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그대가 모르고 있다면…』(아가 1, 8).
오늘 살펴볼 아가의 첫째 노래, 전반부 마지막에 나오는 구절이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감사해야 하는건지,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모르는 당신, 그래도 결코 절망할 필요는 없다. 생텍쥐베리 식으로 말한다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니까…, 그러니 모르는 것이 당연한 셈이니까….
아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도달하는 길을 「모르고」 있는 여주인공에게, 그를 만날 수 있는 길을 제시해주는 내용으로 첫번째 노래를 시작한다.
1, 5~2, 7(첫번째 노래)
서곡에 이어 첫째 노래가 이어진다. 이 부분은 다시 전반부(1, 5~8)와 후반부(1, 9~2, 6), 그리고 결어(2, 7)로 구분되는데, 처녀는 「예루살렘의 아가씨들」에게 연인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물어보고, 그를 찾아 용감하게 길을 나선다. 후반부인 1, 9~2, 6은 사랑의 기쁨을 노래하고, 이 사랑을 깨우지 말아 달라는 간절한 애원으로 노래는 마무리된다(2, 7).
1) 전반부(1, 5~8)
전반부는 처녀가 자신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특이하게도 그녀는 자신의 특징 중에 제일 먼저 「피부색」에 대하여 말을 건넨다. 『나 비록 가뭇하지만 어여쁘답니다 / 케달의 천막처럼 / 솔로몬의 휘장처럼』. 여기서 제시된 「케달의 천막」과 「솔로몬의 휘장」은 여주인공의 아름다움이 「민중의 전통」과 「왕실의 전통」을 함께 어우른 것임을 암시한다. 그녀의 아름다움이, 민중의 생활과 연결되어 있던 「케달의 천막」과 왕실의 화려함을 상징하던 「솔로몬의 휘장」에 직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학자들(E. Boetti 등)은 이러한 표현을 이스라엘 스스로가 가졌던 「자기이해」의 반영이라고 보고 있다.
즉 이스라엘은 그저 평범한 유목민의 후손이었지만 하느님께로부터 선택받았다는 측면에서 귀족의 품위를 지니고 있음을 상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녀는 자신이 검게 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시하는데(6절), 오빠들이 포도원을 지키게 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성서 전통에서 「포도밭」은 여성의 몸을 표상하기도 하고, 이스라엘 자신을 의미하기도 한다(이사 5, 1~2 시편 80, 8~16 등 참조).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포도밭을 지키지 못하였다』는 고백은 하느님이 주신 유산을 지킬줄 몰랐던 이스라엘의 통한과 후회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너희』를 대상으로 진행되던 여주인공의 대사는, 7절부터 『당신』으로 바뀐다. 사랑하는 그녀의 연인이 바로 눈앞에 있는 듯한 직접화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인데, 자기 마음 안에 존재하는 그녀의 『당신』에게 직접 말하기 시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내 영혼이 사랑하는 이여, 내게 알려주세요. 당신이 어디에서 양을 치고 계시는지』(7절).
즉 그녀는 그가 다니는 길은 어디에 있는지, 한낮의 더위를 피해 쉬는 곳은 어디인지를 알고 싶어 한다. 이는 그녀가 사랑을 찾아 길을 떠날 준비를 다했음을 표현하며, 이러한 태도는 위험한 여정을 무릅쓰겠다는 각오일 뿐 아니라 당시의 사회적 관습에 도전해서라도 사랑을 쟁취하겠다는 그녀의 강인한 다짐의 표출이다.
고대사회가 일반적으로 가졌던 특징이지만, 여성 혼자 길을 떠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안전한 선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주인공의 염원과 갈망을 이해하는 친구들은 8절에서 연인을 만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다.
사랑하는 이의 길을 따라 나서라는 것이다. 그의 흔적을 따라가는 것, 사랑을 만나서 그 사랑을 살기위해 우선적으로 꼭 필요한 조건이다.
발자국을 따라가다
이 원고를 쓰면서 사랑은, 「뒤를 밟게 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 미행의 끝에서, 여태 말해보지 못한 사랑을 소통시킬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원하는 것은 네가 아니야』라는 무섭게 아픈 말을 들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가슴을 조각내는 슬픔을 마주하게 될지라도, 나를 따라오게 한 그 흔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그런게 사랑, 아닐까….
우린 누구나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마음에 품고 각자의 길을 걸어간다. 결국 우리 모두는, 이제껏 그 가치(사랑)의 발자국을 따라 걸어온 것이고, 앞으로도 더 먼 길을 가야할지도 모른다. 그 가치가 제시한 진리로 의식을 무장하고, 그 흔적이 사랑한 이들을 나도 사랑하며 살아갈 때, 그 소중한 사랑을 닮은 내 삶의 여정은 완성되는 것이리라.
부부가 서로 닮아간다는 말, 그리고 사제들을 「또 다른 그리스도」라고 하는 이유, 이제 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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