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고향집 툇마루에서 바라다보이는 먼 산과 푸른 하늘, 이웃집 마당에 널린 가지들, 시골 농가 담 한구석의 깨어진 기왓장…. 소박한 시골 자연의 모습이 수채화의 맑은 붓터치로 다가온다.
천기원(안토니오·56·수원교구 비산본당·사진) 화백은 흔히들 말하는 「특별한 것」이 아닌 「무명(無名)」을 즐겨 찾는다. 홀연히 지나가다 만난 여느 시골마을이나 이름없는 포구, 뒷골목 등 사람의 순수한 체취가 묻어나는 풍경을 화폭 가득 담아낸다.
천화백은 일생 동안 한번도 학교 등 정규과정 안에서 회화를 배운 적이 없지만 주변에서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작가」로 평가하고 있다. 경기미술대전 최우수상을 비롯해 대한민국미술대전, 목우회전 등에서 입선한 바 있으며 다수의 개인전 및 초대전을 열어왔다.
손과 마음이 가는데로 자연스럽게 붓을 든 지 30여년을 훌쩍 넘겼지만 무공해 고향마을을 향한 향수는 여전하다. 10월 27일~11월 9일 서울 명동 평화화랑에서 여는 전시회에서도 자연을 담은 작품 30여점과 정물화 등을 선보인다. 지난 2001년 간암 수술 후 처음 갖는 전시회라 개인적인 감회도 새롭다.
『하느님께서 덤으로 주신 삶, 붓을 들 수 있는 그날까지 각박한 삶에 지친 이들이 희망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을 그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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