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수능을 준비하고 있는 고등학생입니다. 저의 장래 희망은 변호사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류 대학의 법대에 진학해야 겠지요. 그래서 공부하는 틈틈이 시험 성적이 잘 나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기도를 바치곤 합니다. 그런데 자기 소원을 위해서 하느님께 비는 것은 기복신앙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제 기도는 잘못된 것인가요?
A.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게 해달라는 기도는 의미가 있겠지만 성적이 잘 나오게 해달라는 기도는 분명히 기복적입니다.
사목하면서 경험하는 것은 수능을 앞두면 성인들 유해가 모셔져 있는 성지에 학부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성지에서 기도하면 효험이 있다는 소문과 믿음 때문에), 합격을 기원하며 한달간 미사예물을 봉헌하거나, 성당에도 잘 안나오다가 100일기도니 49일기도니 하면서 지극정성으로 성당생활에 열심합니다. 때로는 수능을 앞둔 자식 사진을 걸어놓고 십자가를 그어주기도 합니다. 수능 전날은 성당에 나오지도 않던 수험생들이 안수받기 위해 성당에 나옵니다. 고해성사도 통회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오로지 수능성적의 영향 때문에 임합니다. 자식이 유명한 대학에 떨어져 미사예물을 찾으러 온 웃지 못 할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한국교회는 기복신앙에 병들어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제는 이것을 심각하게 여기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청원기도와 기복기도는 엄연히 다릅니다. 청원기도는 자신이 바라는 것을 하느님께 온전히 맡기는 것입니다.
『계획은 사람이 세우고 결정은 야훼께서 하신다』(잠언 16, 1).
그러나 기복기도는 자기의 뜻대로 이루어지도록 청하는 기도입니다. 이 기복은 지극히 세속적 가치관이 그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신앙이란 하느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이자 하느님께 대한 온전한 봉헌인데 사람들은 신앙을 오로지 현세적 복과 평안을 구하려는 방편으로 여겨 마치 하느님과 거래를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우리 주 하느님께서 계획하신 일에 대하여 이렇다 저렇다 말하지 마시오. 하느님은 사람과 달리 으르거나 달랜다고 해서 움직이시는 분이 아니십니다』(유딧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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