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의 전환이라는 사회적 변화는 베트남 가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국가 경제가 성장할수록 빈부 격차는 더욱 넓어지고 사회병리현상이 급속도로 증가했으며, 국내 이주 현상이 심화됐다. 이러한 모든 변화들이 사회의 기초 조직인 가정의 상황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베트남에서는 특히 이른바 세계화 현상의 후유증이 크다. 그것은 단지 경제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사회 문화적인 현상으로 가정들 뿐만 아니라 개인 각자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에 영향을 미쳤다.
호치민 교구장 팜 민 만 추기경은 세계화로 인해 들어온 새로운 생활 양식은 물질주의, 실용주의, 쾌락주의, 소비주의, 그리고 폭력과 불의 등의 부정적 요인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요인들은 전통적 가치와 갈등을 빚었고 특히 가정의 가치와 가정 안에서 부모의 역할을 훼손했다고 지적된다. 계층간의 가치관 차이가 벌어지고 이로써 가정내의 갈등이 심화됐다. 물론 전통과 새로운 가치들은 각각 서로의 장단점을 갖고 있지만, 문제는 그것들 중 어느 것이 가정에 긍정, 또는 부정적인 요인들인지를 식별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베트남 사회는 여전히 대가족 제도를 기본으로 한다. 유교적 전통과 아시아 문화가 지배적인 베트남에서 효심, 가족에 대한 의무와 책임감은 기본적인 덕목이며, 가정내의 모든 일은 개인사가 아니라 가족의 집단적인 일들로 간주된다. 따라서 항상 가족간의 통교가 강조된다.
하지만 오늘날 물질주의와 소비주의 문화가 팽배함에 따라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가족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들이 상실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베트남 사회에서는 가족 공동체가 각자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베트남 교회내에서 전문가 인력은 매우 부족한 편이다. 예컨대, 의사, 변호사, 상담가 등의 전문적 식견을 지닌 인력이 부족해 보다 전문성 있는 활동과 봉사에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다양한 조직들이 가정 사목을 지원하고 있다. 레지오 마리애를 비롯해 여러 수도회의 제삼회 회원들, 청년 봉사자 등이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면서 어려움에 처한 가정들을 지원한다.
교회가 각 가정에 쏟는 관심과 지원은 비교적 원활하다. 성직자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서 평신도들의 활동과 역할이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교회는 단계적으로, 즉 교리교육을 통한 장기적인 가정 지원과 혼전의 집중적인 교육과 지원, 그리고 혼인 후 지속 교육의 실시를 통해 각 가정에 대한 교회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베트남에서 결혼 준비는 6개월에서 1년간의 교리교육이 철저하게 준수된다. 일주일에 3번씩이나 있는 혼전 교육을 통해 수료증이 발급되며 수료를 하지 못할 경우에는 혼인성사를 해주지 않는다. 혼인 후에는 평생교육을 통해서 가정을 지원한다. 이는 혼인이 가정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10년 25년 50년을 주기로 혼인 갱신식을 하도록 해 혼인과 가정의 의미와 중요성을 깨닫도록 이끈다.
■ 인터뷰 /호치민 대교구장 팜 민 만 추기경
“식민시대 종교라는 인식 극복해야”
▲ 팜 민 만 추기경
그런 면에서 가톨릭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들을 극복해나가기 위한 노력이 각별히 요청된다는 것이 팜 민 만 추기경(호치민 대교구장)의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베트남 교회는 자연히 정부로부터의 제약과 간섭도 적지 않게 받고 있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오히려 소수의 가톨릭 신자들의 믿음과 일치를 더욱 굳건하게 해주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베트남 교회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우리를 보살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베트남 사회는 최근 몇 년 동안 눈에 띄게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하지만 경제가 발전하고 물질적으로 풍요해지면서 오히려 가정들은 붕괴되어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모든 가정들이 서로 친교를 나눌 시간을 잃고 함께 식사하거나 대화를 나눌 시간조차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추기경은 베트남 교회를 비롯한 아시아 모든 교회들이 가정 문제에 근본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특히 가족들이 일주일에 한번만이라도 함께 모여 식사하고 담소를 나누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권고했다.
『우리 교회는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나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많은 신자 가정을 사랑의 공동체로 만들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사목 정책을 수립해나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