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에서 기수련으로 인한 피해 사례를 접수한다는 공지가 나간 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제보를 해왔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상황은 심각했다. 「심각하다」는 차원을 넘어서 기성 종교의 위기 상황이라고 할 수 있으며, 특히 가톨릭 신자들이 이러한 운동에 참여하는 비중이 다른 종교의 신자나 일반인들을 훨씬 넘어선다는 점에서 한국 천주교회를 위협하는 큰 도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 소장인 차동엽 신부는 최근 가톨릭신문에 연재한 글에서 이들 피해자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몇 가지로 특징을 분류했다. 즉 ▲특별한 경계심이 없다 ▲야금야금 빠져든다 ▲하느님을 부정하기에 이른다 ▲집요하게 붙든다 ▲알 수 없는 힘이 작용한다 ▲사목적 대응책이 미흡하다 ▲생각보다 많은 신자들이 빠져 있다 등이다.
가톨릭신문에 제보해온 기수련이나 요가 체험자, 또는 이러한 사람들을 주위에 두고 본 사람들의 목격담은 위에서 말한 내용들과 대부분 일치한다.
우선 제보자들은 자신이 속한 본당이나, 이웃 또는 친지들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러한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일선 사목자나 교회 당국이 추측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신자들이 여기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위에 언급한 특징들을 바탕으로, 신자들이 기수련이나 요가에 빠지게 되는 경과를 도식화해보면 다음과 같다.
대부분이 건강상의 문제로 시작한다. 관절염이나 홧병, 심장병 혹은 암 등 만성적인 질병을 앓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주위에서 『운동 한 번 해보시지요』 하는 가벼운 권고로 시작된다.
건강을 위한 운동으로 인식함에 따라 경계심이 없게 마련이다. 수련이 수개월 지속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교회의 가르침들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하거나, 무의미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신앙이 흐트러진다.
이 단계에서 문제를 느낀 이들의 대처는 세 가지이다. 하나는 단호히 신앙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돌아서든가, 아니면 더 깊이 빠져들어 하느님을 부정한다. 둘 다 아니면, 『이상하다』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어디 마땅히 물어볼 곳도 없고, 어영부영 하면서 점점 더 신앙이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기수련 단체나 요가 지도자들은 이처럼 혼란을 느끼기 시작한 사람들을 집요하게 설득한다. 때로는 그것이 몇날 며칠이고 이어진다. 여기서 문제는 이런 혼란을 해소해줄 상담자나 사목자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사목자들 자체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체험해본 바도, 아는 바도 거의 없다.
결국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단순한 동기로 시작해서, 혼란을 느끼기도 하지만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대책 없이 끌려가다가 막다른 골목까지 이르게 되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바로 한국 교회가 직면한 신(흥)영성 운동의 위기 상황이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제보된 사례들을 살펴보자. 여기에는 기수련뿐만 아니라 요가 수련의 사례도 포함돼 있다.
▲인천에 사는 40대 중반의 남성인 A씨는 7년 전에 본당 사제가 요가 수련을 하고 온 뒤에 신자들 여럿과 함께 요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단기간에 성당을 휩쓴 유행이 됐지만 성당에는 맞지 않는 프로그램이라서 곧 중단됐다.
하지만 그 때 참가했던 사람들 중 2명이 인도까지 다녀오는 등 깊이 빠졌고 이들은 2년 뒤, 도포 차림으로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이들은 『꼭 성당 안 다녀도 천국 갈 수 있다』며 기도는 물론 미사까지도 사람이 만들어놓은 것이라며 부정하려고 했다. 파장은 신앙생활에 그치지 않았다. 가정과 사회생활에서 떠남에 따라 이미 세 가정이 파탄이 났다. 자기 수련, 자기 정체성을 찾는다는 미명 아래 「출가」까지 불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당 사제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부끄러운 일이라며 본당 신부에게는 쉬쉬해왔기에 다만 냉담자가 생겼다는 정도 밖에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수련이나 요가에 푹 빠질 경우, 과도한 지출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서울에 사는 올해 50대 중반의 여성 신자 B씨는 암으로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해왔는데 지난 7월부터 불과 두달 반 만에 1300만원의 교육비를 썼다. 여기에는 하루 40만원 짜리 코스도 포함돼 있다. 무려 2000만원이나 드는 최종 수련 단계까지도 권유받고 있다.
▲60대의 한 남성 신자 C씨는 자신이 아는 사람의 경우, 수련을 시작한 뒤 극도의 심리적 불안 증세를 보이더니 전셋집을 살면서 받은 아파트 분양권을 개인 지도를 하는 이에게 양도를 하고,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했다고 분노했다. 이것이 본당 전체에 알려져 공개적으로 우려와 경고 조치가 취해지기도 했지만 지금까지도 여러 명이 그를 따라 다니며 수련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40대 여성신자 D씨는 고혈압 환자이다. 처음 기수련 단체에 가니 『병원 약발이 안 받는 것 같다』며 단전호흡을 할 것을 권유했다. 약간의 의문점들을 문의하니까, 시작할 때에는 『그냥 운동이니까 성당 열심히 다니며 수련하면 아무 상관없다』고 하기에 별 생각 없이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수련이 진행되면서 신앙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통을 느끼게 됐고 열심히 하던 기도생활도 시들해지고,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 감사하고 고마워하는 자세도 없어지게 됐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단호하게 결단을 내리고 이미 지불한 수련비 500여만원을 돌려달라고 해 절반 정도를 돌려받기로 한 상태이다.
다음은 그 외에 다양하게 나타난 피해 사례들 중 일부이다.
▲60대 여성신자, 서울 : 심장병 환자로 기수련 한지 6개월인데, 통증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신앙생활에 게을러져 주일미사도 참례를 안하게 된다.
▲50대 여성신자, 경상남도 진주 : 남편과 함께 요가를 한지 2년째로 지금은 중단 상태이다. 정서불안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데, 남편이 「자기 정체성」을 찾는다고 자주 집을 나가 수련을 한다. 반대를 하니까 몰래 다니기도 하고, 가정이나 직장에 관심이 없고 비현실적인 행동들을 한다.
▲40대 남성신자, 경기도 부천 : 2~3년 정도 기수련을 해왔다. 직장에서 전 사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프로그램에 참석했는데, 평생회원으로 등록해 1년 가량은 꾸준하게 수련을 했다. 문제는 종교적으로 매우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기」가 마치 성령처럼 느껴진다. 교리에 대해 많은 의문이 생기는데 물어볼 사람이 없다. 신부님들도 마찬가지다. 말해도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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