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아름다움은 눈에 보이지 않은 채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들이지요. 작품을 만들어간다기보다는 마음에서 움직이는 방향대로 진행하는 즉 모든 소재와 주제가 자유정신으로 화폭 안에서 자연스럽게 융화되길 바랍니다』
폭넓은 조형세계 구축으로 잘 알려진 중견작가 조광호 신부. 그는 회화, 판화, 유리화, 이콘, 조각, 벽화 등 재료와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해온 작가다.
10월 20일~11월 2일 서울 종로구 모란갤러리에서 여는 「월간 미술세계 창간 20주년 기념 초대 조광호전」에서는 「선(線)」을 화두로 한 다양한 명상의 흔적을 선보인다. 「한국 환상곡」을 주제로 펼쳐지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무분별한 착각」을 실감나게 조형화하고 있다.
『21세기 사이버 공간에서 우리는 실물보다 더 실물에 가깝게 느껴지는 가상의 이미지가 지배하는 허구의 세계에 탐닉하고 있습니다. 컴퓨터가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혼란시키고 실재와 허구의 무분별로 인해 「의미의 상실시대」가 초래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허구를 이해하기 위해 허구의 실상을 재현한다. 붓, 철판, 바지, 걸레자루 등 다양한 소재가 그의 작품에 활용된다. 가상세계에 대한 허구성을 비판하기 위해 실재와 허구의 분명한 경계가 되는 모티브로 「선」이 나타난다. 「로고스의 암호:코리아 판타지」 「로고스의 암호:요한복음 서문」 「로고스의 암호:Incarnatio」 등 30여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까닭없이 울먹이며 바라보던 긴 산하, 아직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높고 푸른 가을하늘,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의 삶의 함성과 비극의 한숨, 흐느낌들이 응어리지고 부서진 이미지와 환상으로 탈바꿈 된 그것을 형상화했다.
조신부는 작품에 대해 『하느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일종의 신앙고백』이라며 『무엇이 가장 순순하고 무엇이 마지막으로 우리의 정신세계를 대변해줄 수 있는지를 선을 통해 모색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67년 성베네딕도회에 입회, 가톨릭대와 독일 뉘른베르크 조형예술대학을 졸업한 조신부는 현재 인천가대 종교미술학부 학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부산 남천성당 유리화, 서소문 순교자현양탑, 당산철교 외벽벽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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