 즉 교회 개념의 적용은 교회사의 출발점이고 구세사적 해석은 최종 목표인 종착점에 도달하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 신학인 교회사는 또한 역사학이라는 면에서 사료비판에 바탕을 둔 역사 비판의 방법론을 사용한다. 황치헌 신부는 교회사 연구에 있어서 올바른 교회 개념에서 출발하는 것과 함께 정확한 사료 비판과 엄격한 번역, 객관적이고 솔직하게 내려진 결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2주제 발표자인 박찬식 교수는 「역사학 관점에서 본 한국 천주교회사 서술」에서 『기초 사실 파악조차도 미처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론을 바탕으로 한 해석이 앞서 나가면 교회사 연구는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주요 사실들을 실증적으로 확인하는 역사주의적 접근 방식』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단언했다.
한편 기조강연을 비롯해서, 4편의 주제발표는 모두 한국 교회사 연구를 위한 다양한 제언들을 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교회사가 교계제도나 교황, 주교, 성직자들의 활동에만 국한되지 않고 「하느님 백성」의 활동과 삶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찬식 교수는 「새로운 역사학」에 대해 강조하면서 교회의 각종 경배 대상, 계명, 신앙 등이 신자 대중에게 미친 영향과 인식 과정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중지향적 교회사 서술을 논하면서, 교회사를 지배 엘리트나 교리 중심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 문화가 어떻게 신자들에게 전달되는가 하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석우 신부는 이미 교회사가 「신자 백성에 대한 관심」을 보일 것을 촉구하고 교회는 교계제도만이 아니며, 『교계제도는 생명의 말씀과 그 생활 방법을 충실하고 올바르게 전하기 위하여 평신도들을 위해서만 존재하고 있다』며 역사가는 이 익명의 구성원들이 그리스도가 전달한 그 삶을 어떻게 살았는지에 전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언은 교회일치적 지향의 연구이다.
최신부는 일치교령에 따라 가톨릭 에큐메니즘은 『차이를 적당한 평화주의로 은폐하지 않고 서로를 결합시키는 공통점을 찾아 강조하는 것』이라며 이런 정신에 따라 교회사를 연구할 것을 촉구했다. 황치헌 신부는 서로간에 부정적인 상호 관계에 대해 고백적인 자기 반성의 자세를 촉구했다.
박찬식 교수 역시 개방적 교회사 서술을 강조하는 곳에서 유교 등 전통 문화와의 관계에 대한 검토와 함께 천주교와 개신교 사이의 일치 운동 관점에서의 접근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개신교측 발표자인 서정민 교수도 제4주제 「한국 개신교사 연구의 경향과 과제」에서 개신교 교회사 연구 역시 에큐메니즘의 정신에 입각한 연구와 서술 과제를 지적했다.
한편 교회사 연구의 폭과 다양성에 대한 제언들이 있었다.
제3주제 「교회사와 종교학의 만남, 그 인문학적 전망」을 발표한 김윤성 교수(한신대학교)는 관점과 맥락, 종교학적인 다양한 주제들을 일일이 꼽아가며 교회사가 종교학과 만났을 때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전망들을 제시했다.
박찬식 교수는 지금까지 교회사 연구가 조선 후기 사회 연구에 치중됐음을 지적하면서, 한국 근현대 교회사 연구로 그 시야를 확대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시대와 분야별 주제의 확충과 함께 타종교 및 사회 세력에 대한 개방적 연구 자세로의 전환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 기조강연 ‘교회사 연구와 교회사 서술의 문제’ - 최석우 신부(한국교회사연구소 명예소장)
“교황과 주교 활동 뿐만 아니라 신자 백성에게도 관심 보여야”
교회사의 연구와 서술은 교회 사학의 근본 문제요, 과제이다.
교회사의 주제는 그리스도에 의해 설립된 교회의, 시간과 공간에서의 성장이다. 교회사는 이 주제를 신학에서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신앙에서 고수하기 때문에 신학이며, 신학의 한 학과를 구성하고 있다.
신학이자 역사학
교회사는 교회 개념을 교의 신학에서 받아들이고, 그것을 기초로 해서 연구한다. 예컨대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교회 개념은 교회사로 하여금 교회가 인간의 몸처럼 그 외형에서는 변하면서 성장하지만 교회의 본질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는다는 교의를 교회 과거의 구체적인 역사사실들을 통하여 입증한다. 이렇게 교회 개념은 교회사를 신학과 첫 번째로 연결시켜준다.
교회사는 성서의 말씀에 근거해, 신학의 규정에 따라 그 시작을 최초의 성령 강림으로, 그 끝을 주님의 재림으로, 그 중간 시기를 구속 사업의 계속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교회사가 구세사의 계속임을 신앙으로 받아들일 때 그 구세사적 해석이 가능하다. 교회 개념에 이어 교회사를 신학과 두 번째로 연결시켜 주는 것이 이 신앙이다. 교회 개념이 교회사 연구의 출발점이라면, 구세사적 해석은 교회사 서술의 목표인 종착점이다.
교회사는 이러한 과제를 달성하기 위하여 계몽시대 이래, 특히 19세기에 발전한 역사 비판의 방법론을 사용한다. 역사학의 방법은 세 단계로 진행된다. 1, 2단계는 사료들을 수집해 분류, 정리하고 비판하는 작업이고 그 보조학과가 사료학이다. 사료들은 내, 외적 비판을 통해 사료 자체, 내용의 진위가 가려지고, 이는 역사 인식을 위한 마지막 단계로서 종합을 위한 수단이다. 마지막 종합 단계에서는 확인된 사실들의 연결로 역사적 연관의 구성을 통해 결정된 사실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러한 역사 방법의 적용은 교회사학의 첫째이고 가장 중요한 과제이며 또 그렇게 지속돼야 한다.
교회사의 신학과의 관계, 역사학과의 관계는 전자가 교회사의 신학성을, 후자가 학문성을 보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떼놓을 수 없는 상관관계에 놓여 있다. 신학을 등한시하면 신학성을 잃을 위험이 있고, 역사학을 등한시하면 학문성을 잃을 위험이 따른다. 그러므로 신학과 역사학이 교회사의 연구 안에서 독립된 학문으로 공존할 수 있어야 하고 공존해야 한다. 그럴 때에만 두 학문은 제 기능과 효력을 발휘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교회사도 그만큼 심화되고 풍부해질 것이다.
교회사의 속화
교회사는 전체로서 구세사적으로만, 그 최종 의의는 신앙에서만 파악될 수 있다.
세계사와 교회사의 진행은 에우세비오에서 보쉬에를 거쳐 18세기 후반 계몽시대에 이르기까지 근 1500년 동안 구세사로 이해됐다. 고대와 중세의 그리스도교 역사 사상가들에게 세계사와 인류의 구세사는 동일시됐다.
구세사로부터의 세계사의 분리는 교회사로부터의 분리마저 초래하는 계기가 됐다. 이것이 이른바 교회사의 속화이다. 그것은 동시에 교회사의 연구와 서술에서의 교회 개념의 분리, 그리고 신학적 전제의 거부를 의미했다.
교회사가 세계사로부터 분리되게 된 것은 14~15세기 교회 개념에 관한 신학적 반성, 실증신학의 시작에 이어 교회사가 독립된 학과로 성립된 것, 그리고 17세기 연구자들로부터 비롯됐다. 하지만 진정한 속화는 18세기말 대학들로부터 시도됐다.
하지만 이러한 교회사의 속화는 튀빙엔 학파의 창립자 묄러에서 극복이 발견되는데, 옛 구세사적 전통에 역사 방법의 종합을 연결시킨 새로운 큰 형태의 교회사가 소생한 것이다. 여기서 교회사의 엄격한 구세사적 해석이 쇄신되고, 하느님이 그 목표로, 그리스도가 그 중심으로 표현됐다.
교회사가의 과제와 제언
교회사가의 과제로서 교회사의 종교 교육의 가치는 교회사가 교회 안의 인간적인 것, 권력과 죄의 문제와 대결하고 있다는데에 있다. 교회사는 그것을 구세사적 전망이나 호교적인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전체로서 제시할 때 가장 효과적인 호교가 된다.
현실적인 문제에만 연구를 한정시키는 것은 교회사를 실용주의에 응하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교육의 원리로서는 필수적이지만 연구와 서술의 원리로서는 교회사의 학문성을 위태롭게 만든다.
교회사가는 역사에 대해 사랑, 그리스도교적 센스와 정신을 지녀야 한다. 교회사의 의미 부여를 위해 신앙을 필요로 하며 교회의 과거에 대해 무관심하게 방관해서는 안되고 그 해석자로서 함께 지켜봐야 한다. 교회사가와 교회사의 관계는 교회 안에서의 그의 입장 여하에 의해 결정된다.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이다. 교황과 주교들의 활동에만 국한시키는 교회사는 하느님의 참된 백성에 관한 역사는 아닐 것이다. 교회사는 신자 백성에게도 관심을 보여야 한다. 또한 역사가는 이 익명의 구성원들이 매일의 삶에서 그리스도에 의해 지상에 전달된 그 삶을 어떠하게 살았는지에 전심해야 한다. 그 이유는 첫째, 교회는 교계 제도만은 아니기 때문이고 또 교계제도는 하느님의 백성에 대한 봉사에서 평신도들을 위해서만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 일치와 관련해, 가톨릭측의 에큐메니즘 정신은, 갈라진 형제들에게 가톨릭 교회로 돌아오도록 요구하며, 차이를 강조하는 것이 이미 무의미하나 그 차이를 적당한 평화주의로 은폐해서는 안되고 다만 서로를 결합시키는 공통점을 찾아 강조해야 한다. 이러한 정신에서 교회 일치 문제가 연구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연구소 설립 40주년을 기념해 계획된 「한국 교회사 통사」가 심포지엄을 계기로 일층 활기를 띰으로써 결실을 맺게 되길 바란다.
■ 주제 발표 요약 / 제1주제 ‘교회사는 신학인가?' - 황치헌 신부(수원 송전본당 주임)
“앞으로 교회사 연구는 교회 일치를 지향해야”
▲ 황치헌 신부
교회사가 세계사와 구원사로부터 분리, 속화가 진행됐으나 묄러는 옛 구원사적 전통을 받아들이면서 신학 역사 학문으로서 교회사를 새롭게 설정했다. 교회사의 이러한 구원사적 해석은 교회사가가 교회의 지체로서 교회 안에 자신의 입지를 둘 때 가능하다. 이는 교회사를 신앙의 학문과 연결시키는 두 번째 경첩이다.
한국교회사 서술은 때로 지나치게 호교적이고 국수주의적이며 사료 비판에 있어서 잘못을 하기도 했다. 교회 사학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올바른 교회 개념에서 출발해야 한다. 「인간적 요소와 신적 요소로 합성된 하나의 복합체」인 교회를 이끌어나가는 하느님의 섭리를 배제하고 가시적 현상의 해석만을 역사의 진리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둘째, 객관성과 솔직성이다. 정설로 여겨진 한국 교회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새 주장들 중에 객관성 없는 개인적 주관, 신념들이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유감이다. 셋째, 앞으로 교회사 연구의 방향은 교회 일치를 지향해야 한다. 천주교와 개신교의 역사적 관계에 대한 논문들이 대체로 어느 한 전통의 입장을 상대적으로 강조하고, 오히려 한국 천주교와 개신교의 상호 관계 및 이해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았다. 이는 자료의 빈곤과 미정리 외에 근본적으로, 양측이 가졌던 부정적 상호관계에 대한 고백적 자기 반성을 수렴할 자세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서로 다른 주장에 대해 사사로운 감정이 아니라 학문적 논의를 함으로써 대화와 일치를 강조하는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이 학문 영역에서도 그 자리를 찾도록 해야 한다.
■ 주제 발표 요약 / 제2주제 ‘역사학 관점에서 본 한국 천주교회사 서술’- 박찬식 교수(제주대학교)
“조선후기사에 너무 치중. 근대사로 시야확대 필요”
▲ 박찬식 교수
그런데, 한국 사학계에서는 한국 교회사를 우리 전통과 정서의 범주 속에 넣고 보지 않으며, 교회사 연구 또한 한국 근대사 연구의 일환이 아니라 교단 차원에서 교회의 성장 문제를 논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 사학계에서 교회사가 자리를 잡지 못한 데에는 교회 내부에도 문제가 있다. 즉 교회의 폐쇄성, 곧 역사와 사회에 대한 개방적 태도의 부족을 말하며 이는 교회 쇄신과도 연관성이 있다.
앞으로 한국 교회사의 연구와 서술을 위한 제언으로 첫째, 교회사의 주요 사실들을 실증적으로 확인하는 역사주의 서술 원칙의 재확인이 필요하다.
둘째, 패러다임의 적용이다. 호교론적 경향, 종파적 편향, 또 민족사를 내재적 발전론에 바탕을 둔 나머지 외래적 요인을 거부하는 오류도 타파돼야 한다.
셋째, 새로운 역사학과의 만남이다. 엘리트 문화 자체보다는 그것이 수용되는 과정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십계명, 불문율, 가정예절이 민중 사회에 미친 영향, 일부일처제와 근친혼 금지가 미친 영향에 대한 접근 등이 새로운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
넷째, 근현대사로의 시야 확대이다. 한국교회사는 지금까지 조선 후기사에 너무 치중됐다. 이제 살아있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근현대사 중심 서술이 필요하다.
다섯째, 대중지향적 교회사 서술이다. 역사의 거대한 흐름과 지배적 담론에서 생활 세계의 작은 움직임과 미약한 담론들의 변화에 주목하는 세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여섯째, 개방적 교회사 서술이다. 시대와 분야별 주제의 확충과 함께 타종교 및 사회 세력에 대한 개방적 연구 자세로 전환해야 한다.
■ 주제 발표 요약 / 제3주제 ‘교회사와 종교학의 만남, 그 인문학적 전망’- 김윤성 교수(한신대학교)
“교회사의 역사적 의미를 좀더 넓고 새롭게 해석”
▲ 김윤성 교수
종교학적 시각에서 보면, 교회사는 종교사의 맥락이어야 한다. 비교종교학적 방법을 통해 천주교와 다른 종교들간의 관계와 상호 작용을 규명하면 교회사는 한국 종교사의 맥락 안에 온전히 놓이게 된다.
또한 종교학의 다양한 주제별 연구가 교회사의 연구 영역을 한층 넓혀줄 수 있다. 우선 종교 경험에 있어서 회심의 독특한 경험을, 교의 내용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하는 사람들의 존재론적 변화에 주목해 연구할 수 있다. 아울러 죄의식과 참회 등도 연구 가능하다.
신앙 대상에서는 신앙대상에 대한 인식과 경험에 주목해 하느님과 그리스도, 성모, 성인들에 대한 인식과 경험 역시 중요한 주제다. 특히 한국 순교자에 대한 연구에서도 특정 종교와의 관련을 떠나 자기 신념에 충실했던 사람들은 그 자체로 진지한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의례와 실천의 영역에서도 전례의 도입과 보급, 변천이라든지, 다양한 의례 이론을 특정 시기의 가톨릭 의례에 적용해 분석하거나, 기도와 묵상의 도입과 정착, 다양한 금욕적 실천 등이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신화적 특성을 갖는 성서와 성인 전기, 종교 영역에서 제시되는 시간과 공간, 담론과 권련, 성적 차이 등도 교회사 연구에 도입되는 종교학 연구 영역으로서 유용할 수 있다.
이처럼 교회사가 종교학과 만났을 때 획득할 수 있는 전망들을 살펴본 바, 종교의 안과 밖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종교학적 관점은 교회사가 특정 종교의 자기 고백이나 단순한 역사적 기술과 설명을 넘어 한국 천주교의 역사적 의미를 좀 더 넓은 인문학적 지평 안에서 새롭게 해석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역사적 비교 종교학 방법에 근거한 연구는 교회사가 좀더 넓은 한국 종교사의 맥락 안에 자리잡을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다양한 주제들과 논제들에 대한 연구는 교회사를 종교와 세속의 경계를 넘나드는 포괄적인 학문으로 거듭나게 해준다.
결론적으로 종교학은 교회사 연구에 균형 잡힌 관점과 아울러 통시적 맥락과 공시적 지평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 이로써 교회사는 특정 종교의 역사에 대한 고백적 서술을 넘어 과거에 살았던 신자들과 그 주변 사람들이 경험했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설명하고 해석하는 인문학적 작업에 착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주제 발표 요약 / 제4주제 ‘한국 개신교사 연구의 경향과 과제’- 서정민 교수(연세대학교)
“정치에서 문화로 연구·서술 전환 제안”
▲ 서정민 교수
「선교사관」이란 기독교사의 서술 가치를, 복음의 확장 루트를 정하고 그것이 출발하는 쪽에 주축을 두는 관점으로, 개신교사를 가장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백낙준의 사관으로 대표된다. 하지만 그의 사관은 연구의 목표나 주제 설정의 의도 등에서 볼 때, 한국사나 국학연구의 한 소재로서의 개신교사, 한국 문화사나 정신사의 한 영역으로서의 개신교사였음을 간과할 수 없다.
한국 개신교사 연구의 또 하나 유력한 사관은 민경배의 「민족 교회사론」이다. 이는 선교사관과 상대적 관점에서 생성돼 제1차적으로는 「민족 내측」, 곧 선교받고 수용된 교회의 고백과 증언, 혹은 그 가치의 중심 등이 집중돼 있는 사관이다. 또 하나 중요한 사관은 「민중 교회사론」이다. 이는 70년대부터 한국 신학을 풍미한 민중신학의 영향 안에서 태동한 것으로 교회사에 있어서도 그 역사 서술의 주체를 「민중」으로, 역사 서술의 방법을 「아래에서 위로」라는 특징을 주장했다.
연구 영역과 그 분류의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본격적인 개신교사 서술의 대표적 연구서들에서 사관에 따른 서술 「컨텐츠」의 현격한 차이나 시대 구분의 획기적 차별성은 발견되지 않는다. 아울러 한국 개신교사 연구에서 사료의 발굴과 편찬, 정리는 계속돼야 하지만 적어도 자료의 문제로 개신교사 연구나 새로운 서술이 어렵다고 할 수는 없다는 점도 지적돼야 한다.
몇 가지 패러다임의 전환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는 첫째, 「정치」에서 「문화」로 연구와 서술 주제의 전환이 필요하고, 둘째, 진정한 「에큐메니즘」의 정신에 입각한 역사 연구와 서술이 과제이다. 셋째, 한국 개신교 영성사의 발견과 여기에 입각한 역사 서술과 넷째, 신학사상사의 강조, 일관을 추구하는 과제이다.
이상의 글을 통해 다음의 검토가 필요하다. 우선 한국 개신교사 연구는 사관과 방법론에 대한 관심이 지속됐지만 그 이해나 적용, 사관에 의한 일관된 서술에 있어서 재론해볼 여지를 검토해야 한다.
둘째, 지금까지 성과에서 나타나는 서술 「컨텐츠」들이 얼마나 독창성을 지니고 적절한지를 검토해야 하며, 셋째, 시기 구분이 사관별, 연구자별로 독창성을 유지하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넷째, 자료는 비교적 명확하게 연구 시기에 따라 그 증폭이 감지되며 다섯째, 이상의 검토 역시 과제의 발견을 위한 전제적 작업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