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임송자(리타.64.중앙대 조소과) 교수의 시선은 항상 인간을 향해 있다.
수십년 동안 한결같이 「사람」을 연구하고 사람을 빚어온 임교수는 인기와 명예에 연연하지 않는 순수한 「모범생」의 모습과 맞아 떨어진다. 특히 그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마음을 자신만의 탁월한 소조기법과 접목해 서정성 짙은 독특한 인체 조각으로 발전시켜온 조각가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임교수는 이러한 업적을 인정받아 10월 19일, 제16회 「이중섭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11월 9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조선일보사 미술관에서 열린다.
임교수는 30대 중반을 훌쩍넘긴 늦깍이로 이탈리아 유학을 떠났었다.
『바티칸 대성당 곳곳을 채우고 있는 대가들의 작품에서 「사람」의 매력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삶과 신앙이 하나된 이탈리아인들의 모습,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보듬는 그들의 마음씀씀이는 작품활동을 지속하는 모티브가 되었지요』
그의 작품은 대부분 위대한 선각자나 유명인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더불어 만나는 주변의 사람들, 일상에서 표현되는 희노애락의 표정을 담고 있다.
『「돌」보다는 「풀」의 감촉을 더욱 소중히 생각한다』는 그의 말에서 「사람」을 소재로 일관하는 이유를 엿볼 수 있었다. 스스로 자신의 작품을 「부드럽고 둔하고 느리다」고 설명한 임교수는 『특정인을 꼭 닮게 만들거나 거창한 메시지를 담기보다 사람과 마주칠 때 느낀 사고의 일치와 교감을 담은 「자연스러운 작품」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한다.
창작과정은 지독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치밀하다. 수십 장씩 드로잉하고 이를 다시 조소의 형태로 꼼꼼하게 옮겨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수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기교는 빼고 자연스러운 생명력을 살리기 위해 흙이 마르는 마지막 순간까지 주무르고 또 주무른다. 40여년의 작품활동 기간 동안 개인전을 연 것은 단 3회. 이유는 단순했다.
『작품 제작 시간이 길다 보니 전시회를 열 정도의 작품 수가 안되더군요』
대표작으로는 「현대인 시리즈」와 「식탁 시리즈」가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의 모습을 통해 사람을, 세상을 이야기한 작품들이다.
지난 84년 첫 십자고상을 제작한 후로 성미술품도 꾸준히 만들어왔다. 최근에는 안양 중앙성당의 예수부활상을 만드는 데 온 힘을 쏟았었다. 서울 명동성당의 교황 요한 바오로2세 부조와 가회동과 북가좌동 성당 등의 성모상, 십사처 등도 그의 작품이다.
『영감에 의해 창작하기보다는 끊없는 노력에 의해 작품을 만든다』는 임교수는 『묵묵히 정직하게 창작에 매진하는 것만이 나의 일』이라고 반복했다. 부드럽지만 힘있는, 작지만 울림이 큰 작품을 만드는 에너지임에 틀림없다.
앞으로는 「내가 만난 사람들」을 주제로 부조 테라코타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내년 가을 쯤 완성작을 만날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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