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가사키현·구마모토현 아마쿠사=곽승한 기자】「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처럼, 일본은 지리상으로는 가까우나 역사적 악연 때문인지 아직도 우리에게는 먼 나라이다. 그러나 「가톨릭 교회」의 경우는 다르다. 200여년 가까이 박해를 겪으며 스러져간 수많은 순교자들과 그들이 남긴 흔적들은 한국의 신앙 선조들이 겪은 그것과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10월 25일부터 28일까지 이상훈 지도신부(서울대교구 은퇴)를 비롯한 한국교회 신자 150여명이 일본 나가사키.아마쿠사 성지를 찾아 일본 가톨릭 교회 신앙의 발자취와 순교자들의 혼을 찾아 나섰다. 이번 나가사키, 아마쿠사 성지순례는 한진관광 가톨릭성지순례본부(본부장 겸 단장=홍대선)가 주관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의 피해지로 잘 알려진 나가사키는 가톨릭이 처음 전해진 곳. 일본에서도 가장 많은 신자와 성지가 있다. 16∼17세기 나가사키는 일본 내에서 유럽의 문물을 가장 먼저 받아들였으며, 당시 현을 지배하던 영주들도 대부분 신자였다고 전해진다. 1614년 당시 나가사키의 신자수는 5만명, 성당은 16개가 있었다는 사료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나가사키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우라카미(浦上) 성당. 현재의 성당은 당시 원폭으로 성당의 종(鐘)이 날아간 곳에 새로 지어졌다.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이 성당은 하루 평균 2000명 이상의 순례객들이 다녀가는 명소다.
나가사키역 건너편의 언덕에는 「26성인 순교자 기념비」와 「기념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1597년 일본인 20명과 스페인인 4명 등 26명의 성인(1862년 시성)이 순교했으며, 이 외에도 약 600여명 이상의 일반 신자들이 처형되었다고 전해진다.
나가사키 시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성지로 오우라 성당을 꼽을 수 있다. 1865년 1월 24일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쁘띠 쨩 신부에 의해 지어진 성당은 초기에는 외국인 전용 성당이었으나, 일본의 잠복 신앙을 발견하게 된 뜻깊은 곳이기도 하다.
나가사키현 히라도(平戶)는 일본 땅에 가톨릭이 처음 전해진 곳. 나가사키에서 버스로 2시간여 떨어져 있는 이곳은 1550년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가 포교활동을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 시마바라반도. 온천으로 유명한 운젠국립공원이 위치한 이 반도의 최남단에 하라성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17세기 중반 아마쿠사 시로(프란치스코)를 비롯한 가톨릭 신자 농민들의 반란인 「시마바라의 난」이 일어난 성지다. 운젠 온천지의 유황탕은 박해 당시 많은 신자들의 생매장터였다. 신자들을 굴려 유황탕 속으로 밀어 넣은 언덕에는 순교비가 세워져 있다.
※성지순례 문의=(02)726-5621∼8 한진관광 가톨릭성지순례본부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