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잘가시고 언제 어디서나 주님과 함께하고 하나되는 아름다운 교구 되소서」.
9월 16일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의정부교구 신설 감사미사는 그동안 한지붕 아래서 지냈던 형제를 떠나보내며 새로운 출발을 위한 격려를 보내고 또한 그러한 배려에 감사를 나누는 자리였다. 미사의 이모저모를 엮어본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는 『103위 한국 순교성인 탄생 20주년을 맞는 해에 성 김대건 신부 축일인 7월 5일 의정부교구 신설이 발표됐고, 신설 감사미사를 봉헌하는 9월 16일이 김대건 신부 순교 158주년을 맞는 날이라는 점에서 의정부교구 탄생과 관련한 이같은 뜻깊은 인연들은 분명 한국 교회에 대한 하느님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
“하느님의 축복”
⊙…정대주교는 또한 『교황청에서 보기에 경기 북부 의정부 지역이 독립 교구가 될 만큼 여러면에서 성숙했다는 평가를 내렸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빠른 시기에 교구로 신설될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그간 이 지역을 담당했던 김병도 몬시뇰을 도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등 각 본당들이 적극적 협조 모습을 보인데 대해 교황청이 조속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날 김수환 추기경은 영성체후 마련된 축하식에서 『교구장님을 비롯 의정부교구로 가는 사제들이 숙소 문제를 비롯해서 여러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몇십만원의 적자를 안고서 한 본당 사제관에 방을 얻어 교구를 시작했었던 자신의 신설 마산교구장 부임 당시를 회고하기도 했다.
⊙…의정부교구 출발에 있어 「사제의 일치」를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꼽은 김추기경은 급변하는 사회추세에 따라 교회안에서도 「도시성」으로 인한 이웃본당간 사제들간 벽이 높아지고 있는 사실을 지적했다. 『예전에는 멀리 있는 본당 일도 금방 알 수 있었으나 요즘은 바로 옆 본당에 발생한 일을 아는 데도 며칠이 걸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형제사제들 헤어져
⊙…이날 신설 감사미사에서는 서울대교구와 의정부교구가 「형교구」「동생교구」 등으로 자주 비유됐는데 실제로 몇몇 형제 사제들이 이번 의정부 분가로 교구가 나뉘는 상황을 맞았다. 3형제 신부로 잘 알려진 허근 신부(단중독사목위원회 위원장)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허영민 신부(전 정릉 4동 주임) 형제중 허영민 신부가 의정부교구로 교구를 달리하게 됐으며 조승균(전 경기서부지구장 겸 백석동본당 주임)?조형균 신부(가양동 본당 주임) 형제중 조승균 신부가 의정부 교구에서 사목을 맡게됐다. 또한 한상만 신부(전 세종로본당 주임) 한영만 신부(CBCK) 형제도 한상만 신부가 의정부교구 소속이 됨으로써 형제가 교구를 달리하는 변화를 맞게됐다.
“아버지 슬하 떠나는 마음”
⊙…「형제로 살다가 아버지 슬하를 떠나는 마음」으로 의정부교구를 시작하는 심정을 밝힌 이한택 주교는 이러한 소감을 밝힌 후 성당 앞자리에 자리를 잡은 의정부교구 사제단에게 『맞습니까』라고 질문하자 사제단은 힘찬 목소리로 『예』라고 응답했고 이에 참석 신자들은 따뜻한 박수로 격려의 뜻을 보냈다. 이주교는 『「떠난다」는 표현을 하고 있지만 하느님 앞에 서울대교구 의정부교구는 하느님의 교회고 또한 한국의 교회』라면서 『몇몇 사제들이 서울대교구의 병원 청소년 사목 등에 파견돼 일하게 되는 것 처럼 우리들은 언제든 어느 지역이든 필요할 때 달려가서 함께 일하고 파견될 의지를 지닌 「선교 사제」로서의 사명감으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감사와 함께 석별의 정도 교차한 자리였다. 나란히 성당 앞자리에 앉아 미사 내내 두 손을 모은 권임순(마리아·83,) 이정모(로사·85) 할머니는 깊은 정이 든 오혁 신부(서울 오금동본당 보좌)를 떠나 보내는 자리가 못내 섭섭한 모양새. 『손자들이 너무 잘 따랐는데…』라며 말끝을 흐린 두 할머니의 표정에는 떠나보내는 짙은 서운함에 『잘 되실 것』이라는 축원도 담겨있었다.
“은총 풍성“ 덕담
⊙…새 교구의 출발을 축하하기 위해 먼길을 달려온 미리내 천주성삼성직수도회 총장 이풍우 신부와 대구 성삼병원장 주명성 신부는 의정부교구 신설이 교회 발전에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대를 표했다. 이신부는 『하느님의 계시와 도우심을 믿고 따른다면 의정부교구에 대한 은총이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고 덕담. 주신부는 『서울대교구가 어머니교구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주길』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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