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볼 때도 낯설지 않고, 쓰면 쓸수록 다정다감하게 다가오는 나무의 숨결에 끌렸다. 나무는 하느님의 집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었고 전례에 참례하는 마음을 더욱 경건히 해줬다. 이호 신부(광주대교구 소속, 경희대 건축조경전문대학원 재학)가 목공예를 시작한 동기다.
이신부는 자신이 받은 달란트를 전례공간을 더욱 풍성히 꾸미는데 활용해야한다는 마음으로 본격적인 창작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신학교 입학 후 못본 척 꼭꼭 묻어뒀던 예술적 재능들이 사제의 길을 걸으며 봇물 터지듯 흘러나왔다.
첫 작품은 서품식을 앞두고 만든 성작. 이후 동기 신부들의 요청으로 성당 내부장식과 전례용품 일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광주 염주동성당 소성당과 청계성당, 주월동성당 내부가 대표적인 그의 작품이다. 작은 묵주와 성작, 성반에서부터 제대와 독서대, 십자가, 성광까지 총망라한다.
10월 9~15일 서울 명동 평화화랑에서는 그동안 만든 작품들이 첫선을 보인다. 부제 때 만든 성구들을 비롯해 이번 전시회를 위해 특별제작한 감실, 성작, 미사가방, 묵주 등 20여점이 출품된다. 「기쁜 소식」 등 반구상작품 3점도 함께 선보인다.
기교를 최대한 배제하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가구재인 괴목과 단풍나무, 흑단, 팽나무, 오동나무 등의 원목 결을 최대한 살린 작품들이다. 부빙가의 결을 그대로 살린 독특한 형태의 감실, 파독나무 조각으로 서로 다른 색감을 연출한 감실 등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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