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잘 안 나지만 태어난 지 5일만에 병원옆 성당에서 세례를 받은 나는 「시몬」이라는 이름을 받았다. 어머니 요청에 의한 세례명인데, 당시 어머니는 「십자가의 길」을 하실 때마다 제5처에 머무시며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 지심을 묵상합시다』에서 큰 감명을 받곤 하셨다고 한다. 너무도 고통스러운 십자가의 길에서 잠시나마 무거운 십자가의 무게를 피할 수 있던 시간이었기 때문에 참 감사하고 고마운 사람이라고 생각하셨단다.
그러나 성서에 나오는 「키레네 사람 시몬」이 성인(聖人)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그저 밤새 매질에 고통을 당하시던 예수님께서 자꾸 넘어지고 엎어지니 빨리 사형장까지 가야만 했기에 힘 좋아 보이는 길가에 서있는 청년 한 사람을 불러 대신 십자가를 지게 한 것이다.
그래서 난 그 「키레네 사람 시몬」을 「얼떨리우스」라고 부른다. 어찌되었든 얼떨리우스라도 좋다. 힘들어 넘어지고 목말라 혀가 달라붙는 고통의 순간에 잠시나마 예수님을 도울 수 있는 시간을 허락 받은 사람이었으니 참 복받은 남자다. 지금이야 사도 시몬의 영명축일을 지내지만, 그 「얼떨리우스 시몬」의 삶은 내겐 본받고 싶은 좋은 모습으로 늘 남아있다.
구원! 그것은 무엇일까? 신학교에서 그렇게 숱하게 배운 구원의 문제는 내겐 늘 쉽지 않았고 잘 정리도 되지 않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성탄절 미사를 준비하다가 구원의 문제를 나름대로 해결하게 되었다. 신앙인이 이르고자하는 목적지인 이 구원이라는 단어는 구원(救援)이라 쓰지만 발음상 구원(九원)과 같다.
그래서 나름대로 이론을 만들어본다. 구원은 십원 빼기 일원(9원=10원-1원)이라고.
「우리가 하느님께로부터 올 때 10원을 받고 온다. 그러나 다시 하느님께 돌아갈 때 이 10원이 다 필요 없다. 오직 9원만 있으면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구원을 이루는데 필요없는 이 1원을 빼야하는데 그 1원이 무엇이냐면 바로 「이기심」이라는 것이다.
이기심은 우리를 「비구원」의 모습으로 살게 하는 원인이 된다. 이 필요 없는 이기심 때문에 전쟁과 약탈, 미움과 싸움이 끊이질 않고 수많은 고통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 이기심은 하느님과 우리 사이를 갈라놓으며 그 분을 못 보게 만들고 그 분의 참 사랑을 깨닫지 못하게 하며 결국은 구원(救援)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리라.
낮아지고 작아지는 길, 남 대신 십자가를 지는, 이기심을 뺀 십자가의 길이야말로 우리를 구원의 길로 가게 만든다.
길이요 진리요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몸소 이 이기심인 1원을 완전히 제거한 구원의 길을 가셨으니 제자들인 우리도 구원을 향한 이기심의 일원을 빼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을 살도록 하자.
이 얼떨리우스 시몬 신부도 그 이기심이라는 1원을 빼는 작업 때문에 오늘도 싸움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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