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나서게 된 셈이지요』
일상에서 가장 가까운 공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경찰, 그러면서도 거부감이 없지 않은 이들을 위해 한 주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경찰서를 찾는 서울대교구 경찰사목위원회 지원분과 봉사자들의 각오와 자세는 남다르다.
지난 2000년 12월 경찰사목위원회 발족 이후 봉사자모임의 대표로 활동해오고 있는 최인용(요한.59.서울 압구정동본당) 회장의 시작도 다른 회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본당에서 사목회 부회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봉사를 해온 그에게도 경찰사목은 생소할뿐더러 냉큼 마음이 동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경찰사목위원회가 마련한 교육에 참여하며 생각은 180도 바뀌었다. 남들이 나서기 쉽지 않은 봉사이기에 더 소중하다는 생각이 뇌리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전?의경은 군인들과는 또 다릅니다. 언제 있을지도 모를 출동에 대비해야 하는 불규칙한 근무 상황 때문에 생각보다 다가서기가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와의 만남을 바라고 찾아갔는데 그가 없을 때의 느낌. 최회장을 비롯한 봉사자들은 그런 난감한 체험을 숱하게 경험한 이들인 셈이다. 잔뜩 전·의경들에게 나눠줄 먹거리와 레크리에이션 준비를 하고 갔는데 반겨주는 이 없는 텅 빈 내무반에 들어섰을 때의 참담한 심정은 지금도 새내기 봉사자가 간혹 겪는 아픔이다. 또 최회장을 비롯한 봉사자 대부분이 가톨릭교리신학원 출신이지만 경찰서 상황이 제각기 달라 신학적 지식만으로는 한계가 드러나기 십상이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이들 사이에는 「맞춤 봉사」라는 개념이 자연스럽게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전?의경들이 원하는 시간, 필요로 하는 내용으로 찾아가자는 것이다. 야간 근무를 하고 돌아와 막 잠에서 깨어난 대원들을 모아놓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교리를 가르치는가 하면, 지난 교육에 결석한 대원이 있으면 쉬는 날 찾아가 1:1개별 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이런 노력의 결과 지난 몇 년간 500명이 넘는 영세자를 배출하는 열매를 맺기도 했다.
타종교에 비해 많게는 40년이나 늦게 경찰사목에 나섰지만 4년도 안 되는 사이 서울시내 31개 경찰서와 5개 경찰기동대 가운데 24곳에 경신실이라는 신앙의 터전을 일군 바탕에는 최회장과 같은 열성적인 봉사자의 힘이 적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경찰과 경찰사목에 대한 일반 신자들의 이해 부족은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먼저 다가갈 때 그들도 마음을 여는 것을 보게 됩니다. 가슴에 담아둔 선입견을 지우고 사랑으로 채워나간다는 마음으로 함께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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