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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과학 부산물 먹거리로 부적당”
“폭발적인 인구 증가 식량문제 해결 방안”
가톨릭신문사와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는 오는 11월 20일 『유전자조작식품,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미 우리의 식탁은 지금껏 인류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먹거리들, 즉 유전자 조작을 통해 증산되고 양적으로 풍부해진 농산물들이 점령하고 있는 상태이다.
웰빙을 추구하면서 인간에 의해 오염된 과학과 조작에 위기감을 느끼면서 순수한 자연의 힘을 동경하는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불완전한 지식과 과학의 산물로 의심받는 유전자조작식품은 생명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된다.
아울러 GMO는 먹거리의 오염이라는 문제에서 더 나아가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적 구조 안에서, 다국적 기업을 배후로 하는 경제적 제국주의의 시도로도 의심받고 있으며 더욱 근본적으로는 만연한 빈곤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저해하는 요소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가톨릭신문은 오늘날 GMO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살펴보고, 국내의 GMO 유통 실태를 짚어보고, 교회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유전자변형식품, 혹은 유전자조작식품 등 아직 용어조차 제대로 통일되지 않고 있는 GMO(Genetically Modified Org anism)에 대한 논쟁은 그 동안 꾸준하게 이어져왔지만 지금까지도 그 입장이 명확하게 검증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GMO를 둘러싼 이 논쟁의 두 축은 생명을 유지하고 증진하는 먹거리로서 GMO는 부적당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인간에게 장기적으로 엄청난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주장, 그리고 폭발적인 인구 증가에 비추어 부족한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히 개도국과 저개발국의 식량 증산을 위해서는 GMO를 그 대안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 이 두 가지가 팽팽하게 맞서 있다는 것이다.
매일 3만명 굶어 죽어
지난달 24일, 로마의 교황청립 그레고리안 대학교에서는 교황청 주재 미국 대사관과 교황청 과학원의 공동 주최로 GMO에 대한 학술회의가 개최됐다. 여기서 발표된 바에 의하면, 미국 아이오와주 인구 500명 정도의 한 작은 마을에서 에이커당 옥수수 수확량이 GMO를 활용한 결과 3배 가량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수확량의 증산은 선진국에서 이미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나아가 저개발국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됐다.
이러한 내용을 발표한 측에서는 바이오테크놀로지를 활용한 농업은 살충제의 사용을 대폭 줄이는 한편 알이 꽉 찬 옥수수를 생산할 수 있으며, 이런 품종은 물이 적어도, 가뭄이 들어도 아주 잘 견뎌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이러한 유전적으로 조작된 농산물은 아마 전 지구적인 기아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것이다.
미 알라바마 터스키지 대학교의 유전공학 교수인 C. S. 프라카쉬 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개도국 인구는 세배가 증가했지만 지금 매일 3만명이 굶어 죽고 있으며 그중 반은 어린이라는 현실을 지적한다. 그는 『2050년 전세계 인구가 90억으로 늘어나면 식량 생산량이 지금보다 세배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대목에서 교황청이 GMO 문제에 대해서 농민운동단체나 환경운동단체들, 그리고 진보적 시민단체들이 그토록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다소간 애매한 태도로 입장 표명을 명확히 하지 않는 이유가 발견된다.
“GMO는 새로운 식민주의 씨앗”
교황청은 지금까지 꾸준하게 이 문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교황청은 이에 대한 뚜렷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으며 교황청 안에서는 GMO에 대한 지지 입장을 지닌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교황청립 「사도들의 모후」 대학 생명윤리학과장인 곤잘로 마린다 신부는 『교회가 GMO를 해로운 먹거리라는데 그치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할 가능성을 발견한다면, 교회는 그 가능성을 결코 소홀히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러한 주장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GMO로 식량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영세한 소농들이 대규모 경작을 하고 대량으로 농산물을 유통시키는 기업들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고, 굶주림이라는 문제의 참된 원인, 즉 가난과 빈곤의 문제를 외면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GMO를 프랑켄슈타인의 음식(Frankenfoods)로 부르며 그것이 가져올 예기치 못한 부작용에 대해 경고한다. 즉 장기간에 걸친 GMO 이용이 인간의 신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필리핀에서 22년 동안 활동한 아일랜드 출신의 선교사인 골롬반회 신 맥도나 신부는 GMO를 『새로운 식민주의의 씨앗』으로 간주한다. 여러 권의 GMO 관련 저서를 쓴 적이 있는 그는 기아와의 전쟁은 개도국의 토지 개혁, 육식으로부터의 식생활 개선, 그리고 미국 등과 같은 선진국에서 농부들을 위해 지불하는 보조금 중단 등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GMO의 확산 배후에는 탐욕스러운 다국적 기업들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GMO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각 나라마다 내부적인 논란을 넘어서 국제 사회 안에서의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매우 다양한 요인과 논쟁 주제들을 지니고 있는 대단히 복잡다단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 유전자 조작식품으로 인해 발명한 치명적인 질병이 보고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이 위험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복잡다단한 문제
하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GMO에 대한 가장 광범위하고 현실적인 비판은 그것이 인간 생명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먹거리라는데에서부터 시작된다.
「유전자조작「(genetic engineering)이란 한 종으로부터 유전자를 얻은 후에 이를 다른 종에 삽입하는 기술을 말한다. 1953년 세포 속의 DNA 구조가 밝혀지고 1970년 대 이후 DNA를 잘라내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이러한 기술도 발전해왔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종의 생명체를 GMO, 즉 유전자 조작 생물체라고 부르며 이러한 조작 과정이 벼, 감자, 옥수수, 콩 등 농작물에 행해지면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라고 부르고, 이 농산물을 가공한 것이 유전자 조작 식품이라고 불리운다. 이를 유전자 변형 식품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농산물과 식품들이 유통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는 않는다. 1994년 미국 칼진이라는 회사의 무르지 않는 토마토가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얻어 시판된 이후 1996년부터 몬산토라는 회사의 유전자 조작 콩이 상업적으로 대규모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이후 품목과 생산량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현재 미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GMO들은 콩, 옥수수, 감자, 토마도 등 모두 10여개를 훨씬 넘어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GMO 재배 비율도 대폭 늘어나고 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지난 1996년 전세계적으로 6개국, 170만ha에 불과하던 재배면적인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 아르헨티나 중국 등 18개국에서 총 6770만ha에서 GMO 재배가 이뤄지고 있어 8년 동안 무려 40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생산량 중 63%는 미국에서 생산됐고 아르헨티나가 21%, 캐나다 6%, 브라질과 중국에서 각각 4%가 생산됐다.
18개국 GMO 재배…증가일로
품목 중에는 콩이 전체 콩 재배 면적 7600만 ha중 반이 넘는 55%, 즉 4140ha에서 GMO 콩이 재배됐고 면화는 3400만 ha 중 720만ha(21%), 옥수수는 1억 4천만ha 중에서 1550만ha(11%)에서 유전형질이 변형된 농산물이 재배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대두(콩)와 옥수수는 바로 미국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GMO 품목들이다. 통계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내 재배 콩의 GMO 비율은 절반이 넘고 옥수수는 약 3분의 1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우리나라는 거의 대부분 이 두 가지 품목을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최근 농림부는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에 제출한 국정 감사 자료에서 올해 1~6월 수입된 대두 71만 6천톤 중에서 84.2%인 60만 3천톤이 GMO 농산물로 수입신고됐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농촌 진흥청이 18개 작목, 45종의 유전자 변형 작물을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상품화된 농산물은 없다.
유전자 조작 식품의 위험성은 아직까지 인류가 먹어본 적이 없는 것이라는 점에 있다. 즉 섭취해본 일이 없는 미생물이나 세균의 유전자가 포함돼 있는 것이기에 그 동안 수천년 동안 먹어옴으로써 그 위험성이 없음이 검증된 다른 음식들과는 근본적인 차이를 갖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GMO로 인해 발병한 치명적인 질병이 보고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이 위험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고, 시간이 갈수록 그 유해성에 대한 증거들이 밝혀진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