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본 영화 「내 마음의 풍금」은 여러모로 감탄스러운 영화였다. 무엇보다 여 주인공이 보여주던 「촌스러움」이 기억에 남는데, 까맣게 그을린 얼굴과 고무신, 동생을 업을때 사용했던 때묻은 포대기, 그리고 꽃가라 블라우스…. 그런게 소품의 전부였다. 그런데도 나는 그 이야기가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촌스러워도 마음 안에 진심을 담고 있으면, 그 순간 인간은 완벽한 아름다움에 도달할 수 있음을,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했으니 말이다. 사랑은 인간의 진정한 현재적 아름다움을 마주하게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번 주에 살펴볼 아가의 첫째 시 후반부에서는 두 연인의 「아름다움」이 각별히 강조되어 있다. 사랑의 미학이란, 자신의 추함을 극복하고, 각자 안에 숨겨져 있는 창조때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그것을 소중히 살게 하는 그런 충만함이 아닐까한다.
첫번째 시의 후반부(1, 9~2, 7)
후반부의 앞부분(1, 9~17)은 매우 조직적인 구조를 보여준다. 비슷한 분량으로 이루어진, 남자와 여자의 노래가 서로 듀엣(Duet)처럼 교차되기 때문이다: A) 남자(9~11절) -> B) 여자(12~14절) -> A') 남자(15절) -> B') 여자(16~17절).
먼저 노래를 시작하는 이는 남자이다. 사랑에 빠져 거친 들판을 헤매던 처녀를 알아본 사람은, 다행스럽게도 그녀의 연인이었다. 자신을 찾아 먼길을 떠나온 그녀를 발견한 남자는 여인의 아름다움을 『파라오의 준마』(1, 9)에 비유한다(9~11절). 「말」이 상징하는 대담함, 힘, 자유가 「파라오」라는 귀족적 아우라를 통해, 왕후의 우아함으로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는 10~11절에도 계속되며, 12~14에서는 여인의 노래가 시작된다.
이 부분의 모티브는 「향기」이다. 고대사회에서 여인들은 향료주머니를 몸에 지니거나 목에 걸고 다녔다고 하는데, 여주인공은 자기의 연인이야말로 목에 걸려 있는 살아있는 「향기」임을 강조한다.
15~17절은 다시 남자-여자의 듀엣이 시작되는데, 여기서 결정적으로 강조된 단어는 「아름다움」이다. 서로를 아름답다고 칭송하며 사용된 이 히브리어 「야페」는, 짧은 문장안에 3번이나 반복되고 있다.
2장에서부터 두 연인은, 서로를 많은 군중 사이에서도 알아본다는 내용의 노래를 부른다. 남자는 여주인공을 『아가씨들(가시덤불) 사이의 백합꽃』이라고 구별해내고, 여자는 상대를 『젊은이들(숲속의 나무들) 사이의 사과나무』라고 표현한다. 사랑의 대상인 바로 「너」 말고는 그 어떤 가치도 아름다움과 특별함의 대상일 수 없음을 제시하는 것이다.
아가 2, 3b부터는 조금 긴 여주인공의 노래가 이어진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사랑하는 이를 「그」(3인칭)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여인은 『그이(사과나무)의 그늘』에 앉기를 갈망하며, 『그이의 열매』를 먹기를 희망한다(3b절). 강렬한 햇빛과 전형적 목축-농경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팔레스틴의 문학작품에서, 일반적으로 「그늘」은 보호와 평안을 의미하며, 열매는 삶의 절대적 조건을 상징한다. 이어 그녀는 자신의 위에 걸린 깃발의 이름은 「사랑」임을 선포한다(4절). 여인은, 자신에게 꽂힌 「사랑」의 깃발 때문에 몸에 병이 났다. 그녀의 병명은 사랑(5절)! 「상사병」은 고대 근동의 연가에서나 한국의 민담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티브이다. 그런데 일반적 연가와 아가를 차별화 시키는 모티브는 그 병을 앓고 고백하는 화자이다. 이러한 적극적 고백은 대개 남자들의 전용멘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가는 이 병을 여성 스스로 고백하게 한다(2, 5 5, 8). 다행스럽게도 아픈 그녀를 치유시켜준 존재는 그녀의 연인이었다. 아픈 여주인공을 안아주는 포옹을 통해 그녀의 사랑은 보상 받는다(6절). 7절에서는 다시 「예루살렘의 아가씨」들이 등장하는 것으로 작은 균열이 제시되며, 여인은 결국 「사랑」을 보호하려는 염원으로 노래를 마무리한다. 『사랑을 방해하지도 깨우지도 말아줘요. 그 사랑이 원할 때까지』(7절). 이 구절은 3, 5과 8, 4에도 후렴처럼 반복되는 것으로서, 그만큼의 중요성을 암시한다. 여인은 사랑이 인위적인 힘이나 가공적 조건에 의해 방해받거나, 혹은 커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그리고 사랑은 사랑 자체가 그 끝을 알고 결정함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삶의 감각이 생겨날 때까지
익숙한 얘기지만, 성숙이라는 자질은 「가슴앓이」를 통해서만 내 것이 된다. 20대의 미숙함이 주었던 아픔 때문에 30대에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게 되며, 30대의 슬픔과 아픔을 통해 40대는 좀 더 따뜻함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사랑이 마음에 큰 깃발을 꽂았을 때 그 아픔은 치유할 도리가 없다. 고스란히 그 속병을 감수하는 수밖에. 삶에 대한 나름대로의 진중하고 예민한 감각이 내 안에서 완전히 촉발될 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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