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구 부개역 근처에 위치한 작은 단칸방. 세상을 다 가질 것만 같은 꽃다운 나이의 베트남 출신 혜인(Hien.22)씨는 이제 거울을 보지 않는다. 3도 화상으로 인해 순식간에 변한 자신의 모습이 믿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한 고통은 거울 너머로 보이는 가족들. 가족 생각에 죄스런 눈물만이 흐른다.
혜인씨는 베트남에서 미용일로 가족 5명의 생계를 유지하며 힘겹지만 단란한 삶을 살았다. 2001년 8월 브로커를 통해 한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 한국에 올때만해도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었던 그녀였다. 힘들게 생계를 꾸려가던 그녀에게 한국은 곧 기회이자 희망의 땅. 그러나 희망이 곧 절망으로 바뀌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상했던 남편이 한국에 오자마자 돌변한 것. 매일 이어지는 구타와 욕설, 싱크대 제조업체에서 힘겹게 번 월급 착취, 자신도 모르게 당한 일방적인 이혼…. 자신만 바라보고 있을 가족생각에 이런 것들은 그나마 견뎌낼 수 있었다.
혜인씨에게 감당하기 힘든 불행이 닥쳐온 것은 지난 2월. 예기치 못한 화마(火魔)가 혜인씨를 덮친 것이다. 식사 준비를 위해 불을 지핀 가스난로가 엎어지며 집 전체를 집어삼킨 것. 걷잡을 수 없이 번진 불에 그녀는 전신 3도 화상을 입었다.
서울 한강성심병원에서 2차례 피부이식 수술을 받고 3차 수술을 앞둔 그녀는 현재 거동이 불가능한 상태다. 뭉그러진 양손은 이미 장애수준이며 음식물을 섭취하기 힘든 입안은 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앞으로 몇 차례 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집이 화재로 불타 갈 곳 없는 혜인씨를 2년째 돌보고 있는 베트남출신 이주노동자 장티투(안나·50)씨는 딸 같은 혜인씨가 병원비가 없어 집안에 누워있는 모습에 한스러움을 느낀다.
『혜인, 참 대단해요. 어린 나이에 힘들어요. 가족 위해 일했어요. 너무 대견해요. 혜인, 지금 너무 아파요. 돈 많으면 도와주고 싶어요…』
해맑고 아름다웠던 혜인씨의 웃음을 본지 너무 오래됐다며 장씨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린다. 혜인씨의 걱정은 또 있다. 비자기간이 2달 후면 만료돼 강제출국을 앞두고 있다. 그 동안 병원 측의 도움으로 비자연장을 해왔지만 이젠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저, 12월까지 안 아파야 해요. 비자 연장 이제 못해요. 그럼 베트남 가야해요. 우리엄마 심장병 있어요. 저 가면 안돼요…』
「베트남 이주노동자 모임」의 도움으로 병원비를 감당해왔지만, 이젠 그마저도 힘들다. 10월 말경 예정된 3차 수술을 위해 필요한 수술비는 600여만 원. 수술 후에는 끝도 보이지 않는 재활치료가 기다리고 있다.
『저 베트남 못 가요. 몸 아픈 거 괜찮아요. 하지만 일해야 해요. 가족들 내 월급만 기다리고 있어요…』
혜인씨는 고향에 두고 온 가족생각이 간절한 듯 또 한번 눈시울을 붉혔다
※도움 주실 분=국민은행 004-01-0526-872 (주)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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