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환경소송센터」라는 한 민간 단체는 유전자조작식품(GMO)의 위해성 문제와 관련해 한 가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의미 있는 조정 결정을 법원으로부터 받아냈다.
이 소송은 1999년 11월 한국소비자보호원이 『국내 두부의 82%가 GMO 콩이 섞인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발표를 한 이후 유전자조작식품의 위해성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두부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한 식품 회사를 대상으로 그 회사 제품을 장기간 구매한 소비자를 원고로 모집해 정신적 피해에 대해 제기한 위자료 청구소송이었다.
법원은 이에 대해, 그 정신적 피해를 인정, 원고들에게 각각 1백만원씩을 지급하라는 조정 결정을 내렸다. 이에 앞서 5월에는 속칭 「두부재판」으로 알려진 그 회사와 한국소비자보호원과의 3년6개월에 걸친 공방 역시 그 식품 회사가 소를 취하함으로써 유전자 조작 콩 사용 여부를 둘러싼 법적 공방은 일단락지어졌다.
이 조정 결정은 유전자조작식품의 논란과 관련된 최초의 법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특히 법원은 식품회사가 유전자 조작 콩 사용 여부를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안전한 먹거리로 강조해 판매한 것은 소비자의 선택과 안전을 위협한 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위해성’은 공감대 형성
이러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유전자조작식품의 위해성은 일반적으로 널리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GMO에 대한 소비자와 농민들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지는 추세이다. 물론 전세계적인, 특히 저개발국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GMO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실제로 이 두 가지 입장은 아직까지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지만, 먹거리로서 식품으로서의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 한 GMO에 대한 반대 입장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서 세계적인 식품 회사들과 유통업체들은 GMO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전체적인 추세이며 각국 정부에서도 GMO 의무 표시제를 포함한 규제 제도를 수립하고 있다.
그러면 국제사회에서 GMO의 상품화 및 재배 현황은 어떠한가.
현재까지 유전자조작농산물은 국제적으로 이미 100건 이상이 허가돼 있다. 그 중 대부분은 농약내성이 있어서 해충에 강하고 수확량을 높임과 함께 저장성을 길게 해 생산자나 판매자를 도와주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연구개발은 현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상품화된 GMO 작물 중에는 옥수수가 가장 많은 품종이 개발됐고, 유채가 그 다음, 그 외에 콩, 토마토, 감자, 면화, 사탕무, 메론, 파파야, 호박, 밀, 벼 등 대부분의 농작물이 포함된다. 국가별로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GMO가 개발돼 절반 이상이며 캐나다와 호주, 네덜란드, 영국, 일본, 프랑스 등이 있다.
재배현황을 보면, 지난 1996년 전세계적으로 6개국, 170만ha에 불과하던 재배면적이 1999년 3990만ha, 2000년 4420만ha, 2001년 5260만ha 등으로 늘어나, 지난해에는 미국과 캐나다, 아르헨티나, 중국 등 18개국에서 총 6770만ha에서 GMO 재배가 이뤄지고 있어 8년 동안 무려 40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생산량 중 63%가 미국에서 생산돼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아르헨티나(21%), 캐나다(6%), 브라질과 중국(각각 4%)이 뒤를 이었다. 또 콩의 경우 전체 콩 재배 면적 7600만ha중 반이 넘는 55%, 즉 4140만ha에서 GMO 콩이 재배돼 GMO 재배 비율이 가장 높았고, 면화가 3400만ha 중 720만ha(21%), 옥수수는 1억4천만ha 중에서 1550만ha(11%)의 순으로 GMO 재배 비율이 나타났다.
국내 현황
우리나라의 경우 GMO 농산물이 개발 보급된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고 있으며 벼 등 주요 식량 작물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GMO가 아닌 종자를 개발, 보급하고 있다. 2001년 5~8월 전국 주요 콩, 옥수수 재배 포장에 대해 GMO 여부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국내에서는 GMO가 재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수입 농산물의 수송 중 낙곡이 발생하거나 불법 종자 등으로 국내 재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농업진흥청 등에서 14개 작물 35종에 대해 연구가 진행 중인데, 특히 최근에는 과학기술부 21세기 프론티어 작물 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이 벨기에의 한 생명공학 회사와 함께 유전자조작 벼를 대량 생산하는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GMO의 수입, 유통과 관련해 2002년 상반기까지?GMO가 별도로 구분, 유통되지 않아 수입량 파악은 어려운 실정이었으나, 2001년 7월 식품 위생법 시행 규칙의 개정으로 수입 식품 신고시에 GMO 표시 여부를 기재토록 해, 현재는 수입, 유통의 파악과 관리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
그러면 우리나라에 수입 유통되는 GMO 농산물은 얼마나 되는가.
우선 2001년도 콩과 옥수수 수입 현황을 살펴보면, 콩은 총 131만5천톤이 수입됐는데, 그중 식용이 26만8천톤, 사료용이 104만7천톤이다. 전체 수입량 중에서 미국에서 수입되는 콩은 전체의 86.4%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중에서 GMO 표시대상이 되는 것은 농산물품질관리법 제16조에 의한 판매 목적의 농산물, 즉 식용 26만8천톤 중에서 고율관세(TE) 4만8천톤과 유통공사 수입 및 판매량 17만8천톤으로서 이를 중심으로 관리가 되고 있다.
옥수수의 경우에는 총 862만9천톤으로 그중 미국산이 전체의 38.9%로서, 가공용(216만 7천톤)은 가공업체에서 직수입해 가공판매하고, 사료용 646만 2천톤은 사료업체에서 직수입, 사용하고 있다.
올해에는 상반기 중에 식품 가공용으로 수입된 콩 중 무려 84.2%가 GMO 콩이었다. 1월부터 6월까지 수입된 콩 71만6천톤 중에서 60만3천톤이었다. 전체 수입 콩 중에서 GMO 수입 신고 물량 비율은 2001년 35.5%에서 2002년 76.6%, 2003년 77.7% 등으로 매년 크게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고 이는 세계적으로 GMO 재배 면적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GMO 표시 면제 97.5%
이처럼 GMO 표시제 실시 이후 우리나라에 수입, 유통되는 GMO 농산물을 파악하는데 있어서 이전에 비해 상당히 진전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농산물로 만들어진 식품들, 즉 GMO 식품들의 경우에는 GMO 농산물이 원재료로 사용돼 가공, 유통되면서 GMO 식품이라는 표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식약청에 따르면 GMO 표시제가 시행된 2001년 7월부터 2003년 5월까지 수입된 농산물 및 가공식품은 300만톤으로 이중 140만톤이 GMO 식품이다. 하지만 콩, 옥수수 등 원재료가 대부분 가공, 유통되면서 유전자 표시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GMO 식품 표시 면제 대상인 수입 농산물 및 가공식품 대부분이 법적 근거가 없는 증명서 등으로 GMO 표시를 면제받고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즉 감사원이 지난 8월 국회에 제출한 식품의약안전청의 감사자료에 의하면 2002년부터 2003년 9월까지 수입 신고된 GMO 표시 대상 품목에 대한 면제 실태를 점검한 결과, 수입농산물의 경우 2113건 중 무려 97.5%인 2061건이 면제의 법적 근거가 없는 정부 증명서와 국내외 검사기관의 검사 성적서를 제출해 GMO 표시를 면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GMO 표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짙은 의문이 일고 있다.
소비자들의 의식 역시 바닥 수준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농산물이나 농산물을 원료로 한 식품을 구입할 때 이런 표시에 대해 관심도 없고 표시제가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GMO 식품 60~70%
90년대 중반 이후 유전자 조작식품은 우리 식탁 위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수입하는 GMO 콩과 옥수수는 우리가 매일 먹는 온갖 가공식품의 주원료들로서 일차 가공된 식품 뿐만 아니라 전분이나 물엿, 기름, 장류의 형태로 먹거리에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또한 콩과 옥수수는 가축 사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각종 산업용 기초원료로도 광범위하게 사용될 뿐만 아니라 콩, 옥수수 외의 다른 농산물들도 통계가 잡히지 않을 뿐이지 실제로는 여러 가지 가공 식품의 형태로 먹거리로 소요되고 있다.
미국에서 GMO 식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60~70%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나라의 식탁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으며 오히려 미국 등의 국가들보다도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소홀히 여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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