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 들어오면서, 서구에서는 이른바 뉴 에이지(New Age) 운동이 그리스도교에 심각한 위협으로 지목돼왔다. 이러한 뉴 에이지 운동의 한국판을 일러 교회 안에서는 「신영성운동」이라고 부르고 있다.
한국 사회 안에서, 신영성운동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움직임들은 문화 전반에 걸쳐서 자주 발견되지만, 그 중에서도 단학, 기공 등의 이름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기수련 운동은 요가와 다양한 형태의 명상 프로그램과 함께 가장 대표적인 유형으로서 사목적인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물론 단순한 건강 차원의 생활 체육으로서 기수련은 신앙 생활에 직접적인 해악을 끼치지는 않는다는 것이 사목적 판단이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실제로 기수련 인구 중에 가톨릭 신자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특히 신자들이 기수련 단체들의 지도급 인사에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건전한 신앙생활을 해치는 운동과 흐름」에 대한 시급한 사목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우리 사회와 교회 안에서 급속하게 확산돼온 기수련 운동에 대해 알아보고, 그것이 한국 교회 신자들과 신앙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함으로써, 적절한 사목 대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단전호흡, 명상, 참선, 기 혹은 기수련 등은 전혀 낮선 것이 아니다. 이러한 관심들은 우선 「몸」과 「건강」에 대한 관심의 폭발적인 증가에 기인했다. 여기서 특이한 것은 그것이 「육체적 건강」에 머물지 않고 「정신적 건강」, 나아가 「정신세계」에 대한 추구를 필연적으로 동반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미 5년 전인 지난 1999년 10월, 뉴에이지 관련 사업을 하는 정신세계원의 월간 정신세계 창간준비팀이 마련한 「한국 수련문화의 현실과 방향」에 대한 한 공개 토론회는 이른바 「수련문화」가 하나의 주류문화, 시민문화, 대중문화로 정착되고 있다는 판단을 하게 한다.
이 토론회는 수련법에 대해서, 문파의 난맥상, 신비주의, 상업주의, 종교화, 우상화를 극복하고 『제도적인 차원에서…고양시키고 정착시킬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할 정도로 「수련문화」가 확산됐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유념할 것은 이러한 수련 운동이 신영성운동의 확산과 맥락을 같이 한다는 것이다. 이 토론의 사회자는 수련문화가 『개인과 자연, 개인과 우주와의 조화와 합일』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미래의 문화적 대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는데, 이는 곧 뉴 에이지 운동의 확산과 같은 맥락을 지닌다.
즉 한국에서의 수련문화의 확산은 「뉴 에이지 운동」, 즉 「신영성 운동」의 흐름 안에 위치한다는 것인데, 이는 『기존의 종교문화에 대한 반발로 나타난 일반적인 현상』이고 『신과 인간의 직거래 현장을 스스로 갖추고자 하는 것』이라는 발언에서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여기에 또 한 가지, 수련문화의 확산은 이처럼 신영성 운동의 연장선에 있다는 특성과 함께 「민족 주체성」, 「우리 전통」을 찾고자 하는 경향과도 깊은 연관성을 지닌다. 이 부분은 노길명 교수가 뉴 에이지 운동과 신영성 운동의 차이점을 지적하면서 한국에서의 『신영성 운동은 서구 사회에서 발생한 뉴 에이지 운동의 충격과 함께 자기 전통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라는 접합으로써 전개됐다』고 말한 것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처럼 한국에서의 수련운동, 혹은 수련문화의 확산은 자기 전통에 대한 관심과 결합된 신영성 운동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수련의 확산 경과
한국 사회에서 수련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1984년 소설 「단(丹)의 출판에서부터이다. 「정신세계사」가 펴낸 이 책을 통해 단전호흡, 운기조식 등의 용어가 널리 알려지고, 기수련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국내에서 정식으로 수련원을 내고 대중을 상대로 수련 지도를 한 것은 「국선도」에서부터이다. 창시자인 청산 고경민 선사가 70년 처음 서울 단성사 인근에 수련장을 개설해 대중에 수련법을 보급하면서 체계를 갖추었다. 80년대 들어서는 정신세계사가 뉴 에이지, 신영성 운동과 관련된 제반 움직임들의 구심점이 됐고 이를 통해 실바 마인드 컨트롤 등 정신 수련법들이 보급됐다.
그러다가 85년 5월, 이승헌의 단학선원이 처음으로 서울 신사동에 문을 여는데, 이 단체는 기수련의 대중화와 기업화에 크게 성공한 대표적 수련단체로서, 현재 기업형 수련 단체로 급성장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활발하게 지부를 개설하고, 수많은 산하 단체들을 거느리면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단학선원은 현재 상업화, 신비주의, 종교화, 우상화 등 적지 않은 구설수에 말리기도 했고, 가톨릭 신자들이 가장 많이 빠지는 수련 단체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기도 하다.
국선도와 한국단학회 연정원, 정신세계사, 단학선원 등 굵직한 국내 기수련 단체 외에도 70년대와 80년대에 국내에는 중국에서 들어온 태극기공회, 당산기공 등의 기수련 뿐만 아니라, 초월명상(TM), 아봐타, 오쇼, 아난다마르가, 라자요가 등 외국산 명상단체들이 수없이 수입됐다. 그리고 이러한 수련운동의 범람 속에서 기수련은 가장 대표적인 수련 운동으로 폭넓게 확산돼왔다.
기수련 단체 현황
현재 국내 기수련 단체의 종류는 수십종에 달하고 수련 인구 역시 정확하게 집계가 불가능하지만 대체로 200여만명 정도로 추산한다. 대부분의 수련단체들은 신규 회원 유치를 늘리고 홈페이지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해서 수련 관련 물품들을 판매하는 등 수익 사업에 눈을 돌림으로써 상업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이러한 수익 사업이 국내 및 해외 지부를 확대하려는 재원 마련을 위한 것이며, 수익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002년 「단월드」로 이름을 바꾼 단학선원은 상법상 주식회사란 점을 분명히 하고 기업형 기수련 단체로 성장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이들은 자신들이 종교성을 지닌 단체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실제로 우후죽순으로 남발하는 수련단체들 중에서 종교화, 우상화를 꾀하는 경향에 대해 자체적으로 우려하고 사이비화하는 것에 대해 경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수련의 초기 단계에서는 이러한 종교성이 나타나지 않지만 수련이 깊어짐에 따라 그 근본적인 세계관에 있어서 신영성운동이 지향하는 자연과 우주와의 조화, 합일이라는 정신세계의 차원에 이르게 됨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그리스도교 교리와 충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수련 단체들의 당면 과제는 신비주의를 탈피하고 웰빙 바람과 어우러진 대중화를 이루는 것으로서 그 과정에서 상업화의 경향도 짙게 나타난다.
기수련과 관련해 현재 가장 많은 회원을 확보한 곳은 수련 시설로서 뿐만 아니라 부설 연구기관, 각종 사회단체를 설립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자칭 「건강문화기업」 단월드(단학선원)이다. 2002년 단학선원에서 「단월드」(Dahn World)로 개칭하고 다른 수련단체와는 달리 기업체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기수련을 기업화, 대중화하는데 성공해 많은 수련인들을 배출하고 국가기관, 기업체,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서 광범위하게 연수와 강좌를 실시하고 있지만, 지나친 상업성과 설립자의 우상화, 종교성 등으로 인해 적지 않은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특히 지난 2002년에는 산하단체인 「홍익문화운동연합」(이하 홍문연, 전 한문화연동연합에서 2001년 개칭)을 중심으로 한 단군상 설치 문제와 관련해 개신교 단체들과 갈등을 빚어 사회문제화 된 바 있다.
1985년 일지선사 이승헌에 의해 시작됐고, 지금까지 배출된 수련 인원을 국내에서만 100만명, 해외에서는 10만여명으로 집계한다. 1993년 이후 상법상 주식회사로 등록돼 있고 출판, 명상물품 유통, 여행사도 운영한다.
올해 상반기 현재 국내에 300여곳의 단센터가 설치돼 있고 해외에 80여개 지부가 설립돼 있다. 국내 경우 한 개 지부당 대략 60여명 정도가 수련하고 있는 것으로 잡아 약 2만여명이 수련을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기수련 단체의 종가라고 할 수 있는 국선도는 국내에 103개 전수장이 있고 해외에 20여개의 전수장이 마련돼 있다. 그 외에 연수를 할 수 있는 연수장이 50여개가 넘고 경희대 등 10여개 안팎의 대학에 강의가 개설돼 있다. 국선도측에 의하면 1999년까지 모두 50여만명이 수련을 한 것으로 집계된다.
소설 「단」(丹)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봉우 권태훈옹에 의해 1986년 시작된 한국단학회 연정원은 정확한 수련인 수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약 2만여명으로 추산되는데, 연정원측은 창시자를 직접 찾아와 가르침을 받은 사람이 약 10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주장한다.
1994년 설립된 금선학회(金仙學會), 1983년 명상모임을 모체로 1988년 서울 인사동에 처음 도장을 연 태극회(太極會), 90년대 중반부터 전통무술에 관심을 가진 젊은이들에 의해 시작된 기천문(氣天門)이 있고, 1991년 서울 양재동에서 시작된 석문호흡(石門呼吸) 등이 대표적인 기수련 단체들에 속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