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0월 21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루이지(1880∼1951)와 마리아(1884∼1965) 부부를 시복하는 장엄미사를 봉헌했다. 몇 달 전에도 부부를 시복하기 위해 가경자(servi di Dio 하느님의 종)로 선포하는 장엄미사가 봉헌됐다.
교회 역사 안에서 부부가 순교자로 성인이 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순교자가 아닌 평범한 일생을 살았던 부부가 시복된 것은 이 일이 처음이다. 이는 이 시대의 부부들에게 하느님께서 교회를 통하여 주시는 새로운 징표다.
정상적인 부부로 가정을 꾸미고 사는 생활을 통해 성인이 될 수 있다. 모든 그리스도교 가정은 성덕으로 불림을 받았다. 결론으로 말하면 가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덕을 쌓는 훌륭한 재료들이다.
우리 모두는 예외 없이 가정을 통하여 이 세상에 왔다. 인간은 모두가 가정에서 태어나므로 가정은 교회의 기초이고 사회의 기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말씀하시는 내용의 약 40%가 결혼과 가정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결혼과 가정이 하느님께서 계획하신 대로 존재하지 않기에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결혼과 가정의 중요성에 대하여 강조하고 있다.
하느님께서 인류를 창조하실 때 가정을 창조하셨다(창세 2장 참조).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한 가정을 통하여 이 세상에 오셨다(루가 2, 1∼21 참조). 예수 그리스도께서 메시아로서 첫번째 기적을 새로운 가정이 탄생되는 가나안의 혼인 잔치에서 행하셨다(요한 2, 1∼11 참조). 이러한 사실만 보아도 하느님께서 가정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시는지 알 수 있다.
가정은 사랑의 금고다. 부부간의 사랑, 모성애와 부성애, 부모에 대한 사랑, 형제애 등을 가정에서 느끼며 배운다. 많은 가정들이 무너지고 파괴되는 현상들은 사랑이 부족하거나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사랑만이 가정을 가정답게 만들어준다.
스승인 예수님에게서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무엇보다 예수님께서는 모범을 보여주셨다. 자신이 가르치신 것을 스스로 실천에 옮기셨다. 자신이 먼저 짊어지지 않은 짐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으셨다. 예수님께서 하셨던 교육 방법을 볼 때 부모가 실시하는 자녀 교육의 첫번째 방침은 자녀를 가르치거나 고쳐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철저하게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생활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돕기 위하여 개입하신다. 나아가 가르침을 받는 사람에게 신뢰심을 보여주셨다.
자녀는 무엇보다 먼저 하느님의 자녀이다. 따라서 부모의 소유물로서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부모에게 맡겨주신 사람들로서 자녀들을 대해야 한다. 아울러 자녀의 잘못을 고쳐주는 것은 부모의 의무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있어서 대화가 중단되어서는 안되며, 친구처럼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예수님을 닮는 것보다 예수님께서 우리 안에 자리를 차지하시게 하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방법이다. 만일 예수님께서 우리 안에 사시게 된다면 우리는 교육자로서 더 이상 바랄 수 없는 훌륭한 태도를 취하게 될 것이다.
죽음의 문화라는 현대의 악에 대한 가장 좋은 예방책은 그리스도적인 사랑의 거대한 밀물로 우리 사회를 덮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 악을 제거하기 위해, 아니면 최소한 그 방향을 바꾸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사랑은 복음의 핵심이다. 그러므로 마음속에 거룩한 사랑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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