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훈(비오.36.서울 마천동본당), 유명숙(40.예비신자)씨 부부에게 지난 2년은 악몽 같은 세월이었다. 왜 하느님은 우리가족에게만 시련을 주시는지 모르겠다며 원망의 볼멘소리를 되 내이는 것도 이제 지쳐버렸다.
적어도 지난 해 초까지 임씨 부부는 세 아이와 함께 넉넉하지는 않아도 단란한 가정을 꾸려나갔다. 남편 임씨는 하청을 받아 대기업의 간판을 설치해 주는 일용직 노동자로 부인 유씨는 공부방에서 교사로 일하며 열심히 살아갔다.
사고는 2003년 3월 갑작스럽게 터졌다. 임씨가 빌딩 4층에서 일하던 중 추락한 것이다. 목숨을 건진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할 만큼 임씨의 부상은 심각했다. 골반 뼈가 모두 으스러졌고 팔은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척추 신경이 마비돼 하반신 전체를 못 쓸지도 모른다는 진단이 나왔다.
수 차례에 걸친 대수술이 이어졌고 재활 치료도 시작됐다. 혼자서는 몸도 가눌 수 없고 대.소변 조차 볼 수 없는 임씨를 위해 부인 유씨는 밤을 새워가며 정성껏 간호했다. 일년 여에 걸친 수술과 재활로 임씨는 이제 혼자서 걸을 수 있을 만큼 건강이 회복됐다. 전처럼 일을 할 수는 없지만 어릴 적부터 꿈꿔온 공무원에 도전하기 위해 늦깎이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부인 유씨에게 병마가 찾아왔다. 쉽게 피로를 느끼는 것이 그저 병간호 때문이라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이라는 진단에 임씨 부부는 절망에 빠졌다.
완치를 위해서는 유씨와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골수(조혈모세포)를 이식 받아야 한다. 골수기증자를 찾는 것도 힘들지만 찾더라도 거액의 수술비가 발목을 잡는다. 수술비용이 6000여만원이라는 의사의 말에 유씨는 그냥 항암제 먹으며 살면 안되냐고 해 임씨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부부가 모두 일을 하지 못하다 보니 집안 형편은 말이 아니다. 남편 임씨의 지난 일년간 치료비만도 천 만원이 넘는 상황인데 이제는 부인의 수술비마저 보태졌다. 경찰병원 원목실을 통해 임씨 가족의 사연을 접한 사람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보내주고 본당 수녀와 구역.반에서는 집을 방문해 청소해 주고 반찬도 전해주고 있어 그나마 힘이 되지만 막상 수술비와 치료비를 생각하면 부부는 말문이 막힌다.
『내년 3월 세례를 받을 아이들이 벌써부터 밤에 모여 기도해요. 엄마 병 낫게 해달라고요. 엄마가 얼마나 큰 병을 앓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아이들인데…보고 있으면 너무나 미안해요』
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통증 때문에 수면 유도제를 먹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는 임씨. 하지만 팔과 다리의 통증보다 더한 마음의 아픔이 임씨 가족에게 계속되고 있다.
※도움 주실 분=우리은행 702-058670-13-006 (주) 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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