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락동 「마리아의 집」에서 무의탁 할머니 10여명을 돌보며 살고 있는 안나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경기불황이 계속되면서 알음알음 후원을 해 주던 신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자신의 사비를 털어 할머니들을 돌보는 데도 한계가 있다. 게다가 정부는 2005년 7월까지 설치기준에 따라 집을 증·개축하지 않으면 강제로 시설을 폐쇄하겠다고 한다.
마리아의 집과 같은 미신고사회복지시설은 전국에 1096개소.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중 269개소가 가톨릭 단체 또는 신자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다. 미신고시설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정부의 폐쇄방침이 강행될 경우 미신고시설의 90%가 설치기준에 미달돼 폐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신고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정부의 강제 폐쇄방침과 미신고시설 관계자들의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미신고시설을 「관리」의 대상이 아닌 「지원과 협력」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재·행정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울러 교회도 주교회의 차원에서 중앙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와 정책적인 조율을 해나감과 동시에 각 교구별로 미신고 시설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10월 21일 개최한 「정부의 미신고시설 정책에 따른 한국 가톨릭교회의 입장과 정책 제안」 심포지엄 주제발표에서 이태수 교수(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는 『미신고시설은 국가의 국민에 대한 보호책임을 대신하는 시설』이라며 엄정한 관리감독 차원에서 미신고시설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교수는 이어 『정부가 미신고시설에 대한 행.재정적 책무를 다하지 않은 채 폐쇄방침만을 고집한다면 민간의 반발만 사게 된다』며 ▲개인운영시설에 대한 법인전환의 유도 및 운영비 지원 ▲시설의 인권침해 가능성에 대비한 방지방안 수립 ▲나환자, 에이즈 환자 보호시설 등 미신고시설 종합대책 제외영역에 대한 지원대책 추가 등 정부정책 보완방안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 토론에 나선 김한승 신부(대한성공회 사회선교사목국장)도 『정부의 미신고시설 정책은 철저히 공급자 중심』이라며 『사람중심, 수요자 중심의 정신을 살려 미신고 시설을 양성화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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