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영성 운동은 이 시대, 이 사람들의 욕구와 필요에 놀라울 정도로 깊이 연관돼 있다. 신문, 잡지, 방송에 나타나는 건전한 생활 운동으로서의 기수련과 요가 등의 활기찬 모습 그 이면에는 자칫 무비판적으로 빠져들 경우 야기될 수 있는 부작용들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 실상은 기수련이나 요가 등을 통해 건전한 신체와 정신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 뒤에 가려져 있다.
이제 문제가 되는 바로 그러한 현상들이 직접적, 현실적으로 교회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기수련과 요가로 대표되는 신(흥)영성 운동의 확산은 신앙뿐만 아니라 개인과 가정의 생활에까지 부정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뿐이며, 이미 200만을 헤아리는 기수련 체험자들과 100만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요가 수련자들을 포함해 신(흥)영성 운동의 잠재적 요소를 지닌 사람들이 수백만에 달하고 있음을 생각할 때, 하루속히 신자들의 혼란을 해소하고 올바르게 식별할 수 있는 사목적 대안들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이미 교회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부분적인 연구 작업 외에 교구와 본당에서 어떻게 사목적 대처에 나서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본다.
신(흥)영성 운동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적절한 사목적 대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식별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현실 파악에 나서야 한다.
즉, 신자들 사이에 기수련이나 요가 등이 얼마나 확산돼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는 사실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실제 기수련을 하거나 요가를 하는 신자들이 그 사실을 밝히기를 꺼려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 본당에서, 주임 사제가 강론 시간에 『기운동 하는 사람 손들어보라』고 했을 때, 과연 손을 드는 신자들이 얼마나 될까. 따라서 무기명 설문조사 등 익명성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구 차원 혹은 사례 본당을 지정해서 신자들 사이에서 기수련과 요가 등에 참여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고, 이를 통계치로 파악하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기초적인 작업이다.
나아가 단순한 확산 정도를 살펴볼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들을 수집할 필요가 있다. 즉, 참여 수준과 정도별로 신앙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풍부한 사례들을 수집해 분석함으로써 실제로 이러한 운동들이 신앙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피해 사례들을 일반화시킬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또 변수가 있을 수 있는지 등이 이러한 사례 수집과 분석 과정을 통해서 연구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러한 작업은 지금까지 교회내의 신(흥)영성 운동에 대한 연구가 주로 신학적 비판과 이론적 연구에 머물러 있었으며, 따라서 실제 사목현장에서의 대처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필요한 일이다. 이제 대처는 일선 본당 차원에서 시작돼야 한다.
가장 기초적인 작업으로 실태 파악의 본격화와 함께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시도들이 진행돼야 할 것이다.
우선, 사목자들의 관심과 식별 노력이 절실하다. 신자들의 혼란을 해소해줄 상담자는 당연히 사목자여야 한다. 기수련을 하다가 신앙적 혼란을 느끼게 될 경우, 즉각적으로 본당 사제나 유관 기관, 단체의 전문가와 신앙적인 상담을 할 수 있는 장치가 하루 속히 마련돼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본당 사목자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도움이 되는 정보와 식견을 갖추어 본당 신자들과 지속적인 상담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러한 문제는 고도의 식별을 요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일선 사목자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 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를 지닌 관련 전문가에게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교구 안에 마련돼 있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심층적인 연구가 한국 교회 전체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다시 말해서, 한국 사회 전체, 한국 교회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로서 신(흥)영성 운동에 대한 대처는 교구간 연대를 통해 한국 교회 전체 차원에서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신(흥)영성 운동에 대한 연구는 오래 전부터, 뉴 에이지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주교회의 사목연구소를 중심으로 꾸준하게 이뤄져왔고 나름대로 그 성과 역시 축적돼 있다. 최근에는 비판적 연구에 그치지 않고, 교회내 영성 전통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 연구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기수련이나 요가 등에 참여하는 신자들의 식별 노력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운동을 하면서 신앙적인 문제를 느끼게 될 경우, 즉시 이에 대한 신앙적 식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운동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신앙적 확신에 금이 가게 된다는 것이 여러 사례들을 통해서 확인된다.
건강을 위해서, 정신적 안정을 위해서 운동을 시작했다고 해도 수련의 과정에서 신앙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발견하게 되면 즉시 멈추고 다시 한 번 자신의 영적인 상태를 식별하고, 필요할 경우 적절한 상담자와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처들은 소극적 대처라고 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대안은 교회의 풍부한 영성적 전통들을 바탕으로 이러한 전통들을 현대인들에게 영적 보화로 제시할 수 있도록 하려는 교회의 노력이다.
신(흥)영성 운동에 대해, 그 긍정적인 측면들을 인정하는 의견들이 분명히 있다. 즉, 신(흥)영성 운동이 거룩함과 참된 종교성을 촉구하고 보다 적극적인 신앙생활을 역설적으로 촉구한다는 것이 그것이고, 교회에 쇄신을 요청한다는 것이다. 신(흥)영성 운동들이 제공하는 육체적, 정신적 위안을 능가하는 요소들을 교회가 제공하지 못할 때 신자들은 다시 신(흥)영성 운동에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을 수련함으로써 영성을 추구하며, 그럼으로써 스스로가 보다 완전해지길 원하고,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만족스러운 행복을 누리길 원한다. 신(흥)영성 운동은 얼핏 이런 것들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오랫 동안 호항 속에서 자기 만족, 구태의연의 태도를 보여온 한국 교회에게 신(흥)영성 운동은 쇄신을 요구하는 표징일 수 있다. 현대인들에게 참된 영적 가치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배가되고, 그럼으로써 신자들이 더욱 확고한 신앙을 견지할 수 있다면, 신(흥)영성 운동 역시 하느님의 섭리에 속하는 것이 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