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세례받은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신자입니다. 저는 가톨릭의 다른 교리들은 충분히 공감이 가는데, 대사 이야기만 나오면 솔직히 거부반응이 생깁니다. 마치 전대사나 한대사는 중세시대의 면죄부와 같은 생각이 듭니다. 몇 군데 성당을 방문하고 기도를 바친다고 해서 죄에 대한 벌을 용서받는다는 것이 솔직히 우습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A. 인간의 비극은 은총을 너무 값싸게 취급하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열왕기 하권 5, 10~11을 보면 시리아 장군 나아만도 그런 반응을 보였습니다. 나아만의 고백처럼 좀 더 어려운 것을 시켰으면 아무 소리 없이 행했을 것입니다. 죄의 비극과 고통을 아는 단순한 사람만이 이것을 받아들입니다.
대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죄의 비극을 알아야 하고 하느님의 용서와 그분의 정의를 알아야 합니다. 죄란 단순히 어떤 손해나 결핍이 아닙니다. 죄란 하느님을 제외시키는 일, 하느님과의 관계 단절, 하느님께 대한 불순종, 이것이 인간의 죄입니다. 그러므로 이 죄의 결과는 하느님과의 단절, 인간과 인간끼리의 단절, 인간과 피조물과의 단절을 야기합니다. 나의 회개와 하느님의 용서와 그에 따른 속죄행위가 이 삼중의 단절을 회복하게 합니다. 빚은 갚아져야 합니다. 이 근원적인 정의에 따라 죄는 벌을 요구합니다. 이것은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라는 말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급성맹장염 환자가 살기 위해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면 수술하여 살아나는 것이 용서이고 그에 따른 상처에서 오는 고통은 보속의 행위입니다. 인간 사회제도에는 국가의 경축일에 죄수에게 주어지는 특별사면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특별사면은 아무에게나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틀 안에서 모범적인 행동이 인정될 때 내려지는 것입니다. 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제도 안에서 인간의 활동은 많은 제한을 받습니다. 너그러우신 하느님께서는 그 제한 속에서 속죄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을 제시하면서 그것을 충족시킬 당신이 마련하신 축제의 날에 우리에게 특별사면을 주시는 것입니다. 나아만은 주어진 조건에 충실했습니다. 그는 말끔히 씻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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