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유머다. 신부와 조폭의 공통점 몇 가지. 첫째, 검정색 옷을 즐겨 입고 다닌다. 둘째, 그들 나름대로의 「구역」이 있다. 셋째, 고참에게 『형님∼』이라고 부른다. 넷째, 형님일수록 큰 구역을 차지하고 있다. 다섯째, 밥을 먹고 돈을 잘 내지 않는다.
다른 사석에서 몇 번 들었다. 웃자고 하는 얘기였지만 허탈한 웃음 뒤에 오는 더 허탈한 마음은 왜일까? 두 공통점이 말하는 「옳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서일까? 그렇게라도 신부의 생활을 꼬집고 싶은 신자들의 마음이 미워서일까?
현재 군종신부는 모두 79명이다. 처음 군에 들어왔을 때에 비하면 10여명이 늘어난 숫자다. 당시 내 위로는 「형님」들이 60여명이 계셨다. 교구가 각기 다르고 출신 신학교가 달라도 사제서품순에 의해, 입대 순서에 의해 조금 친숙해지면 우린 서로 『형님』 『동생』하고 지낸다. 그 점이 군종신부의 매력 중 하나다.
타 교구 신부들과 형님 동생하며 전국의 사제들을 만나고 그들과 사귐을 할 수 있다는 것. 그 형님들에게 배운점도 참 많고 느낀점도 많았다. 때로는 실망도 하고 안타까운 점도 참 많았다.
그래도 각기 자기 본 교구를 떠나 이합집산(離合集散)의 삶을 살고 있는 「형님과 동생」들은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며 자주 만나 각자 자기의 처지와 아픔을 얘기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고 격려가 되며 살아가고 있다.
군종신부 생활은 다른 이름의 「선교사」라고 말해 주던 우리 「큰 형님」이 내년이면 20여년의 군종신부 생활을 마감하고 본 교구로 복귀하신다.
그 분이 처음 군 생활을 시작하며 만났던 병사들이 이제는 학부형이 되고 조금 있으면 자기 아들을 군대에 보내야 하는 중년의 가장이 되어 있겠지! 그 병사가 어느 성당에선가 사목위원을 하고 계실지도 모르고, 사회의 중요한 위치에서 복음적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계실지도 모른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 당장은 무슨 말을 해도 잘 웃지도 않고 반응도 없는, 똑같은 옷을 입고 피동적인 모습의 저 까까머리 젊은이들의 가슴 하나하나에 조심스럽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씨를 심고 있는 우리 군종신부들은 분명 아름다운 「선교사」들임에 틀림없다.
이제 그 형님의 뒤를 따라 조심스럽게 또 다른 「형님」으로서의 군종신부 노릇을 잘 해보자고 다짐해본다.
우리의 진정한 큰 형님인 「예수 형님」의 마음, 나눔과 섬김과 사랑의 정신을 말하고 살아가는 진정한 「작은 형님」이 되고 싶다.
동생들이 보기에 부끄럽지 않는 선교사 군종신부로, 식당에서 밥 먹고 돈도 잘내는 진짜 「형님」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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