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종교적인 내용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예술이 적극 활용되었으며, 우수한 예술품에는 종교작품이 다수 포함돼왔다. 문화 예술의 시대로 일컬어지는 21세기에는 더욱더 종교와 예술은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지난 2002년 개관한 「옹기동산 청학박물관」(관장=최기복 신부)은 풍부한 교회문화와 한국의 전통문화 유산을 한번에 만끽할 수 있는 독특한 문화공간이다.
해주 최씨의 종손인 최기영(바르톨로메오)씨가 설립한 이 박물관은 종교와 예술이 일치의 아름다움을 보이며 「쉼」 안에서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관상에 잠길 수 있도록 꾸며져있다.
대지 1500여평의 공간에 자리잡은 4간의 기와집은 요한묵시록과 4대 복음서 말씀을 나타낸다. 집 안팎은 무명순교자를 상징하는 도공들의 토우와 효 사상을 14처 내용과 접목한 십자가의 길 등으로 둘러싸여 순교자들의 얼을 드러낸다. 기와집을 지은 재료들도 모두 옛 집을 헐어낸 재료들을 재활용, 인간문화재 등이 지어 한국전통문화의 숨결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앞으로도 박물관과 동산 곳곳에는 신구약 73권의 내용을 나전칠기와 자수, 매듭 등 우리나라 전통 문화 양식을 통해 형상화한 다양한 조형물들이 지속적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최근 청학박물관은 복음말씀을 고구려 벽화에 나타난 인물 등의 형상을 본따 표현한 나전칠화변주전 「심황후초대전」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효녀 심청의 이름을 딴 「심황후초대전」은 한양대 전통종교문화예술원 김경자 원장이 창작하고 중요무형문화재들의 손길을 더한 작품으로 「포효도」 「인천도」 「언육도」 「온빈도」 등 총 4종류 8폭으로 구성돼 있다. 자개와 옻칠을 활용해 옛 것에 담긴 내용을 현대화했다는 의미로 「나전칠화변주전」이라고 부른다. 특히 고려시대 들어 완성되었으나 오랫 동안 맥이 끊어졌던 「나전칠화」법을 복원해 현대화한 첫 작품으로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도 큰 가치를 보인다.
마르코 복음서를 상징하는 「포효도」는 『회개하라 구세주가 오신다』고 외친 세례자 요한의 부르짖음을, 마태오 복음서를 상징하는 「인천도」는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임마누엘의 의미를, 「언육도」는 「사람이 말씀이 되셨다」라는 뜻으로 그리스도가 세상에 오신 축복을 담은 요한 복음을 형상화했다. 루가복음을 나타내는 「온빈도」는 「자신을 비우고 하느님으로 채운다」 즉 성서의 「당신 뜻대로 이루어지소서」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한편 청학박물관은 10월 9일 오전 9시 경기도 여주군 박물관 현지에서 김수환 추기경과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 교구 사제단을 비롯해 신자 및 박물관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추기경 주례로 기념미사와 「심황후초대전」 작품 축복식을 가졌다.
초대관장 최기복 신부(인천교구 토착화연구소 소장)는 『옹기동산 청학박물관은 서양과 동양의 조화, 옛날과 현대의 조화, 하늘과 땅의 조화를 담아내고 있다』며 『특히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교회와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적극 배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양대 「전통종교문화예술원」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박물관은 앞으로는 교포2세 젊은이들의 문화체험장으로 개방될 예정이며 일반 관람은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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